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인사동 거리의 공예품 70∼80%가 외국산이다. 국적불명의 공예품 특구를 방불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정기국회에서도 문화관광위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35년 동안 공예 분야에 종사해온 사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싸구려 수입품을 한국문화로 파는 꼴이니 억장이 무너진다.
더 늦기 전에 인사동 전체를 ‘우리 고유문화유산 특구’로 지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시점이다. ‘인사동전통문화’ 사업을 실시해 인사동에 순수 우리 민족 고유문화 분야만 선별하여 입주시키고 영업케 한다면 그야말로 서울이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 사업이 힘들다면 우선 인사동에 전시 판매·보급하는 모든 공예인들을 의무적으로 등록케 하고, 이들에게 분야·종목별로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그들이 제작한 공예품에 인증서를 부착케 하여 제작, 판매,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현재 공예분야에 관련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노동부, 산업자원부, 농수산부, 행정자치부, 문화재청, 조달청 등의 업무를 통폐합하고 공예 발전 저해 관련 악법인 노동법, 공장등록법, 부가가치세법, 산림법 등에 대한 개선·폐지를 현장에서 맡도록 현실화해야 한다.

공예 관련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후 공예품을 직접 제작하고 완전한 한국적 공예품 개발과 이를 명품화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투철한 기능인과 디자이너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재정비하고, 작금의 이론과 조형미만 쫓아 실업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공예교육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각종 공예 관련 공모전, 전시회를 통폐합하여 한날 한시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공예축제’를 국내외에 보여줄 의무가 있다. 전통, 근대, 현대가 확연히 구분되어 각기 제 몫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승공예대전, 공예품대전, 관광상품공모전, 현대공예대전 등 1년에 10여 종류의 공모전 개최에 수십억원씩 낭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행사, 홍보성 위주의 공모전은 과감히 통폐합되거나 정비되어야만 한다. 매년 상금만 노리고 참여하는 꾼들도 그래야만 추방이 가능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물용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우수한 공예품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심각한 원·부자재 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들의 공예계와 돈독한 교류를 갖고 그곳에서 원·부자재 수급과 1차 공정(반제품)을 거쳐 수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만 조잡한 저질 공예품의 범람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공예계의 종사하고 있는, 특히 평생을 공예계에 몸담아온 장인들이 희망과 꿈을 가지며 기를 펴고 살 수 있도록 ‘장인정신 우대’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엉터리로 급조된 기·예능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탤런트 장인, 어용 장인, 위장 작가들의 득세가 오늘 같은 인사동의 모습을 만들지 않았나 반문하고 싶다.

-세계일보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