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19 – 2005. 2. 13 루드빅 콜렉션 현대 미술관
비엔나의 MUMOK 이라 불리는 루드빅 콜렉션 현대 미술관에서는 오스트리아 작가 게르발트 로큰샤우브(1952년 생)의 개인전이 있었다(2004년 11월19일-2005년 2월13일).
1993년 베니스 비에날레 오스트리아관의 대표 작가로 초대되었을때 오스트리아관 전체에 마치 공사가 진행되는듯한 산업용 철판의 좁은 통로인 비계(catwalk) 를 설치하여 오스트리아관 벽위의 채광창을 통해 위에서 쟈르디니 밖을 내다보게 했다. 도록에서 주문하는 규격화된 기성품 비계를 설치하여, 마르셀 듀샹의 레디 메이드가 되기 전의 상태, 이러한 통로의 원래 기능을 잃은채 전시 문맥에서 보여지면서 순수하게 시각적 오브제로 기능하고 새로운 건축적 구조를 경험하게하여 국제 미술계에 관심을 모았던 작가이다.
이번 기획된 “4296 M3 (4296 평방미터)”는 전시 공간의 부피를 완벽히 사용하는 의미에서 주어진 제목인데, 전시된 작품은 80년부터 작가의 개념을 정리해 보여주지만 기존의 연대별 나열식의 회고전은 결코아니다. 로큰샤우브에 있어 회고전의 의미는 이미 발전시킨 여러 아이디어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문맥을 형성하면서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모두 거의 “위장된 액션”으로 제도화된 미술 공간을 침투하듯 설치한 현지 작업이다.
로큰샤우브가 사용하는 형태적 언어는 광고 분야의 미학에서 유래된다. 1984년 광고 포스타 제작시 로큰샤우브는 육안 섹스(eye sex)라는 슬로건을 걸고 광고의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무의식세계를 통해 머리속에 박히는게 되고, 이들의 호기심은 주의를 집중해서 보겠다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80년대 초기의 작품들은 대중문화에서 유래된 그림문자 사인들을 여러색과 형태로 결합하여, 단순화된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가볍고 거의 장난기 스러운 소규모의 그림으로 담았다. 로큰샤우브뿐만 아니라 죤 암리더(John Armleder), 헬무트 훼데르레(Helmut Federle), 이미 크노블(Imi Knoebel)등 80년대 미니멀이후 “네오-지오 (Neo-Geo; a new geometry)”이름 아래 작업한 이들 국제적인 작가들은 구조주의에서 발전, 미니멀과 폽아트로 이어지는 모더니스트의 형태적인 언어로 작업하지만, 70년말 아방 가르드 운동과 정치적 유토피아의 종말에 대한 하나의 반응으로 전반적인 예술 분야의 예술 창조라는 상황, 지각의 조건, 일상 생활내의 추상적인 시각적 자극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이슈로 놓고있다.

로큰샤우브는 작가로뿐만 아니라 DJ 음악가로도 활동폭이 넓어 한정된 제도권의 테두리를 넘어선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시각적 소통의 전략은 광고 그래픽과 음악의 창조적인 원리를 기본으로 한다. 70년말은 음악계에서는 펑크와 뉴 웨이브가 유행되고 있었는데, 한 분야에서 또 다른 분야와 서로 교차 되면서 생성되는 로큰샤우브의 작업 방법처럼, 여러 다른 요소를 인용하고 결합하여 하나의 규격화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80년 중반 부터는 기계화된 테크노 샘플과 컴푸터 기술을 이용 라이브 음악 자료를 섞어 즉흥적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본격적인 DJ의 일을 하게된다. 음악적 경험과 평행하듯, 80년말부터, 로큰샤우브의 작업은 좀더 기계화된 작업의 형태를 보이게 된다. 페인팅 대신에 실크 스크린을 회화나, 전시, 설치작업도 주로 컴푸터를 이용하게된다. 그리고 작업에 쓰이는 재료도 주로 공장 산물인 플라스틱이나 아크릴을 쓰게되는데, 테크노 음악의 간단한 몇가지 요소가 기본 구조를 이루듯, 간결하고 축소된 몇가지 형태로 설치 작업을 하게된다. 공기로 부풀리는 대형의 플리스틱 정육면체나 직육면체 오브제가 방을 채우거나, 같은 형태의 오브제들이 시리즈로 반복되어 설치되는가 하면 투명한 아크릴 판넬이 한 벽을 채운다. 80년대 초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여러 형태/색갈의 상형문자 디자인의 페인팅에서 점차 단순한 재료나 형태적으로 미니멀 조각과 매우 흡사한 작업을 하게된다. 로큰샤우브는 80년대 말 부터 신체적 경험을 통한 확장된 지각력에 대해 연구하며 꾸준히 작업을 추구해왔는데, 조각과 그림 오브제들로 공간을 구성하면서 관람객의 움직임을 지휘한다. 이러한 배치는 시각의 한계를 보여 주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이 보여지는지를 결정하게된다. 전시를 통한 이러한 움직임은 각자의 주관적인 반응의 분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으로는 공간을 막는 끈을 쓰거나, 비치는 투명한 플라스틱 카텐으로 공간을 나누거나, 동선을 막거나, 작은 통로를 만들어 조절한다. 80년대 로큰샤우브의 회화를 상기시키는 2001년에 소개된 추상 이미지의 “2001, 6개의 애니메이션, 6 DVD 플레이어즈,” 작업이 이번 전시에서는 기하학적 형태와 선의 6개의 나누어진 이미지가 19미터 이상의 벽에 급속히, 새롭게 바뀌는 동영상으로 보여진다. 이 작업은 이웃한 옆 전시공간에서도 유리창처럼 열려진 작은 공간을 통해서 볼 수 있는데, 애니메이션이 보이는 열려진 창 옆에는 흰색과 빨간 아크릴 유리판넬이 겹쳐 벽에 기대어 전시되었는데, 추상 기하학의 역사에 대한 익살스러운 비평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큰샤우브는 과거의 작업도 주어진 공간적 해석에 따라 새로운 문맥으로 과거의 작품을 재해석 하였다. 전시 큐레이터 볼프강 드레흐슬러(Wolfgang Drechsler)의 얘기대로 게르발트 로큰샤우브의 작업 방법은 재충전/재혼합 (reload & remix) 으로 정리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