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젼]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수준 되려면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드디어 어제 문을 열었다. 올해로 개관 60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은 6·25전쟁 등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무려 일곱 번의 이전(移轉)을 거듭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러한 불행한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게 된 것은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건평 4만평이 넘는 매머드급 규모, 강도 6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耐震) 설계, 세계 최초의 유물 내비게이션시스템 도입 등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 면에서 세계 6대 박물관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순(耳順)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내실을 통해서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그것은 교류와 연구, 교육과 같은 박물관 기본기능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작년 ‘2004서울세계박물관대회’에 참석했던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대표적인 박물관장들은 자신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국가 통치권자들이 주관하는 만찬 등 친교(親交)의 장에 배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한 모임은 박물관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로 일정한 수준의 담론을 유지하면서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국가 간 문화교류 등 실제적인 업무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의 조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도 이러한 문화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언젠가 한 일간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학예사(큐레이터)가 미래의 유망직종 1위에 올라서 변화하는 젊은이들의 직업관을 볼 수 있었다. 흔히 학예사를 박물관의 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박물관을 움직이는 것은 학예사들이기 때문이며, 그 동력은 연구에서 나온다.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결과물을 도출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학예사들의 연구 분위기 조성은 박물관의 내실을 기하는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학예사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러한 연구 문화의 진흥을 선도해주길 바란다.
또한 교육은 박물관의 역할 중 일반 국민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박물관은 역사가 응축된 유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교육장이다. 1만2000점 가까운 유물이 전시될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적어도 11시간 정도를 머물러야 다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박물관에 와서 한정된 시간에 유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다양한 연구서와 시대 및 분야별로 정리된 도록(圖錄)이다. 이 또한 박물관 연구직들의 몫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물이나 도록은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아트숍의 몫이다. 아트숍은 또한 온·오프 라인으로 운영되면서 우리 민족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상품을 비치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품격 높은 문화가치를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널리 향유할 수 있다. 그동안 런던의 대영박물관이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방문하여 느끼던 부러움을 이제는 우리 박물관에서도 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외에도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많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일 것이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외형뿐 아니라 내실 면에서도 세계적 박물관으로 도약해서 한국과 한민족을 대변하는 문화의 거울이 되기를 기원한다.
- 조선일보 200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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