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갈망했던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과 마테오라 지역의 수도원, 그리고 튀르키예에 산재한 유적들을 둘러보기 위해 9박 11일간의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자연이 빚은 지구 지질학적 신비와 그 안에 인간이 투영한 건축적 간절한 열망이 응결된 역사의 지층을 탐사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장 길게는 8시간씩 투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길고도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 고초를 잊어버릴 만큼 곳곳에서 만나는 유적들은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첫 기착지는 아테네로 다음날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Odeon of Hirodes Atticus), 디오니소스 극장(Theatre of Dionysus), 복원공사 중인 파르테논(Parthenon)과 근대 올림픽의 성지인 피나티나이코 경기장(Pinathenaic Stadium)을 둘러보고 메테오라(Meteora)의 절벽에 세워진 아기오스 이오아니스(Agios Ioannis) 수도원의 내부를 관람하였다. 에게해를 바라보며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에페소(Ephesus)였다. 원형극장(Great Theatre), 셀수스도서관(Library of Celsus), 하드리아누스신전(Temple of Hadrian), 공중목욕탕, 귀족들의 거주지였다는 테라스 하우스(Terrace Houses)는 고대 로마시대에 건축된 거대한 규모와 정교함에 그저 경탄의 눈빛을 거둘 수 없었다.



좌) 튀르키예 에페소스(Ephesus) 셀수스도서관(Library of Celsus)의 파사드 ⓒ 사진 장동광
우) 이스탄불 돌마바흐체궁전(Dolmabahce Palace)의 의전실(Musyede Salonu)과 세계 최대 규모의 크리스털 샹들리에
ⓒ 사진 장동광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백미는 ‘목화의 성’이라는 별칭을 가진 파묵칼레(Pamukkale)에서의 열기구 탑승이었다. 하늘 위에서 석회암이 빚어낸 하얀색 온천 지대와 고대 유적들을 내려다보며 그림 같은 일출을 맞이한 것은 잊을 수 없는 체험이었다. 이후 카트투어로 히에라폴리스(Hierpolis)의 고대 원형극장과 유적지들을 둘러 본 것도 2000년 너머의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전해 주었다. 패키지 여행이었던 만큼 여행자 일행들과 안탈리아(Antalya)의 구시가지 탐방, 하얀 눈에 쌓인 올림푸스산 케이블카 관람,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동굴도시 괴레메 야외박물관(Gereme Open Air Museum)과 장대한 비둘기계곡, 앙카라(Ankara) 가는 길에 들른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쿠유(Derinkuju) 지하도시, 투즈 괼 소금호수(Tuz Golu Salt Lake)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인 이스탄불(Istanbul)의 유적지들과 그 속에서 만난 동로마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열정이 빚어낸 테크네의 산물들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였다.

특히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 성당은 복원공사 중으로 그 온전한 모습을 다 살펴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블루 모스크(Sultan Ahmed Mosque)에서의 이즈닉(Iznik) 타일이 발산하는 아우라는 인간이 창조한 불가사의한 건축술과 미학을 새롭게 사유하게 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오스만제국의 문화와 예술적 특성을 선명하게 각인시킨 것은 톱카프 궁전(Topkap Palace)과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이었다.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과 오스만 전통이 절충된 인테리어와 유일무이한 공예품은 그 현존적 증거들이었다. 이즈믹 타일 문양들, 톱카프의 단검을 비롯한 무기들, 86캐럿 다이아몬드 장신구, 의전실 천장에 매달린 보헤미안 크리스털 샹들리에, 각종 도자기와 은제금속제 식기들에는 튀르키예 장인들에 의한 수공예기술의 정수와 공예가 정신이 유감 없이 깃들어 있었다. 한 나라의 시대 양식과 공예가 정신은 이처럼 전통 장인들의 육성과 존속에 대한 국가적 정책에 의해서 빛을 발할 수 있음을 거대한 지층처럼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