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에 대한 평가
 세상에는 미술가도 많다. 그러나 한 작가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미술사
에 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작가의 대한 평가는 제각기 다르다.
운동선수처럼 어느 수치 기록에 의해 평가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공모전에서 수상은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며, 작가의 경력
에 중요한 사항이 된다. 몇년간 미술계에서 바쁘게 활동하던 작가가 슬며시
사라지는 예도 많다. 한 작가의 기반이 언론의 보도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미술가를 희망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미술인들 속
에서 작가로 평가 받고 미술사에 기록되는 미술가는 소수의 사람일 뿐이다.
작가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이 방면 전문가인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미술사가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23년전 1979년 여름 〈계간 미술〉에서
는 미술평론가 12명에 앙케이트로 작가들을 재평가 하였다.
그러나 그 평가 결과는 시비를 받고 말았다. 
* 중앙일보(1979. 8. 4) '과대평가 받는 화가가 적지 않다.' 
* 한국일보(1979. 8. 7) '과대평가된 화가가 많다.'
* 신아일보(1979. 8. 8) '화단에 과대평가 쇼크' 등...
 여기서 잠깐 그 잡지 내용을 재인용한다.

  하나의 문제 제기
 우리는 설문의 요지는 근대 및 현대미술사에 있어서 한 작가의 미술적 업
적을 재검토해보자는 것이었다.
 과연 과대 평가되어 온 경향이 있는 작가는 누구이며, 또 과소 평가되거나
우리가 그 중요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작가는 없었는가. 물론 이러한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자칫하면 피상
적이 될 수도 있고, 또 저널리즘의 호기심이나 만족시키기에 족한 것으로
간주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짤막한 몇 줄의 앙케이트로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
을까. 그 평가 방법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깊은 의구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
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회화의 사조로서 서양화가 도입지도 반
세기 이상 지났다. 서양화가 도입된 시기를 근대 미술의 시발점으로 잡는다
면, 한 시대의 미술사가 정리되기에 충분한 시간의 집적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어떤 작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단계에 이
르렀고, 또 기왕에 쓰여진 작가론도 다른 각도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
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 미술계에는 왕성한 창작 활동에 비해, 진지하고 솔직한 비평
정신이 결여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진정한 미술사란 활발한 비평 정신의
토대 위에서만이 쓰여질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 개개인에 대한
평가와 논의도 여러 관점에서 활발하게 야기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
러한 재검토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지난 반 세기의 우리 미술
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으로써 이 설문이
의도한 목표는 충족될 것이다.
평가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
 거듭 말하거니와 이것은 하나의 문제 제게를 위한 자료에 불과하다. 전문
적 지식을 갖춘 응답자들이 우리 미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의
총화이다. 그 이상의 어떤 의미는 없다. 따라서 구태어 명분을 붙여 말하자
면 이것은 한 시대의 비평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러한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면, 50년대의 평가와 60년대의 평가 사이에는, 또
그 것들과 70년대의 평가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
로 70년대의 평가도 앞으로 이루어질 80년대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이중섭이 과대평가된 작가로 지적되었다고 해서,
우리 회화사에서 그의 중요성이 조금도 감소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여러가지 미술 외적 요인으로 인해서 그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또 그의 그늘에 묻혀 있던 다른 중요한 작가들에 대해
서도 이제 관심을 둘때가 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한 작가가 논의의 대상이 되고, 검토되고, 또 평가된다는 것은 중
요한 일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또 과대든 과소든 간에
평가되는 편이 무시되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일이다.
 설문에 응답한 미술평론가들은 김윤수, 김인환, 박래경, 박용숙, 석도륜,
오광수, 유근준, 유준상, 원동석, 이경성, 이일, 임영방 씨 등이다.
 전반적으로 과대평가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과대 평가되어 온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응
답자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특히 동양화의 경우, 모두가 과대 평가되고 있
을 뿐이며, 과소 평가된 작가는 거의 없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피력한 인사
도 있었다. 또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추상 회화에 대해서도, 일종의 아류
로서 너무 과대 평가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과
대 평가된 작가로서 가장 많이 지적된 작가는 김은호와 이중섭이었다.
 김은호의 경우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그의 두 가지 측면을 분리해서 고
찰하지 않으므로써 과대 평가되어 온 감이 있다는 이당이 그 두 측면이다.
이당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탁월한 미술교육가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응답자도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이당의 중요성은 훨씬 감소되
어야 할 것이라고 응답자들은 보고 있었다.
 이중섭의 경우는, 작품보다도 그 드라마틱한 생애 때문에 과대 평가되어
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흔히 작가가 미술 외적인 요인으로 널리 알려지고
또 높이 평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중섭은 그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작가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밖에도 한국화가 고희동, 박승무, 서세옥, 이응노, 천경자, 서양화가 김인승, 
이인성, 이종우, 장욱진, 주경 등이  비록 소수의 의견이긴 하지만, 과대 평가된 
작가로 거론되었다. 반면 과소 평가된 작가로서는 한국화가 이용우, 서양화가 
구본웅, 김경, 김종태, 오지호, 이규상, 전혁림, 정규, 함대정, 조각가 권진규, 
김종영, 비디오 작가 백남준 등이 지적되었다.
(주) 각 작가에 대한 응답자들의 과소평가와 과도평가 이유는 계간미술 1979년
여름호를 참고 바랍니다.
                               - 서울아트가이드  2002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