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4 - 6. 10
아를르 사진 축제의 역사
아를르의 사진 페스티벌은 ‘만남(Rencontres)’이란 타이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올해 36회째를 맞이한 ‘만남’은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사진 축제이고, 해마다 6월이 되면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사진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행사는 크게 전시와 프로젝션, 그리고 <올해의 밤>이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6월 4일 공식적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시를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들이 개막 주간인 6월 10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됐지만, 전시는 9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만남’은 1970년, ‘예술’로서의 사진이란 테마가 논쟁거리가 되던 시기에, 지금은 더 이상 흥미를 끌지 않는 주제가 돼버린 “사진은 예술이다”를 시작됐다. 전시 규모나 기획력이나 지금에 비해서 상당히 빈약했을 테지만, 현대 사진의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였고 할 수 있다. 아를르가 명실상부한 사진의 도시로서 현재와 같은 지명도를 얻게 된 역사는 물론 ‘만남’의 덕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서, 아를르 사진 축제가 만들어지기 5년 전인 1965년, 아를르 시가 사진에 관심을 갖고 레아튀(Reattu) 미술관에 사진 작품을 소장하게 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아를르 사진 축제를 공동으로 창립했던 뤼시앙 클레르그(Lucien Clergue) 그리고 장-모리스 루케트(Jean-Maurice Rouquette)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에 아를르의 레아튀(Reattu) 미술관에 큐레이터로 있었던 이 두 사람은 프랑스에서 이 미술관에 최초로 사진부를 만들었다. 한 도시가 그것이 사진이든 영화이든 무언가를 테마로 축제를 개최하는 일은, 물론 프랑스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들로 유명하긴 하지만, 세계 곳곳의 도시들에서 이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늬만 국제적인 축제로 그치지 않고, 정말 그 자신의 이름에 버금가는 역사를 형성할 수 있다는 문제는 얼마나 탄탄하고 조직력 있는 하부구조를 갖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고, ‘만남’이 사진의 도시 아를르를 구성하는 하나의 하부구조로서 그 도시의 콜렉션을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진의 도시, 아를르
아를르 사진 페스티벌은 1973년부터 몇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예술감독이라 할 수 있는 아티 디렉터에 의해 행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전시들이 기획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처럼 특정한 테마를 중심으로 작가가 선정되고 전시가 구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다.
작년 마틴 파에 이어 새로운 아트 디렉터로 누구를 지명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던 주최측이 올해의 행사를 위해 선택한 대안은 특정한 아트 디렉터 없이 절충적으로 전시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아를르라는 작은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인 건물들과 프랑스의 국영철도회사 (SNCF)가 사용했던 정비공장 건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55개나 되는 전시는 사진 저널리즘에서 개념적인 설치 작업까지 충분히 볼거리는 많이 제공하고 있다. 올해의 전시들을 묶어주는 몇 가지 키워드는 ‘초상’, ‘국립 사진 고등 에콜 (ESNP) 20주년’, ‘재발견’, ‘긴장 속의 세계’ 그리고 5명의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작가들의 사진을 출판상을 포함해 다섯 개의 상으로 다시 구분해 소개하는 ‘시상전’이 그것이다. 시상전은 자연스럽게 젊고 유망한 사진 작업을 발굴한다는 목적으로 2002년에 만들어졌지만, 올해부터는 각 카테고리별로 수상된 작가들에게 개인전을 열어준다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전시 구성 요소들을 통해서 언뜻 짐작이 가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적인 전시 구성이 실제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긴장 속의 세계’라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주제 속에 이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전시들이 섞여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목할만한 전시들은 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후 문을 닫은 도미니크회 수도사 교회 (Eglise des Freres Precheurs)에서 사진과 설치, 그리고 음향 작업을 소개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미구엘 리오 브란코(Miguel Rio Branco), 그리고 첫날 고대 극장에서 있었던 프로젝션 프로그램을 연 이스라엘의 그래피스트 데이비드 타르타코버(David Tartakover) 등, 폭력과 죽음, 인종간의 분쟁 같이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룬 전시들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편, ‘재발견’에서 눈길을 끌었던 또 다른 전시는 스웨덴의 사진가 스트룀홀름(Stromholm)의 거칠면서도 동시에 시적인 흑백 사진들로 구성된 개인전이었다. 1965년 스톡홀름에서 스캔들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흘 만에 철수됐던 전시를 재연한 것이다.

모든 종류의 행사에 있어서 그 행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내용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디렉터의 역할은 대단히 중대하다. 절충적이었던 이번 행사의 전시 구성에 있어서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면, 예년과는 달리 아를르 사진 축제의 실질적인 노선을 잡아주는 아트 디렉터의 부재 때문일까? 어쨌든, 올해의 다소간 산만한 전시와는 달리, 날카롭고 아이러니컬한 시각으로 현대 사회와 일상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영국 사진가 마틴 파가 아트 디렉터로서 총괄적으로 전시를 기획했던 작년의 ‘만남’은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년에는 또 올해와는 달리, 사진가이면서 시네아스트이기도한 레이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이 아트 디렉터로서 전시를 준비한다고 한다. ‘개념적인 도큐멘터리’를 표방하고 있는 그는 마틴 파처럼 매그넘의 멤버이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사진가들을 다시금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프랑스의 사진에 영향을 주었던 외국 사진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주로 프랑스의 사진에 포커스가 맞춰질 내년의 ‘만남’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