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포토(Paris Photo)가 지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간 루브르 박물관의 카루셀(Carrousel)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파리 포토는 1997년 출판업자이자 전시기획자인 릭 가델라(Rik Gadella)의 주도로 창설된 최초의 국제 사진 견본 시장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화랑들과 출판사 106개 가운데 73%는 미국을 위시해서 독일, 네덜란드, 영국, 스위스 등 외국 참가국이었다. 특히, 주최국인 프랑스에서 참가한 22개의 화랑들에 뒤이어 가장 많은 화랑 수(20개)를 기록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이것은 사진 시장에 대한 미국의 위상을 가늠토록 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파리 포토는 짧은 기간 동안의 행사이긴 하지만 매년 4만 명 가량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만큼 관객 유치면이나 실제 판매면에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취향과 다양한 경제력을 갖고 있는 구입가들을 겨냥하는 행사인 만큼 소개되는 사진도 다양하다. 19세기의 빈티지 사진에서 가장 최근에 제작된 현대 사진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도 다큐멘터리 사진, 풍경 사진, 초상 사진, 패션 사진 등을 아우른다. 전시의 구성 역시 각 참가 화랑들이 그들의 부스를 자유롭게 조직함으로써, 개인전, 테마전, 단체전 등의 여러 가지 형식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발뒤스(Baldus), 로저 펜튼(Roger Fenton), 샤를르 네그르(Charles Negre)와 같이 1839년부터 1914년 사이 사진사의 초기를 장식했던 사진가들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사진들을 비롯해서, 아버스(Diane Arbus), 브라사이(Brassai),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드와노(Robert Doisneau), 케르테츠(Andre Kertesz), 만 레이(Man Ray) 등 20세기 대가들의 작품들도 소개됐다. 여기에,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 히로시 스기모토(Hiroshi Sugimoto), 제레미 델러(Jeremy Deller) 등의 최근 작품들과 함께 오사카 에콜, 헬싱키 에콜 등을 대표하는 새로운 경향의 현대 사진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브라질에 이어 올해는 에스파냐가 파리 포토의 초대국으로서 모두 14개의 화랑들이 참가했다. 그 가운데 스테이트먼트(Statement) 섹션을 구성한 8개의 화랑들은 벨린천(Sergio Belinchon), 마르틴(Alicia Martin), 카스틸로(Naia del Castillo) 등과 같이 1960년에서 1975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 사진가들을 선보였다. 아울러, 주요 전시(Exposition Centrale) 프로그램은 마드리드의 자치단체의 사진 재단이 최근에 구입한 작품들을 처음으로 외국에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1999년에 발족된 이 공공 콜렉션은 알베르토 가르시아 알릭스(Alberto Garcia-Alix),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로데로(Cristina Garcia Rodero), 그리고 호안 폰쿠베르타(Joan Fontcuberta)와 같이 에스파냐의 현대 사진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 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파리 포토와 때를 맞추어서 파리 곳곳의 미술관에서는 <클로즈 업(Close Up)>이란 이름으로 볼 만한 사진전들을 기획했다. 그 중, 퐁피두 센터의 <다다(Dada)>,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의 <빌 브란트(Bill Brandt)에의 경의>, 주 드 폼므 미술관의 미샬 로브너(Michal Rovner), 그리고 유럽사진의 집(MEP)가 소개하고 있는 미구엘 리오 브란코(Miguel Rio Branco) 전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