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6 - 9. 12 뉴욕현대미술관
<현대 회화의 선구, 세잔느와 피사로: 1865-85>전이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세기 미술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두 프랑스 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와 폴 세잔느(1838-1906)의 친교와 예술적인 상호 영향을 조명하는 이번 특별전은 피사로의 증손자이자 모마의 회화 조각부 큐레이터인 조아킴 피사로가 기획한 것으로 두 화가의 회화 및 드로잉 총 93점이 비교 전시되어 주목받고 있다.
세잔느와 피사로가 그린 초상화, 정물화, 그리고 다수의 풍경화가 나란히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풍경화의 경우 두 사람 회화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함으로 인해 누구의 작품인지 구분이 어려운 작품들도 있어 1865-85년 사이에 오고 간 피사로와 세잔느의 긴밀한 교류가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자리이다. 또한 세잔느와 피사로가 파리 시내를 벗어나 우아즈 강 유역의 지역인 폰주아즈, 오베르의 같은 장소에서 함께 그린 작품들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는 귀한 감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세잔느는 자연의 대상이 원통, 사각형, 원뿔로 환원될 수 있다는 명언과 함께 입체파를 비롯한 20세기 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남긴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한 마디로 규정되기 어려운 화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빛으로 충만한 자연을 포착한 1870년대의 인상주의 시기 회화로부터 대상의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독자적인 화면을 구축한 후기 회화에 이르기까지 세잔느가 거쳐간 다양한 회화적 여정이 보인다.
한편 피사로는 1870년대부터 파리의 살롱전을 거부하고 기성 미학에 반대하며 자신의 자유로운 예술관을 표명했던 화가이다. 피사로는 1874년부터 1886년까지 8회에 거친 인상주의 전시회를 빠짐없이 모두 출품한 유일한 화가로서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미술가이지만, 다양한 기법과 구성을 시도한 그의 회화 세계 또한 명확한 시기 구분이나 양식 규정이 쉽지 않다. 다른 인상주의자들과 달리 피사로는 특정 소재나 기법에 관련되지 않으며, 순간적이고 변화하는 시각의 ‘인상’을 기록했다기보다는 자연의 형태와 화면 구성을 중시했는데, 이점은 그를 세잔느와 연결시키는 고리이기도 하다.

피사로와 세잔느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조화’를 중요시하여 세잔느는 ‘미술은 자연과 유사한 조화’라는 말을, 그리고 피사로는 ‘진정한 인상주의 방식은 화려함이 아닌 조화로움이 있는 색채’라는 말을 남겼으며, 순간성을 표현하기 보다는 화면 속에 자연의 안정적이고 견고한 형태를 고착시키려 했다. 세잔느가 프로방스에 머무는 시기에는 피사로의 그림을 직접 복사하기도 하고 피사로의 초기작을 참조하여 유사한 위치에서 사생을 하는 등 피사로의 풍경화에 담긴 구성과 색감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현대미술관인 모마가 기획한 피사로와 세잔느 2인전은 ‘현대’ 회화의 선구자에 대한 평가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다. 기존세대 없는 후속세대는 없으며 ‘현대성’이라는 것은 이전 세대나 사조를 반대하고 탈피하는 경향이라기보다 회화적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가운데 기존 세대와 차별되는 독자적인 방법의 발견인 것이다.
조아킴 피사로가 저술한 전시도록은 사회사적 예술사적 배경을 곁들인 충실한 글로 현대 회화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차지하는 두 거장을 이해하는 지침이 된다. 이번 전시는 LA 카운티 미술관과 파리 오르세 미술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