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립 미술관의 외부 전시 기획을 위해 정기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의과대학내의 꼬르들리에 수도원(Couvent des Cordeliers) 전시 공간인데 이 수도원이 노스트라다무스가 마지막 쉬어 갔고 쟈끄 루이 다비드의 그림으로 알려진 쟝 폴 마라가 암살 당한 후 잠시 안치 되었던 역사의 배경을 가진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전시는 두젤돌프 쿤스트 할레에서 기획되어 순회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독일 영화감독/큐레이터/제작자의 역할을 겸한 게리 슘(Gerry Schum)의 “촬영준비 완료 (Ready to Shoot):텔레비젼 갤러리 게리 슘, 비디오 갤러리 슘”전시다.

게리 슘 (독일 괼른 출생, 1938-1973)은 원래 의과 대학을 다니다, 영화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의 역할이 그의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경향의 작가들 작업을 널리 소개하고 알린다는 관점에서 작가적 성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큐레이타/제작자인 중개인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게리 슘의 텔레비젼 갤러리는 TV 라는 매개 체를 이용하여 미술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보급 시키려 했다. 68년부터 텔레비젼 갤러리라는 이름 아래 “대지 미술(Land Art)1968-1969”과 “정체 확인 (Identifications)" 두 번에 걸쳐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텔레비전 전시를 기획 하였는데 그가 의도한 것은 작품에 관한 해설이나 작가에 관한 기록 영화가 아니라, 60년 말 당시 아방가르드 미술 경향으로 시도된 대지 미술, 아르테 포베라, 프로세스 아트 (한글 표기 있으면 수정 요)자체를 TV를 통해 전시 기획하여 방영하는 것이다. 그의 의도는 예술 제작을 영화 제작으로 폭을 넓이면서, 작가는 대중과 직접 접하게 되고, 회화나 조각과 같은 매체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이기 보다는 작가의 개념은 하나의 태도, 제스처 등을 통해 표현된다. 슘의 TV 갤러리는 TV 방영 동안만 존재하는 정신적인 구조 (mental institution)이고 여기서는 중요한 것 은 작품을 통한 소통과 대화이다. 그러므로 오브제와 같은 실체의 개인 소장은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판매되거나 집에 가져 갈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의 미술을 소개하게 된다. 작품을 소유 할 수 없지만, 대신 작가에게는 저작권의 권리가 주어진다. 슘의 갤러리는 화랑-수집가-미술기관 삼각관계와 미술 유통의 상업구조에 저항하는 대지 미술, 개념미술 경향의 젊은 아방가르드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동 작업을 하는 가운데 가능 할 수 있었다.

게리 슘의 첫 번째 TV 전시인 "대지미술"은 1969년 4월 15일 베를린의 중요한 TV 채널인 SWF/ARD에서 리차드 롱, 데니스 오펜하임, 로버트 스미슨, 쟝 디벳, 월터디 마리아, 마이크 하이져, 마리우스 보젬, 바리 훌라나간 등 각 작가의 대지미술 작업을 2분에서 7분 기간동안 영화로 방영 했다. 방영되는 방송 그 자체가 작품이므로 물론 작품 설명은 별도로 추가되지 않았다. 첫 번째 전시는 대지미술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소개 되었으므로, 작업 개념이 잘 전달되지 않아도 크게 무리없이 반응이 좋아서 두 번째 “정체 확인 (Identifications)" TV 전시도 1970년 11월 방영 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제스추어를 통해 작가의 개념을 묘사 하였다. 6개국의 20명의 젊은 아방 가르드 작가들이 참여 했는데, 죠셉 보이스, 울리히 뤼크리움, 다니엘 뷰렌, 길버트 & 조오지, 리차드 세라등 국제 미술계에 젊은 아방가르드 작가들 이었다. 보통 35초에서 5분 기간의 작품들이 방영 되었는데 각 작품은 무제에다 작가 이름만 소개될 뿐 여기도 작품 설명은 없었다. 그 당시 가장 새로운 경향의 작업을 20-30대 무명의 젊은 작가 작업을 통해 소개하면서 특별한 작품 설명도 없이 텔레비전 시청자인 일반대중의 이해와 호응을 얻기는 매우 어려웠다. 방송국 측에서는 설명을 추가 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결국 두 번째 TV 방송 전시를 마지막으로 텔레비전 갤러리는 끝나게 된다. 그 후 한정판의 비디오를 판매하는 비디오 갤러리를 열게되나 원래 슘이 의도했던 일과는 다소 방향이 달랐다.
슘의 앞서가는 이상적인 생각은 작가들과 미술계 인사들로부터는 좋은 호응을 받았으나 TV 미디어를 통해 결국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꿈은 실패로 돌아가고 73년 3월 자살함으로 35세로 생을 마치게 된다. 이전시가 원래는 11월 28일까지 였는데 2005년 1월2일까지 연장 전시를 하게 되었다. 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시와 함께 출판된 전시도록도 그 당시 게리 슘과 함께 일했던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새롭게 추가하여 그 당시 자료의 기록뿐만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60/70년대 경향을 다시 돌아보는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이 제목은 게리 슘이 다니엘 뷰렌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 (1971년 7월16일) "우리 기계는 지금 촬영 준비 완료 상태다"에서 인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