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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미술아카이브(1) 달력

글, 사진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매년 연말이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으로도 미술, 화랑, 작가들이 보낸 새해 달력이 도착한다. 1970-80년대에는 달력이 귀한 물건이었다. 기업에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대형 벽걸이 달력이 대세였으며, 인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다 90년대에 들어서며 보다 대중화 고급화가 이루어졌다. 은행과 기업들은 아트지를 사용한 고품질의 달력을 제작하여 배포했다. 2000년대에는 벽걸이 달력보다 탁상달력 수요가 늘어났다가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하며 수만 부씩 대량 옵셋 인쇄로 달력을 제작하던 시대는 저물고 2020년은 디지털 인쇄로 소량 다품종 제작이 늘었다. 한정판 굿즈처럼 가치소비, 소장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날짜 확인보다는 실내 인테리어를 위한 오브제로 인식되어 패브릭 달력 등도 제작되었다. 미술작품을 활용한 아트달력은 기업의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동시에 예술작품이 대중과 만난 통로이자 집안을 작품으로 장식할 수 있는 대중수단이 되었다. 꽃이나 과일이 담긴 아트달력은 은행 고객 사이에서 이른바 '복(돈) 을 부르는 달력'이라고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26년 달력을 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신소장품에서 선정했다고 밝혔으며 1월 이불, 2월 김수자, 3월 서도호, 4월 함양아, 5월 토마스 루프, 6월 최욱경, 7월 백남준, 8월 김종남, 9월 와엘 샤키, 10월 양혜규, 11월 제임스 터렐, 12월 이강소 작품으로 장식했다. 벽걸이와 탁상달력으로 2종을 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시대 그림, 리움미술관은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최재은 작가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식물 압화 연작이 담겼다. 백남준아트센터는 하나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아 백남준 서거 20주년을 기념한 다이어리, 음력이 기재된 큰 글씨 벽걸이 달력 2종, 탁상달력세트로 구성하였다.

김종영미술관은 김종영 드로잉으로 벽걸이 달력, KAIST 미술관은 전시 중인 박광진 기증작품으로 탁상달력을 제작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도 2011년부터 소장품으로 달력을 제작해오며 후원 회원 중심으로 배포해왔다. 매년 이성자 재단에서는 이성자 작품으로 달력을 제작하고, 개인적으로 작고한 서양화가 박창돈, 한국화가 예술원 회원, 오용길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더크라프트 감성 만년 달력으로 날짜를 맞추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달력 이야기는 매년 김달진 유튜브에서 방송하고 있다.

과거에 24절기, 음력이 들어간 큰 글씨 달력도 많고 한 면에 1년 치를 인쇄하기도 했다. 이미지는 영화배우, 풍경사진, 자사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미술작품이 담긴 달력은 인쇄매체를 넘어 시대상을 담은 시각적 기록물로 중요한 아카이빙의 가치를 가진다. 당대의 예술 소비방식과 인쇄 기술이 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이나 화랑에서만 볼 수 있던 미술작품을 가정이나 사무실 같은 일상 공간에서 접하게 할 수 있는 매개체이고 달력 제작 주체가 어떤 작품으로 자신을 브랜딩하려 했는지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단행본보다 큰 벽걸이 달력은 도록보다도 큰 재현품이 되고, 원화의 색감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현했는지를 통해 인쇄 기술 발전을 확인할 수도 있다. 판형과 타이포그래피와 미술작품이 어떤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살피며 당대 시각디자인 흐름을 파악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업, 은행 달력 프로젝트는 작품에 대한 복제 및 상업적 도판 사용료 등을 산정하고, 작품이 대중에게 널리 프로모션 되기 때문에 참여 작가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시대는 변하지만, 아날로그 달력은 시각적 직관과 감성적만족을 대신하며 책상 근처에 두고 메모를 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김달진 박물관의 달력 소장품 90여 종 중 일부를 소개한다.

1차 게재: 월간 미술세계 2026년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