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hi Obfuscatus(Space-Baby) michael joo
아시아 태평양권 국가의 문화를 전시, 공연, 강연 등 다각도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미 주류사회에 소개함으로써 미국과 아시아의 친목과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뉴욕 출신의 한인 2세 미술가 마이클 주(Michael Joo)의 개인전을 마련하였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갤러리에서 현재 중국 도예전, 현대인도미술전 등과 함께 개최되고 있는 마이클 주의 설치 작품은 3층의 아론실(Aron Gallery)을 차지하고 있다. 마이클 주의 설치 환경을 경험하는 과정은 작품명 ‘불교의 당혹(space-baby)’가 암시하는 것처럼 과연 당혹스러움으로의 초대일까.
어둠이 짙게 깔린 갤러리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와 등신대 크기인 부처의 석조입상을 정면에서 대면하게 되는데 이 불상은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소장품의 이해를 증폭시키려는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취지에 따라 이번 전시를 위한 작품의 일부로 허용된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설립자 록펠러(John D. Rockefeller) 3세의 콜렉션에 속한 조상이다.
간다라 불상의 전형적 외관인 오른손으로 시무외인(施無畏印)의 수인(手印)을 취한 3세기의 불입상 얼굴 가까이에는 전등이 부착된 둥근 쇠 구조물이 설치되어 우리시대가 산출한 테크노 후광의 불이 밝혀져 있다. 전등과 함께 구조물 곳곳에 고정된 소형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로부터 포착한 불상 얼굴의 부분 부분들의 단편 이미지는 갤러리 삼면을 둘러싼 크고 작은 13개의 TV 모니터 상에서 몇 초 단위로 바뀌며 연쇄적으로 등장한다.

가늘고 높은 코, 여린 얼굴선과 입술, 정수리의 상투 등 부처의 이러한 얼굴 세부는 카메라의 프레임으로부터 우리가 차지한 공간으로 이동하여 전역에서 넘실거림과 동시에 벽면의 스크린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거울 속에는 실제의 불상 및 실제로부터 전기 매체로 전이된 불상의 이미지를 감상하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이제 과거로부터 거슬러온 정적인 유물은 움직임으로 변모되어 우리와 동행하는 것이다.
18세기라는 시간을 거슬러 온 불상이 카메라의 눈으로 걸러져 우리의 감상과 지각의 영역으로 다가오는 이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시간성을 병치시키고 과학과 예술 및 물질과 정신을 교차시키는 개념을 추진해온 마이클 주 작업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부분과 전체의 공존에 대한 그의 관심사가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이 없이 집약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마이클 주는 서방문명과의 만남으로 탄생한 간다라 불상의 선택에 관한 타임아웃 뉴욕지의 질문에 대해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화의 전이성이 자신에게 큰 흥미를 주었다고 최근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실상 불교미술의 기원지이자 동서문화 교류의 목격지인 간다라, 그리고 그 문화를 대표하는 불상에 대한 사색은 그것이 미술이던지 종교이던지 어떤 근원적인 것으로 우리의 의식을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뿌리문화와 이식문화라는 이분법적 나눔을 생각하기 보다는 간다라 미술에서와 같이 이질적 문화들이 하나의 원형으로 자리를 잡고 보편적인 것으로서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현상에 주목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마이클 주의 부처상이 주는 문화 정체성에 관한 물음은 혼돈보다는 문화의 공존에 대한 이해로 그 대답을 귀결시킨다. 그리하여 이 시대가 속한 테크놀로지 문명과 아시아의 고대 문명의 조우는 문화의 혼재양상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탄생의 초석이 됨을 가늠케 한다. 결국 과거의 영광도 미도 퇴색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마이클 주의 공간 속에서 다차원과 소통하는 긴 여정으로 몸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창조한 어둠의 공간은 혼란과 당혹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있고 또한 전통이 나와 함께 있는 열린 가능성의 공간으로 변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