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광고를 보면 미술작품을 소재로 한 것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이러한 광고들은 주로 기업의 브랜드 파워 강화나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그 전략의 대부분이 그들의 기대에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얄팍한 상술의 편린에 불과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술의 사회적 기능이 확장된 결과라고도 한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미술은 기업의 문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들이 미술계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과연 미술을 향한 기업들의 태도에 대해 미술계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하는 염려 때문이다.

솔직히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게 맞을 것이다.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 상승 전략이라는 명확한 의도로 미술을 채택하지만 미술계는 스스로를 브랜드라고 칭하는 일조차 생소하다. 그동안 작품을 상품으로 여기는 것이 금기인 미술계에서 어찌 브랜드라는 말이 가당키나 했는가 말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신의 기업 브랜드나 상품에 어울리는 미술을 찾아내어 성공적인 짝짓기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수익구조를 만들어 냈고 그 안에서의 미술은 은연중에 상품이 되거나 브랜드가 되었다.

미술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의미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제 미술계 스스로 브랜드 가치의 정립은 물론, 미술계에서 말할 수 있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무조건 동참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미술 스스로의 존립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의 시기가 왔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예술 혹은 작가의 순수성만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미술에서의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술의 힘 그 자체다. 어렵고 진지하고 무겁게만 풀어내야 미술일 것인가. 아주 간단한 브랜드 하나로 충분히 쉽고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미술이다. 물론 그 브랜드 저변에는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학제적 연구와 전략은 필수요, 이를 사회에 풀어내는 방법의 모색은 절대적이다. 그래야 명쾌한 미술의 브랜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의 순수성을 세상에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중간자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간자는 갤러리, 미술관과 같은 미술계의 하드웨어일 것이다. 하지만 작품 판매만을 수익구조로 삼는 갤러리나 전시를 위한 전시를 만들어내는 미술관은 미술계의 브랜드 파워가 될 수 없다. 그들의 힘이 강하지 못하면 그들을 조력자로 움직이는 작가나 작품의 순수성이 반감되어 버리는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미술계의 하드웨어에는 타 분야와는 달리 갤러리와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구조가 있기에 오히려 미술계의 브랜드파워 향상과 가치의 상승전략에 유리하다. 이들 사이에는 협력이라는 과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미술관과 갤러리는 서로의 브랜드파워 강화에 힘이 될 것이다. 오랜 세월 고고하게 자신의 세계를 지켜오던 미술계도 어쩔 수 없이 세상의 힘겨루기에 노출되고 말았다. 미술의 가장 큰 가치가 예술성이라고 한다면 이를 지켜낼 수 있는 미술계 스스로의 힘이 이제는 필요하다.

- 세계일보 2005.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