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L
글, 사진.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미술아카이브로 한국미술 돌아보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미술아카이브(4) 포스터


포스터는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본래의 실용적 기능을 상실하고 예술적, 기록적 가치를 지니는 ‘미술 포스터’로 전환된다. 이는 포스터가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 특정 시대의 시각문화와 미감, 사회적 맥락을 응축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포스터는 근대 인쇄 기술의 발달과 함께 광고와 선전의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19세기 후반 이후 도시대중문화의 확산 속에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시각 매체로 기능해 왔다. 특히 전시회 포스터는 미술 제도와 전시 문화의 성장과 긴밀히 연동되며, 미술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매개로 작동하였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작가나 주관처에서 만들어진 포스터는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보다 시간상으로 앞서 대중과 만나는 ‘첫인상’의 장치이다. 관람자는 포스터를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와 전시의 분위기를 선취적으로 경험하며, 이는 전시에 대한 기대와 해석의 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점에서 포스터는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전시의 개념과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시각적 선언문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시회 포스터는 대표작품 이미지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전시 기간, 장소, 주최 및 후원 정보 등을 병기함으로써 정보 전달과 이미지 구축이라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 동시에 디자인의 구성 방식, 타이포그래피의 선택, 종이의 질감과 인쇄 기법 등은 당대의 시각 언어와 기술적 조건을 반영하며, 포스터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연구 대상으로 만든다.

좌상. 《한국 미술의 걸작전(Meisterwerke Koreanischer kunst)》, 1962. 5. 18 - 6. 30, Museum fur Volkerkunde Wien, 오스트리아
우상. 《샬럿 무어맨과 백남준 퍼포먼스(CHARLOTTE MOORMAN & NAM JUNE PAIK)》, 1972. 4. 30, Cornell University, 미국
하. 《71-AG전 - 현실과 실현》, 1971. 12. 6 - 12. 20, 국립현대미술관(경복궁)


역사적으로 볼 때 전시 포스터는 예술사적 흐름과 긴밀히 호응해 변화해 왔다. 아르누보 시기의 장식적이고 유기적인 표현, 모더니즘 시기의 간결하고 기능주의적인 구성,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혼성적이고 해체적인 디자인은 각각 시대적 미의식과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포스터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실험적 그래픽 디자인의 장으로 기능하며, 때로는 순수미술과 경계를 넘나드는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작가와 디자이너의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포스터 자체가 수집과 아카이브의 대상이 되었고,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이를 중요한 시각문화 자료로 보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와 SNS의 확산은 전시 포스터의 기능과 위상에 변화를 축소시켰다. 온라인 이미지와 모바일 기반 홍보가 주된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쇄 포스터의 물리적 배포와 노출 빈도는 현저히 감소하였다. 과거 거리와 공공장소를 점유하던 포스터는 이제 화면 속 이미지로 대체되며, 소비 속도 또한 극단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외부로 나가 부착되는 건은 줄어들고 관내에 몇 부 부쳐지는 형국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포스터는 더 이상 대중을 향한 일차적 홍보 수단이라기보다, 전시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아카이브적, 기념적 매체로 그 역할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포스터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질성을 지닌 인쇄물로서의 포스터는 디지털 이미지가 대체할 수 없는 촉각적 경험과 시간의 흔적을 내포하며, 전시와 시대를 연결하는 기록물로 기능한다. 나아가 포스터는 특정 전시를 둘러싼 제도, 미학, 사회적 조건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시각적 표현물로서, 미술사와 시각문화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따라서 전시 포스터는 기능적 쇠락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역사적 가치의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연구 대상이자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75년 박수근 10주기 전시 포스터를 통해 출품되었던 대표작품, 박수근이 朴壽根이라는 한문으로 쓰여진 육필, 문헌화랑 약도까지 있어 지금은 없어졌지만,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있고, 종이 지질, 타이포, 디자인까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아카이브 사례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코로나 시대였던 2020년 <남겨진, 미술, 쓰여질, 포스터> 전시회를 가졌으며 국내 및 외국 포스터 1,400여 종을 소장하고 있다.

상좌로부터. 
《제1회 앙가쥬망전》, 1961. 9. 23 - 29, 국립도서관화랑 
《이용길 판화전》, 1962.10.23-10.29, 경남공보관 
《4회 김종식개인전》, 1963. 10. 28 - 11. 3, 부산공보관

하좌로 부터. 
《김환기전(WHANKI)》, 1972. 9. 26 - 10. 14, Poindexter gallery, 미국 
《윤형근전》, 1973. 5. 18 - 5. 24, 명동화랑 
《한국현대판화협회전》, 1968. 10. 20 - 10. 24, 신세계화랑 
《아제 (Atget)》, 1969. 12. 1 - 1970. 3. 22, The Museum of Moedern Art, New York, 미국

상좌로부터. 
《한국현대미술전 (Koreanische Tiere und Landschaften)》, 1981. 9. 19 - 10.11, Museum Alexander Koenig, 독일 
《일본현대미술전: 70년대 일본 미술의 동향》, 1981. 11 .6 - 11. 23,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관 
《오윤 판화전》, 1986. 5. 30 - 6. 9, 그림마당 민 
《칸딘스키전 - 즉흥(Kandinsky - The Improvisations)》, 1981. 4. 26 - 8. 2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미국 

중좌, 우. 
《한국미술오천년》, 1981. 7. 15 - 9.30,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National Museum of Man, Smithonian Institution, 미국

하좌로부터. 
《박서보전》, 1987. 5. 29 - 6. 12, 인공갤러리, 대구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전(韓國現代美術の位相展)》, 1982. 3. 22 - 3.28, Kyoto Municipal Museum of Art(교토시미술관), 일본 
《박수근전》, 1975. 10. 10 - 10. 25, 문헌화랑

1차 게재 미술세계 ART WORLD 202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