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11 - 10. 30 2005년 베니스 코레르 미술관(Museo Correr)
제 51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함께, 베니스의 중심인 성 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코레르 미술관(Museo Correr)에서 루시안 프로이드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베를린 태생(1922년)이긴 하지만 나치를 피해 가족과 함께 1933년 영국으로 망명해서 1939년 영국 시민권을 얻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런던에서 작업하고 있는 루시안 프로이드는 영국의 가장 유명한 현존 미술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브리티쉬 카운실(British Council)과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베니스 비엔날레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 왜냐하면 루시안 프로이드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벤 니콜슨(Ben Nicholson)과 함께 1954년 제 2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처음 참가한 이래 50년 만에 마련된 회고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여든세 살이 된 한 작가의 작업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50년 전 그가 함께 했던 동시대의 미술과 현재의 미술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3년 전에 동일한 큐레이터에 의해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 루시안 프로이드의 대규모 회고전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 전시와의 차이를 얘기하자면, 이번 전시에 소개된 총 76점의 회화와 6점의 에칭 가운데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함께 신작들도 포함되어 있고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작품들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최초로 왕립 컬렉션 (Royal Collections)으로부터 대여되기도 했다.

루시안 프로이드의 작업은 그 장르나 기법 면에서 매우 단순하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과 사물이다.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고 자화상”이라고 했던 그의 그림들은 자신의 친구, 연인, 가족, 동료 예술가 혹은 자기 자신을 다룬 초상화이고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다. 초상화 외에도 작업실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나 물이 흐르는 개수대, 자신이 키우는 개 따위를 그리기도 했지만, 이런 소재들은 화가의 개인적인 삶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가 얘기하는 초상이란 단순히 모델과 얼마나 닮았는가의 표면적인 문제를 넘어서 한 인간의 고유한 삶 자체를 어떻게 밀도 있게 현존시키는가라는 재현의 문제이다.
회고전인 만큼 전시를 통해서 루시안 프로이드의 작업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 ‘자서전적인 초상’이라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그림에 적용된 구성이나 사용된 색들은 거의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초기 작업에서 강하게 엿보이는 1920년대 독일의 신사실주의 경향의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묘사가 60, 70년대에 오면 보다 두껍고 거친 붓 터치로 변하면서 화면의 마티에르가 강조된다. 루시안 프로이드는 이렇게 그의 모델과 회화 자체에 일종의 현존성과 함께 중량감을 부여한다. 아울러, 자기 자신과 주변의 사물 그리고 사람들에 기울이는 화가의 집요한 관찰은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상적이거나 상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작년 아트프레스(Art Press)에 의해 조사된 바에 의하면 루시안 프로이드는 가장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10대 현존 작가들 가운데 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2월에 있었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누드 초상화가 393만 파운드에 경매됐고, 6월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최초로 그린 자화상이 370만 파운드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렇게 루시안 프로이드는 미술 애호가 층이나 미술시장에서 그 명성을 확고하게 굳힌 현대 미술가다. 그러나 이러한 유명세가 과연 정당한 예술적 평가에서 오는 것인가는 신중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무표정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공허감, 노골적이고 선동적인 육체성의 부각, 그리고 숨이 멈춰버린 듯한 극적 긴장감과 ‘묘한 불안감’ 등을 통해서 당연히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술적인 담론을 형성하기엔 지나치게 사적인 범주에서 맴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루시안 프로이드는 화가로서 이전에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크문트 프로이드의 손자로서 대중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세계적인 슈퍼 모델인 케이트 모스(Kate Moss)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프란시스 베이컨 혹은 올해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소개되고 있는 레이 보웨리(Leigh Bowery) 등의 유명 인사들이 그의 모델이기도 했다. 루시안 프로이드가 이 모델들의 또 다른 명성을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의 명성이 루시안 프로이드의 대중적인 인기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그의 작업에 있어서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