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 시간과 공간의 변주 속에서 탐구하는 만남의 관계학



김성호(Sung-Ho KIM, 미술평론가) 



조각가 권성수는 이번 전시에서 ‘연결(connect)’이라는 주제 아래 5점의 대형 조각을 선보인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단단한 매스를 견지한 매체의 불륨을 대폭 키운 ‘조각’이자, 조각과 또 다른 조각이 만나 쌍을 이루거나 관계의 풍경을 만드는 ‘조각적 설치 혹은 설치적 조각’이다. 
권성수가 이번 전시에서 제시하는 주제인 ‘연결’은 실존주의적 인간 존재론으로 해설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권성수는 이번 전시의 모티브로 ‘어둡고 끝도 없는 미지의 공간’을 상정하고, 그 공간 속에서 “나는 어디에 머물러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 그 실존에 관한 물음”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마치 고갱(P. Gauguin)의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D'où venons-nous ? Qui sommes-nous ? Où allons-nous ?)〉(1897)에서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따라서 이번 전시의 주제 ‘연결’은 ‘세계 내 존재(In-der-Welt-sein)’라고 하는 하이데거(M. Heidegger)의 존재론적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이 주제는 생로병사의 불가피한 존재적 위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자가 결코 세상 속의 단독자로 존재하지 않고 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따르며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인간’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성찰하게 만든다. 
권성수는 하나의 조각과 또 다른 조각이 만나 이루는 방식으로‘사회적 인간이 맺고 있는 만남의 관계 지형도’를 탐구하면서 우리와 함께 시간 여행을 나선다. 그러한 이유에서일까? 그의 작업에 나타난 원과 직선, 구와 원기둥과 같은 구조가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 조각은 작가로 대별되는 한 인간 주체와 그가 관계하고 있는 불특정 타자에 관한 메타포처럼 자리한다. 즉 그의 이번 추상 조각은 날마다 저마다의 여정에 나서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금, 여기의 시공간에서 함께 소통하는 인간 존재’임을 은유하는 셈이다. 
소통하다(communicate)의 라틴어 어원인 커뮤니케어(communicare)가 정보를 나누는 ‘공유’와 더불어 관계를 맺는 연결’의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소통’의 본질적 의미에는 ‘둘 이상의 관계와 공유’을 전제한다. 권성수의 1회 개인전(2002)의 주제가 ‘갈등으로부터의 분출’이었음을 상기한다면, 그의 작업 심층에는 누구와 누구, 누구와 무엇 사이에서 벌어지는 ‘만남의 사건’이 존재했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권성수는 5개의 출품작에서, 시공간의 여정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유형의 만남과 소통을 시메트리(symmetry)와 아시메트리(asymmetry)의 조형 언어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조형 방식은 대칭과 비대칭이 무작위로 펼쳐지는 예측할 수 없는 우주의 시공간과 함께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우리의 만남의 사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작품을 보자. 
권성수는 〈작품1〉에서, 약 180cm 크기의 지름으로 된 원형 철제 구조물에 달린 철제 파이프가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높이가 어긋나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가로로 4m를 넘는 길이 공간 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원형 철제 구조물이 시메트리 형상을 띠고 있다면, 만남에서 실패하고 어긋난 상태로 서로를 대면하고 있는 두 파이프는 아시메트리의 조형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어긋남으로 인해 이 작품은 마치 수레바퀴 축이 부러진 형상처럼 보이도록 만들기에 족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마치 소통을 위해 서로 노력했지만 서로 자꾸만 어긋나는 ‘연인의 관계’ 혹은 ‘공통의 목표에서 늘 미끄러지는 인간관계’를 은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2〉는 등신대 크기의 지름을 가진 원형의 철제 구조물 3개가 약 3m의 공간 안에서 삼각형 구도로 마주하게 제작한 것이다. 각각의 원형의 철제 구조물 내부에는 스테인리스 구(球)를 달고 있는 철선들을 집적하고, 이 철선들이 중심원으로 모일수록 군집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마치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의 형상처럼 보인다. 
이 구조물은 마치 ‘1인칭의 나-2인칭의 너-3인칭의 그(녀)’가 한 자리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은유되거나 프로이트(S. Freud)의 분석처럼 ‘이드(Id)-에고(Ego)-슈퍼에고(Super Ego)’가 끊임없이 쟁투하고 있는 인간 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것은 공간의 문제와 맞물린 ‘여기-저기-거기’라는 지시대명사의 메타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해설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과 맞물려 자기 위치를 내어주고 남의 위치를 새롭게 뺏어오는 식으로 ‘변주하는 공간’의 존재론적 위상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문제가 맞물린 권성수의 작업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이 세 원형체를 품고 있는 바닥에 설치된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판은 거울처럼 반영 효과를 강하게 드러냄으로써 트라이앵글처럼 얽힌 3개의 존재론적 관계를 다양한 양상으로 변주해 낸다. 아울러 이 세 원형체 위에 설치된 스테인리스 환봉들은 마치 빗줄기나 빛줄기처럼 설치되어 관객의 서정적 감성을 견인하면서 몰입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편〈작품3〉은 시메트리/아시메트리 구조의 결합이 원과 선, 반구와 원기둥과 같은 기하학적 조각과 식물처럼 자라는 유기적 형상으로 변주된 풍경을 만든다. 그것은 각기 지름이 다른 원형의 조각 혹은 좌대가 맞물려 철을 만들어낸 식물성의 서정적 풍경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이 작품은 반원 형태의 두 입체를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연결하고 그 끝부분에 신비로운 분위기의 조명을 설치한 까닭에 우리가 앞서 언급했던 소통의 메시지를 강하게 환기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비교적 작품 크기가 작은〈작품4〉와 〈작품5〉는 어떠한가?    
전자는 마치 은하계의 보이지 않는 행성 궤도를 표시한 인덱스(index)로 읽히기도 하고 마치 자신의 공간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지은 ‘거미의 집’이라는 상징(symbol)으로 읽히기도 한다. 여기에는 용접해서 연결한 철판의 만남(인공) 외에도 볼록하게 솟은 중심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자연석의 만남(자연)이 마치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의 구석 조각(corner sculpture)처럼 전시장의 모서리 공간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후자는 마치 회오리나 소용돌이처럼 어떠한 에너지 혹은 기(氣)가 휘몰아치고 있는 형상을 무수한 스텐인리스 스틸봉을, 용접을 통해 집적해서 효과적으로 선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좌우의 조형 언어가 대립하고 있는 ‘시메트리’의 기본 구조 안에서 ‘아시메트리’라고 하는 극적 효과를 최대한 만든다. 
권성수는 이러한 출품작을 만들기 위해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판과 봉을 절단하고 용접하고 두드려 다듬는 수고스러운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메트리/아시메트리의 구조, 기하학적/유기적 형상, 그리고 대우주/소우주가 맞물리는 혼성의 구조를 통해 작품을 만들고, 한 작품과 또 다른 작품의 공간적 관계를 고려하는 조각적 설치의 효과적인 조형 방식을 면밀히 탐구한다. 특히 이 공간으로부터 저 공간으로 이동하는 ‘여정’의 주제 의식 안에는 시간성이 늘 개입한다는 점에서 그의 조각은 시공간의 문제를 늘 화두로 끌어안은 채 ‘인간 주체와 타자’ 그리고 ‘주체와 주체 아닌 모든 것들’의 만남의 관계학을 탐구하는 작업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20241128) 

출전/
김성호, 「연결 - 시간과 공간의 변주 속에서 탐구하는 만남의 관계학」, 『권성수』, 자료집, 완주문화재단 비평 매칭,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