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미손 회고전 2005. 6. 23 - 10. 23 휘트니 미술관
제임스 터렐 전 2005. 7. 14 - 9. 24 페이스 윌덴스타인 갤러리

휘트니 미술관의 로버트 스미손 회고전과 페이스 윌덴스타인 갤러리의 제임스 터렐 전시는 어떠한 특정 이미지나 오브제로서의 미술의 대안이 되는 작업 방식을 제안했던 두 미국 미술가의 예술세계를 고찰하게 만드는 전시로 현재 동시에 열리고 있어 주목이 된다.

우선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는 로버트 스미손(1938-1973)이 남긴 다양한 각 영역의 작품들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초기 드로잉과 콜라주를 비롯하여, 거울, 금속, 돌 등의 재료로 제작된 1960년대의 조각적 구조물과 설치, 그리고 사진과 필름이 함께 전시된 미국에서의 첫 스미손 회고전이다. 작년 LA 현대미술관의 기획전(2004년 9-12월)을 시작으로 달라스 미술관(2005년 1-4월)을 거쳐 휘트니 미술관(2005년 6-10월)에서 열리고 있다.
스미손은 비행기 사고로 35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1970년대에 미국 미술계의 가장 주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술가로서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10여 년 동안 전통적인 미술 영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개념의 작품과 비평을 남겨 후대 미술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60년대 뉴욕 미술계에 부상한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기하학적이고 수학적인 배열의 조각들은 사실 추상적인 미니멀 조각 영역에 속하면서도 사진과 지도 등이 동반된 개념적 작품이며, 미국의 일상 속에서 채집한 물질을 이용한 작업들은 미국의 대중적 풍경을 팝아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스미손은 기존 미술의 여러 가지 범주를 넘어선 광범위한 새 영역을 개척했다.
뉴저지 태생으로 뉴저지와 뉴욕을 오가며 인간이 만든 부산물이 남겨진 ‘site’와 원래 위치로부터 이동된 폐기물 ‘non-site'를 규정하며 스스로의 고고학적 체계를 만들어간 스미손은 무엇보다도 <스파이럴 제티>(1970)로 미술계의 한 획을 그었다. 유타 주의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 북동쪽 호수변에 흙, 현무암, 유리로 수년간에 걸쳐 만든 천5백 피트 길이의 소용돌이 모양 구축물 <스파이럴 제티>는 스미손이 수년간에 걸쳐 완성한 대지 미술로 조각의 한계를 파격적으로 증폭시킨 기념비적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스파이럴 제티>를 위한 다수의 습작을 비롯하여, 그 제작과정 및 완성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스미손 자신이 찍은 영화도 상영중이다.





로버트 스미손 보다 약간 후대 미술가인 제임스 터렐(1943-)도 스미손 처럼 자연의 영역 자체를 미술의 영역으로 수용하였다. 1972년부터 추진해 온 로든 분화구 프로젝트의 경우, 북부 애리조나 소재 사막에 있는 로든 분화구 자체를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터렐은 특히 해와 달과 같은 빛의 작용을 이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주 원천으로 간주하였으며,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경계에 있는 빛이라는 요소를 미술계에 영입시켰다.
LA태생으로 대학에서 심리학과 수학 공부에 집중했던 터렐은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원 진학 후 미술을 전공하였는데 심리학에서 배운 시각적 환영과 인지 심리가 이후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터렐은 30여 년 동안 빛과 그 빛이 침투한 주변 공간을 미술작품으로 창조해 왔다.
자연광 또는 인공광원을 동원해 공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신비로운 비물질의 영역을 창조하는 터렐은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장에서 빛으로 충만한 공간이 관람자의 시각과 직접 소통하도록 만든다. 비물질적인 매체를 바라보는 행위는 관람자가 다시금 그 스스로를 보도록 만드는 순수한 경험의 세계로 인도하며, 빛으로 일깨워진 관람자의 시각과 신체는 일종의 정신적 각성으로 전이된다.
코너에 세워진 구조물에 영사기로 빛을 투사시키는 터렐의 1968년도 작품 두 점, 그리고 홀로그램을 이용한 최근의 벽면 작업 10여 점은 페이스 윌덴스타인 갤러리를 명상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며, 빛이라는 현상 앞에서 관람자는 개인적이고 내적인 성찰을 하도록 유도된다. 퀘이커 신념에 영향을 받은 그는 빛이 “숭고함의 직접적이고 곧은 제시”라고 특징 지웠다. 구체적인 것과 구체적이지 않은 것 사이에 존재하는 터렐의 조형 세계는 숭고에 대한 현대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