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분기 국내 경매 평균 낙찰가액 분석 (단위: 원), 『2026 1분기 미술시장분석보고서』, 9쪽


미술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거래가를 알 수 없는 거래가 늘고 있다. 시장이 위축돼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래는 활발한데, 가장 중요한 거래일수록 장막 뒤로 사라진다. 지금의 미술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역설을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열린 거래가 축소되는 이유는 파는 쪽의 계산에 있다. 수억, 수십억대 작품이 공개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면 그 작품은 시장에서 한동안 ‘실패한(burnt)’것으로 낙인 찍힌다. 가격을 공개적으로 깎이느니, 처음부터 소수만 부르는 자리에서 조용히 파는 편이 안전하다. 여기에 경매사가 위탁자에게 최저 낙찰가를 보장하는 추정가 보증(estimate guarantee)과, 사전에 낙찰을 확약받는 철회불가 입찰(irrevocable bid)이 결합되면서, 비공개 거래는 부유층에게 손실 위험 자체를 차단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진화했다. 크리스티는 2025년 가장 비싼 거래 세 건이 전부 경매장 밖에서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 흐름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그전까지 비공개 거래는 인맥 있는 소수의 조용한 거래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봉쇄로 경매장이 멈추자, 소더비는 2020년 약 15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비공개 매출을 올렸고, 이후로도 매년 11-13억 달러대를 유지하며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시 수익원으로 안착시켰다. 한 번 열린 채널은 닫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의 수치를 단순 증가로 읽으면 오해다. 아트바젤·UBS 미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는 공개 경매가 25% 무너진 자리를 경매사 비공개 거래가 14% 늘며 떠받쳤지만, 2025년에는 시장 전체가 596억 달러로 4% 회복되고 공개 경매가 9% 살아난 대신 경매사 비공개 거래는 4%가량 줄어 42억 달러를 밑돌았다. 비공개 거래가 식은 게 아니라, 공개 경매가 ‘값을 매기는 무대’로, 비공개가 ‘위험을 피하는 통로’로 각자 역할을 나눠 가진 것이다. 회복은 고르지 않았다. 같은 보고서가 1,000만 달러 이상 초고가 작품 거래액이 30% 급증해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고 짚었듯,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분석에서도 2025년 글로벌 경매 낙찰액 증가분은 트로피급 대작에 집중됐다. 시장 전반이 살아난 게 아니라, 검증된 소수 작품만 살아난 ‘선별적 회복’이다.

한국은 이 흐름에 제도 변수까지 겹친다. 2026년 1분기 국내 주요 경매사 낙찰총액은 한 해 만에 161.7% 뛰었다.
도표가 보여주듯 서울옥션의 작품당 평균 낙찰가는 1,330만 원대에서 7,920만 원대로 여섯 배 가까이 치솟았다. 출품은 오히려 줄었는데 평균가가 폭등했다는 건, 나라 요시토모(150억 원)나 쿠사마 야요이(104억 원) 같은 극소수 대작이 숫자를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두 점의 낙찰액이 1년 전 1분기 전체와 비슷한 규모다. 표면적 평균가가 아니라 그 뒤의 보증 여부와 사전 매수자의 존재까지 읽어야 시장이 보이는 국면이다. 여기에 2026년 7월 시행되는 미술서비스업 신고제로 인해 거래 기록과 자금 출처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최상위 자산가일수록 공개 시장을 더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 투명성을 높이려는 규제가, 거꾸로 거래를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 닫히면 가장 불리한 쪽은 정보가 적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공개된 낙찰가만 보고 시장을 읽는 다수는 정보의 불균형에 놓인 공산이 크다. 국제적으로도 해법은 가격을 강제로 공개하라는 쪽이 아니라, 자금세탁방지(AML) 규범과 출처(provenance) 검증을 통해 거래 기록을 추적 가능하게 남기라는 쪽으로 수렴하고 있다. 결국 시장이 건강해지려면 비공개 자체를 막기보다, 닫힌 거래라도 표준계약서와 소유권 이전이 문서로 남도록 만드는 일이 먼저다. 최대 다수가 실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때, 미술시장의 열린 광장의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