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 킴의 드로잉은 매우 개인적이며 환상적이다. 작가는 정밀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드로잉을 통해 자신의 사적인 경험과 기억, 작가의 소망, 그리고 꿈속에서 경험한 사물이나 상황을 전개시킨다. 말하자면 다발 킴의 드로잉 작업은 에세이나 일기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되 그것을 글 대신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형식면에서 상당부분 초현실주의적인 작품 전개방식을 따른다. 의식과 이성에 의도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초현실주의자들이 채택했던 표현 수법 가운데 다발 킴의 작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풀어놓는 자동기술법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물의 위치를 벗어나 엉뚱한 곳에 사물을 위치시키는 데페이즈망 기법 등이 자주 이용된다. 작가는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사물들과 상상의 오브제를 동원하여 자신의 잠재의식이나 무의식에 숨어 있는 경험과 기억을 재현하는 과정을 화면 위에 펼쳐 보여주며 이를 통해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다발 킴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들을 드로잉이 진전됨에 따라 세포가 증식하듯 작품으로 전개시켜 관람객과 공감을 이루는 보편적인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드로잉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의 해방감은 생활 오브제 위에 그려지는 페인팅으로도 연결된다. 전통적인 회화의 재료로서 캔버스와 물감을 사용한 페인팅이 아닌 다양한 물건을 화면에 도입하고 그 위에 페인팅을 가하는 아이디어는 서양 현대미술에서 오랜 역사와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20세기 초 종합적 큐비즘 시기의 피카소와 브라크, 슈비터스의 메르츠 회화, 뒤샹의 발견된 오브제와 다다 및 초현실주의 운동을 하던 여러 작가들의 작품, 네오다다로 불리던 라우센버그와 존스의 작품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쥴리앙 슈나벨이나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도 주로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다발 킴의 작품도 이러한 맥락을 이어받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오브제를 하나의 표현 형식의 요소로 채용한 일부 작가들과는 달리 다발 킴은 자신이 채택한 재료들을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펼치는 장으로서 채택하고 있다. 작가는 못쓰게 된 가죽 구두나 지갑 또는 가방 등을 분해하여 그 표면을 캔버스로 삼고 거기에 페인팅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결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재료의 성격상 아크릴 물감이 적용되는 전면과 재료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배경은 작품의 성격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여행했던 장소에 대한 기억과 감상을 환상적으로 기록하거나 자신의 꿈속에서 본 장면들을 재구성하기도 하는데 관람자들은 작품의 이미지와 함께 귀퉁이가 닳아버린 지갑이나 가방에서 작가의 개인적인 역사를 추측해 볼 수도 있다.
다발 킴은 최근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여러 국제 아트 프로젝트와 워크샾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6년 미국 서부 사막에서 시작하여 3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국제 사막 프로젝트인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에는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현장에서 제작한 다발 킴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막 현장에서 수집한 사물을 이용하여 그 위에 그린 그림도 선보이고 있는데, 다발 킴은 사막에서 발견한 동물의 뼈 위에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다시 그것을 오브제로 제시하기도 한다. 작가는 염소나 말 등의 뼈 위에 몰골 사막의 풍경을 파노라마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골편의 표면에 역사와 소통의 함의를 담은 드로잉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발 킴의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자들은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전달되는 작가의 의욕적인 표현과 풍부한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드로잉과 회화, 그리고 오브제로 표현되는 작가의 메시지는 현실과 환상, 기억과 희망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정서를 대변해준다. 그러한 다발 킴의 작품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밀도와 완성도가 높은 작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조형적인 힘과 자유롭게 상상하고 부지런하게 여행하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쏟아 넣는 순수하고 솔직한 경험이 관람객과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