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원의 작품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둔다. 탄생에서 사망까지 인간은 모두 성장과정의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탄생과 사망 사이에서 전개되는 삶의 양상은 개인의 환경과 경험의 차이에 의하여 다소간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쳐 나아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규범을 학습하며 혼인과 같은 각종의 통과의례를 지나면서 겪는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다. 주소원은 다양한 재료를 통해 이러한 삶의 궤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소원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생의 주기에 순환적으로 다가오는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의 사회적 의미를 천착하고 급변하는 현대생활 속에 함몰된 우리들의 자존감과 숭고한 정신을 회복하며 내면의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 가운데 탄생을 상징하는
종교와 철학에서 생명의 탄생과 소멸은 다시 재탄생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생명의 순환은
생명의 탄생에 뒤 이은 삶의 여러 가지 모습은 주소원이 구리와 목재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몇 가지 공간으로 제시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으로서 수면을 상징하는 침대와 창작 활동을 상징하는 작업실 공간, 그리고 자기정화와 카타르시스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욕실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지만 주소원은 작품에 바퀴를 달아 이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사적인 공간이 공공의 공간으로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재미있는 발상을 전개하였다.
농경시대의 정착생활과 달리 정보화시대의 삶은 한 장소에 머무르기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관계를 형성하고 정보를 채집한다. 주소원 자신도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작품의 주제를 확대시키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으로부터 창작의 모티브와 영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자신의 금속공예 작품에서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여성성과 유미적인 주제를 넘어서 대형 설치 작품과 오브제에서는 주소원이 자연의 관찰자며 삶의 관조자로서의 작가상을 확립하였으며 작품을 통해 전개하는 논리에 있어서도 과장이나 복잡한 수사가 없이 인간의 보편적 사고에 침투할 수 있는 삶의 문제를 무난하게 다루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생명과 조화를 내포한 나뭇잎에서 모티브를 이끌어낸
자칫 잘못하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주소원은 일관된 논리와 그러한 주제를 뒷받침해주는 적절한 표현형식과 재료의 선택, 그리고 작가의 성실한 노동을 통해 얻은 작품의 완성도 등을 바탕으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장의 배치에 있어서도 생명 순환의 시간적인 순서를 단선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작품의 특성을 살려 공간을 배치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금속공예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삶의 절정기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공간의 디자인 방식도 관람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국내에서는 사실상 첫 개인전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주소원이 우리 미술계와 관람객들에게 제시하는 생명의 순환과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미학적,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작품으로 풀어낸 결과가 관객들과 성공적으로 소통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