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시장의 유통에 참여하는 것은 전업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공공기금이나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대안공간들이 상업화랑에서 하지 못하는 문화적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작가가 여기에만 의존함으로써 미술시장에 대한 자생력과 면역성을 기르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전업작가로서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대안공간을 통해서 양산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정당하게 유통할 판로를 찾는데 필요한 노력들을 평가절하하게 된다면, 결국 몇 개의 대안공간을 전전하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는 결국 작품을 팔지않아도 생계유지에 걱정이 없는 귀족형 작가들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미술사에 남은 작가들은 대부분 미술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입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진 이들이다. 미술시장은 작업의 정신을 상품화시키는 역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품화를 통해서 다수의 대중들에게 소통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상업과 예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다. 정당한 노력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바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만큼, 상업과 예술 사이의 보다 건강한 순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미술시장의 변화 역시 절실하겠지만, 대안공간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서 대안공간들이 작가들의 현실적 필요에 걸맞는 좀더 섬세하고 풍성한 어휘를 개발하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안공간이 특정한 스타일을 양산하고 본받아야할 어떤 윤리적 강령을 내포하게 된다면, 그 존재 자체로 작가들의 살아있는 에너지를 정형화시켜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