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AC 2005.10.6-10.10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베르사유

젊어지기 위한 피악의 노력

올해로 32회를 맞은 국제 현대미술 견본시장인 피악이 파리의 포르트 드 베르사유(Porte de Versailles)에서 지난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개최됐다. 피악에 참가하는 화랑 수와, 그 중 외국 화랑들의 참가도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인데, 올해 역시 219개의 전체 참여 화랑들 가운데 27개국에서 온 외국 화랑의 수는 절반이 넘는 118개를 기록했다. 메인 전시장인 홀 4에서는 각 화랑들이 대표하는 근현대 미술이 개인전, 단체전 혹은 테마전의 유형으로 소개됐지만, 가구나 공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작년부터 디자인전도 따로 마련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미술의 국제 전파를 위한 엽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디아프(Adiaf)를 구성하는 개인 소장가들이 수여하는 ‘마르셀 뒤샹상’이, 올해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스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클로드 클로스키(Claude Closky)의 비디오 필름에게 돌아갔다. 이 상의 수상자는 35,000 유로의 상금과 함께 내년 4월 12일부터 6월 5일까지 국립근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의 기회를 갖게 된다.

올해 피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피악의 연계 행사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퍼포먼스나 비디오 필름 상영, 설치 등을 위주로 해서, 엄밀한 의미의 전시라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상업적인 행사의 연장도 아닌, 좀더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주최측은 여기에 예술적이고 축제적인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런 새로운 프로그램은 그 동안 노쇠해진 피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작가에 투자하라!

아트프라이스(Artprice)의 보고에 의하면, 국제적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실제 시장에서의 거래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악은 이런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영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프리즈(Frieze)를 비롯해 10월 이맘때쯤 베를린, 런던, 쾰른과 같은 유럽의 도시에서 기획되고 있는 다른 주요 견본시장들과의 경쟁에서 피악은 예전에 구가하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바젤의 아트페어와는 비교하기 무색할 만큼 통상 거래되는 작품의 가격대는 5,000에서 50,000유로 정도의 선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한 화랑주는 프랑스가 이미 현대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그것을 소비의 대상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젊은 작가들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술시장에서 콜렉터들이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서 몇 년 후에 몇 배의 이익을 보면서 되파는 일은 예전처럼 극소수의 경우에만 한정된 예는 더 이상 아니다. 여기에는 물론 미술관이라는 제도권과 콜렉터의 안목 그리고 화랑주의 경영 전략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프랑스의 경우엔 젊은 작가들에 대한 투자와 시장에서의 작품 거래가 비교적 저조한 편이다.
피악의 메인 전시장인 홀 4 외에도 작년부터 5.1 홀에서 기획되기 시작한 <전망(Perspectives)>과 <미래의 진동(Future Quake)>은 피악이 이처럼 국제 미술시장에서 뒤쳐진 간격을 따라잡기 위해 마련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전망> 이라는 섹션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에 출품한 화랑들(34개)은 최근에 국제 무대에서 부상하기 시작하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미래의 진동>에 참가한 화랑들(25개)은 개업한지 3년이 채 안 되는 신참 화랑들로 구성돼있고 거기서 판매되는 작품들 역시 5,000 유로를 초과하지 않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어서 젊은 작가들에게 관심이 있는 콜렉터들의 눈길을 끌고자 했다. 하지만, 예술적 잠재력을 갖춘 젊은 작가들에게 혁신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피악의 노력이 사실은 피악만의 선택은 아니다. 물론 이번 피악을 기회로 현대미술국립기금(FNAC)의 작품 구입과 함께 프랑스 문화통신부가 여러 가지 문화활성화 정책을 제시해서 비교적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현대미술 시장의 침체가 금새 가신 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프랑스의 미술시장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