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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미술아카이브(3) 스케치북, 기념화첩, 합작도

글, 사진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스케치북(sketch book)은 화가나 디자이너, 건축가 등이 생각이나 관찰한 대상을 자유롭게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는 그림 노트로, 형태와 크기가 다양하며 휴대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 안에는 연필이나 펜으로 그린 드로잉뿐 아니라 크레파스, 수채화, 때로는 색연필이나 잉크 등 다양한 재료로 표현된 그림이 담긴다. 이러한 스케치북은 순간적인 생각이나 장면을 빠르게 기록하고 작품의 구상 과정을 정리하는 창작의 기초 도구로 활용된다.


스케치란 본격적인 작품 제작에 앞서 대상의 형태, 구도, 움직임, 빛과 색의 관계 등을 간단하고 빠르게 그려보는 예비적 드로잉을 뜻한다. 완성도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관찰과 아이디어 정리에 목적이 있으며, 예술가가 느낀 인상과 창작의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스케치는 작품제작의 출발점이자 실험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시험하고 자신의 조형 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스케치와 스케치북은 완성 작품 뒤에 숨겨진 창작의 과정과 예술가의 사고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자, 예술 창작의 기초가 되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 박물관 소장품 중 홍종명 스케치북은 1980년 설악산 일대를 그린 16점, 김형구의 1989년 스케치북은 설악산, 속초등대를 그린 27점, 이두식의 1999년 북한 방문 시 스케치북은 백두산, 이명수폭포, 묘향산계곡 등 8점이 수록되었다. 박창돈의 해부학 노트는 대학 강의 때 교재로 사용한 138쪽으로 아주 세밀한 내용이 들어있다.

기념화첩(紀念畫帖)은 어떤 인물의 회갑·고희와 같은 장수의 경사나 스승의 은퇴, 전별, 단체의 창립 등 특정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화가나 문인들이 한 권의 화첩에 각자 그림이나 글을 남겨 제작하는 형식의 미술 자료를 말한다. 한 장씩 독립된 작품을 모아 화첩으로 엮기 때문에 합작처럼 한 화면을 함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각자의 완성된 작품이 모여 하나의 기념적 기록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화첩에는 산수·화조·서예 등 다양한 작품이 함께 수록되며, 때로는 축하의 글이나 시문이 더해져 인물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표현한다.


기념화첩의 의미는 단순한 작품집을 넘어 예술가와 문인 사이의 교유 관계와 문화적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데 있다. 또한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둘러싼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적 교류를 기록하는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따라서 기념화첩은 축하 와 기념의 뜻을 담은 예술적 기록물이자, 당대 문화공동체의 우정과 존경, 그리고 예술적 연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왕열회갑기념화첩>은 단국대 교수를 역임한 왕열 회갑을 기념하여 2021년 신묵회 회원 22명이 그림을 그려 화첩에 부착한 소중한 작품이다.


합작도(合作圖)는 두 사람 이상 화가가 하나의 화면에 함께 참여하여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의 회화를 말한다. 한 폭의 화면을 나누어 각자 특정 부분을 맡아 그리기도 하고, 한 사람이 먼저 그린 뒤 다음 사람이 이어서 그려 완성하기도 하며, 인물·산수·화조 등 서로 다른 분야의 화가들이 각자의 장기를 살려 협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동아시아 문인화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한 공동 제작을 넘어 화가들 사이의 교유와 예술적 소통을 보여주는 문화적 행위이기도 하다. 합작도는 각 작가의 개성과 화풍이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지며 새로운 조형적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합작도는 협력적 창작의 사례이자 화단의 인간적 관계와 시대적 미술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적 의미를 지니며, 예술이 개인의 창작을 넘어 공동의 미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후소회 두루마리 합작도는 2017년 기증받았으며 우리나라 최장수 미술 단체인 후소회원 안동숙, 김학수, 오용길, 이성근, 김호성, 안문훈 등이 참여했고 16점이 들어있다. 권기옥 회원 인사동 화실에서 즉흥적으로 그려 나갔고 안동숙 타계 후 중단되었다. 〈한일 9인 합작도〉는 1977년 김태, 김형구, 박항섭, 임직순, 장두건, 홍종명, 고우노 고노미(こうのこのみ), 다자와 시게루(田沢茂), 고노 히데오(河野日出雄) 9명의 10 작품이 모여져 있으며 그 당시 작가의 교류를 살필 수 있다.


1차 게재: 월간 미술세계 2026년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