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영국의 국립박물관 입장료 정책 비교
파리와 런던 여행 계획에는 루브르와 퐁피두센터 그리고 대영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가 빠지지 않는다. 박물관은 ‘시간의 저장고’로써 유물을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박물관 운영 철학과 방식은 재원 조달과 회계 절차에서 그 차이가 뚜렷하다. 프랑스는 입장료 수입을 적극 활용하여 박물관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며, 영국은 국가 예산에 의존하여 관람객의 접근성 확대 및 공공성을 강조하는 문화정책을 쓰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루브르와 퐁피두센터의 입장료 수입은 국가의 회계 감독하에 엄격하게 관리된다. 기관의 자율적인 운영과 예술적 역량 강화를 위해 수입 재원이 재사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법적 지위는 EPA(Établissment public à caractère administratif), 즉 ‘행정적 성격의 공공기관’으로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지만 독자적인 법인격과 운영 자율성을 가진다. 막대한 입장료 수입은 프랑스 ‘국가회계기준(GBCP)’에 따라 정부 지원금과 달리 자체 재원으로 분류된다. 이 재원은 유지보수·보안·인건비 등 운영비 충당을 넘어, 작품 구입 기금으로 적립되어 새로운 컬렉션을 확보하는데 쓰인다. 또한 특별 전시 개최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비용으로 재투자되는 전략적 재분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와 달리, 영국의 경우 국립박물관 등은 2001년부터 상설 전시 무료 입장을 원칙으로 한다.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로부터 받는 정부 보조금 외 부족한 재원은 특별전 유료화, 멤버십, 기업 후원을 통해 충당한다. 법적 지위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자선단체(Charity)로 분류되며, 국가유산법(National Heritage Act) 등의 설립 근거법에 따라 운영된다. 회계 방식은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따르며, 자율적 운영의 주체인 이사회(Board)는 프랑스의 국립박물관 운영 조직에 비해 예산 편성 및 집행에서 정부로부터 더 독립적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국립박물관 입장료 정책은 ‘문화 보편주의’와 ‘공공 서비스’라는 철학적 뿌리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유료 입장’ 정책은 가치 있는 가르침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인문학적 배경 위에 전개된다. 프랑스에서 박물관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전파해야 할 문화 민주화의 주체다. 수준 높은 문화를 관리하고 보존하는데 드는 비용을 ‘수혜자 부담 원칙’과 ‘국가 지원’의 조화로 해결한다. 관람객이 지불하는 돈은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을 수반하는 것이다. 청년, 예술전공자, 저소득층 등 특정 대상에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적 개방으로 국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편, 영국의 ‘무료 입장’ 정책은 18세기 계몽주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식과 인류의 위대한 성취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믿음의 산물이다. 1753년 대영박물관 설립 당시 국회는 박물관을 ‘모든 호기심 많고 공부하는 자들을 위한 장소’로 정의했다. 입장료라는 문턱을 제거해 박물관을 문화적 보편권과 사회적 통합의 장치로 운영하는데 영국 국립박물관 정책의 핵심이 있다.
이상과 같이 프랑스는 ‘국가가 보증하고 시민이 가꾸는 정원’으로서의 박물관 문화를 지향한다. 반면, 영국은 ‘누구에게나 열린 장소’로서의 박물관 문화를 추구하며 국가가 지원하고 시민 모두가 향유하는 공공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루브르가 비유럽권 관광객에게 더 높은 요금을 책정하기 시작한 점은 보편적 가치가 국가주의적 현실과 충돌하는 인문학적 쟁점이 되고 있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박물관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유료화 정책’에 대한 논의는 2001년 이후 25년간 유지되어 온 보편적 무료 입장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환기에 선 우리로서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