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비디오 미술의 단층을 보여주는 두 전시
-한인 미술가 니키 리와 김수자가 참여

유태 미술관, 유태 정체성 프로젝트-새로운 미국 사진전
2005.9.23 - 2006.1.29 뉴욕 유태 미술관

‘환원 불가’-현대 단편 비디오전
2005.10.26 - 2006.2.26 뉴욕 브롱스 미술관



사진과 비디오 미술의 현황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뉴욕의 유태 미술관(The Jewish Museum)과 브롱스 미술관(Bronx Museum of the Arts) 에서 개최되고 있다. 정체성의 탐구라는 특정 주제를 내걸고 선별된 미술가 12명의 작품을 소주제별로 구성한 유태 미술관의 사진 및 비디오 전시와, 다양한 주제의 비디오 24편을 함께 보여주는 브롱스 미술관의 단편 비디오 전시는, 그 취지는 서로 다르지만 출신 국가를 달리하는 현대의 미술가들이 사진과 비디오라는 이미지 전달 매체를 어떠한 의도로 이용하는지를 조망하고, 그들이 현실을 어떻게 즉물적 이미지로 담는 동시에 그 속에 복합적 서술을 구축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유태인의 민족적, 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시각예술과 유태인 양자의 관계성을 규명하고자 기획된 유태 미술관의 ‘정체성 프로젝트’는 세 가지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유태인은 백인 소수 인종인가(Are Jews White Folks)? 유태인의 고향은 어디인가(Where is home)? 유태인이란 과연 무엇인가(What is Jewish)? 인종적 가설에 의문을 던지며 유태인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고 어떻게 생겼는가를 정의하려는 첫번째 시도는 니키 리의 작품으로부터 시작된다. 니키 리는 자신이 유태인과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로 분장한 <결혼>(‘부분’ 연작)사진을 통해 타인과의 접촉과 소통이 개인의 성격과 정체성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보여주며, 데이우드 베이(Dawoud Bey)는 피부색이 서로 다른 여러 명의 청소년 초상화, 그리고 자신을 유태인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관한 그들 각각의 음성 녹음을 함께 제공하여 백인 출신 유태인에 대한 통념을 깬다.

다이아스포라에 관한 이슈를 근거로 미국의 어느 지역이 과연 유태인의 고향인가를 논의하는 두번째 물음, 그리고 유태인을 규명하는 경계에 관한 세 번째의 물음에서는, 이민 온 유태 가정과 그 구성원의 모습 및 대사를 비디오로 기록한 라이너 가날(Rainer Ganahl), 사회의 윤리적, 정치적 모호성에 관해 사운드 및 비디오 설치로 언급한 에벤 및 칼(Tirtza Even and Brian Karl), 사회에 존재하는 스테레오 타입과 그 형성 체계를 두 대의 비디오 채널로 담은 요슈아 오콘(Yoshua Okon), 사진가의 응시를 어느 유태 커뮤니티 모임에 투영시키는 제이미 퍼무스(Jaime Permuth), 어느 마을에 정착한 유태인들의 스테레오 타입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한 안드레아 로빈스(Andrea Robbins) 및 막스 베허(Max Becher) 등 각각의 참여자들이 다양한 시점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이질적인 유태인의 삶을 해석한다. 이들은 세계적인 다이아스포라를 형성하는 ‘유태인’이 이제 백인, 중산층, 유럽 출신이 아니라, 선택, 입양, 이민 등 다양한 맥락에 의해 유태인으로 편입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한편 브롱스 미술관의 <환원불가>전은 특정 상황이나 사건으로 구성된 단편 작품들을 묶어 국제적인 비디오 아트의 다양한 양상들을 제시한다. 24편의 비디오는 대부분 편집이나 이미지 조작 없이 고정된 시점으로 녹화된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짧은 동영상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줄기는 없다. 몇몇 작가로부터는 연결고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카이로의 어느 길에 누워 몸소 타자의 시선을 받는 김수자, 그리고 알바니아 수도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알바니아 영웅들을 찬양하는 소년을 담은 영국출신 길리언 웨어링(Gillian Wearing)은 어느 한 명의 연기자를 통해 개인과 사회, 혹은 개인과 역사와의 관계를 서술한다. 더글라스 고든(Douglas Gordon) 또는 매즈 리너업(Mads Lynnerup)은 신체의 일부 이미지로 섹슈얼리티를 표출하며, 수메 체(Su-Mei Tse) 또는 마크 루이스(Mark Lewis)는 장엄한 자연 풍경을 대형 프로젝터로 담아낸다.

사진과 비디오는 시각에 직설적으로 호소하는 동시에 언어의 도움 없이도 의미의 복합성과 모호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동적인 매체이다. 관람자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자유롭게 엮어내어 새로운 해석의 영역을 유도하는 사진 및 비디오 매체의 이번 두 전시는 시각예술에 있어서 향후 두 매체의 지속적인 선호도를 가늠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