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27 뉴욕 앨런스 스톤 갤러리
Wayne Thiebaud, Since 1962: A Survey
센트럴 파크를 옆에 두고 있는 뉴욕시의 5번가 상단부는 뮤제오 델 바리오 라틴 미술관, 유태 미술관, 쿠퍼 휴이트 미술관, 국립 디자인 아카데미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이 20여 블럭에 걸쳐 차례로 자리 잡고 있어 '뮤지엄 마일'이라 불리어 진다. 또한 근처의 5번가와 매디슨 애브뉴 좌우로는 오래된 갤러리들이 많이 산재해 있어 뉴욕시의 대표적인 갤러리 구역 가운데의 하나이기도 하다.
소위 이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소재한 갤러리 중 가장 위쪽에 있는 것 중의 하나인 앨런 스톤 갤러리에서는 현재 웨인 티보가 40년 동안에 걸쳐 제작한 회화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생존한 주요 미국 구상 화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웨인 티보의 회고전은 최근 수 차례 열린 바 있다. 그의 50여 년간의 화단을 결산하는 캘리포니아 소재 페퍼다인 대학의 기획전이 2003년에 열린 것을 비롯, 2001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이 기획한 순회 회고전이 여러 도시를 거쳐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에서도 열렸다.
사실 웨인 티보가 뉴욕 미술계에 알려지게 된 것은 바로 앨런 스톤 갤러리와의 인연을 통해서이다. 애리조나 출신으로 줄곧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던 웨인 티보는 강단 활동을 하던 중 캘리포니아 대학 여행기금을 받고 1962년 봄 뉴욕을 방문한다. 전시회를 갖기 위해 여러 갤러리와 접촉하던 도중 바로 두 해전 갤러리를 오픈한 디렉터 앨런 스톤과 우연한 친분을 갖게 되어 그 해 4월 개인전 개최에 성공한다. 그 이후로 지금껏 웨인 티보는 수차례의 개인전을 동 갤러리에서 열어 왔는데, 웨인 티보의 경력으로 보면 42세에 연 첫 뉴욕전이 결코 이른 뉴욕 데뷔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특징적 회화 양식이 이 즈음하여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경력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수 있겠다.

1960년대 초반에는 아직 전 시대의 추상 미술이 화단의 대세였으나 이와 동시에 추상에 반하는 구상의 경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웨인 티보를 이야기 할 때 팝아트와의 관계에 대해 논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가 팝아티스트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흥미롭게도 대표적 팝아티스트인 앤디 워홀과 경력상의 유사함이 발견된다. 제약회사 도안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웨인 티보처럼 앤디 워홀은 구두 도안 등 상업 광고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출발하였으며, 웨인 티보의 첫 뉴욕 전시와 같은 시기인 1962년에 L.A.소재 페러스 갤러리에서 32개의 캠벨수프 캔(1961-2)으로 첫 전시회를 가짐으로써 미국 팝아트의 서장을 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시대의 추상의 경향에 반하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대중매체의 속성이나 이미지를 이용하는 앤디 워홀과 달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대상을 소재로 삼아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웨인 티보는 뉴욕 팝아티스트와 그 괘도를 달리 한다.

40여년의 작품여정
196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40년여에 걸쳐 제작된 총 27점의 작품이 제작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습작기에서부터 근작에 이르는 그의 긴 회화의 여정을 개괄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웨인 티보의 특징적인 음식 주제 회화와 풍경으로 전환한 근작을 비교 감상하면서, 소재의 변화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시야의 확대와 구상 속에 시도한 추상적 실험의 흔적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베이커리와 델리카트슨의 진열장에 놓인 먹거리의 재현이 시각적으로 미감을 자극시키는 한편, 일정한 모양과 간격으로 나열된 케익 조각, 주렁주렁 매달린 소시지, 원형 페인트 통, 볼트 자르는 커터, 넥타이 걸이, 모자 걸이 같은 사물이 배경의 세부 없이 화면에 덩그러니 등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대상으로부터의 의인화된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반해, 근작에서는 풍경 속 공간에서 전이된 선과 면이 교차하는 화면이 신비로운 역동성을 구축한다. 웨인 티보는 도심속의 직선적인 도로와 굽이치는 산과 강, 구름과 계곡, 구획된 논밭과 바다의 정경을 빛이 충만한 공간의 재현이면서도 하나의 자족적인 구성적 화면으로 완성하였다.
시대를 넘어선 진실성과 사실성을 전달해 주는 16세기의 정물화와 풍경화처럼 웨인 티보가 구현한 것은 평정함과 동시에 진솔함을 주는 현대의 정물화와 풍경화이다. 맨해튼을 활보하는 뉴욕커의 눈에는 40년전에 고정된 진열장의 모습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이 엇비슷하게 보이며, 햇살 속에 정지된 풍광은 여느 도시를 벗어나면 보이는 그 어떤 산과 강의 모습과도 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