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L 미술아카이브로 한국미술 돌아보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미술아카이브(2) 방명록
글, 사진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전시가 종료된 후에도 그 여운을 길게 남기는 요소들 중, 도록이나 팸플릿이 작품의 시각적 기록이라면, 전시 방명록은 시간과 감성의 깊이를 더하는 특별한 기록물이다. 단순한 서명부를 넘어, 방명록은 전시의 순간을 생생하게 보존하는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다.
첫째, 방명록은 전시의 '역사성'을 증명하는 소중한 사료이다. 어떤 작품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공개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문화적 흐름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창이다. 마치 고고학자가 유물을 통해 과거의 삶을 재구성하듯, 후대 연구자들은 방명록을 통해 특정 전시가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력과 예술사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시가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후대에까지 이어지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중요한 근거이다.
둘째, 방명록은 '중요성' 면에서 작품 자체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특히 유명 인사나 해당 분야의 권위 있는 인물들이 남긴 서명이나 감상평은 전시의 위상을 높이고, 작품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전시를 관람한 이들의 면면이 전시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음을 보여주며, 당시 예술계의 인적 네트워크와 사회적 교류의 양상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일반 관람객들의 솔직한 감상과 격려는 예술가에게 지지와 영감을 주어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셋째, 방명록이 가지는 '의미'는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과 소통의 장이라는 점이다. 육필로 정성껏 남긴 글 속에는 당시 관람객들의 기쁨, 감동을 전해준다. 이는 작품을 대하는 다양한 반응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며, 전시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관람객들이 남긴 우정 어린 메시지나 격려의 문구들은 예술가와 관람객, 그리고 관람객 상호간의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전시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해주며, 마치 타임캡슐처럼 당시의 분위기와 감성을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현재 전시회 방명록을 40여권 소장하고 있다. 1950년대 1회 홍종명개인전, 4, 5회 백우회전, 김영덕유화전, 1960년대 자유전, 1회 김형구개인전, 6회 신수회전, 1970년대 11회 구상전, 고 박수근판화전, 75 오늘의 방법전, 1회 유지원개인전, 박창돈유화전, 1980년대 성재휴전, 신금례전, 2,000년대 갤러리우덕 5주년기념전, 이경성미수출판기념전 등이 있다.
기관 아카이브로 김달진 본인이 가나아트 근무시절 2001년 3월 유럽여행을 가서 ‘내가 만난 미술인’ 으로 프랑스 파리 : 이성자, 백영수, 방혜자, 오천룡, 권순철, 김영헌, 김성호, 김상채, 영국 런던 : 홍영인, 신지희, 독일 베를린 : 박광혜,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 김근배 박선영 부부 등을 만나 한 권에 싸인을 받았다. 파리 시테에 머무르며 한 달간 유럽여행은 가장 큰 경험과 여행기록, 사진, 추억을 남겨주었다. 또한 2007년부터 김달진 박물관을 찾고 있는 내방자에게 지금까지 방명록과 인증샷으로 사료를 축적해 가고 있다. 현재 34권이다.
결론적으로, 방명록은 당시의 상황을 담아내는 생명력을 보존하는 독창적인 기록물이다. 이는 전시의 역사적 흐름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사회적 중요성을 증언하는 사료이며, 시대를 넘어선 인간적인 교감과 소통의 의미를 부여하는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방명록이란 중요한 아카이브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 아쉽다.
1차 게재: 월간 미술세계 2026년도 3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