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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의 대표작가는 누구인가
한국미술의 대표작가는 누구인가
세상에는 미술가도 많다. 미술가를 희망하는 사람도 많다. 한 해 순수미술학과를 졸업
하고 쏟아져 나오는 작가 지망생들은 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은
14,000여 명이지만 훨씬 많다. 사실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미술인들 속에서 작가로
평가받고 미술사에 기록되는 미술가는 소수의 사람일 뿐이다.
한 작가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미술사에 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작가의
대한 평가는 제각기 다르다. 운동선수처럼 수치 기록에 의해 평가받는 것은 더더욱 아
니다. 일적으로 공모전에서 수상은 작가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며, 경력에도 중요
한 사항이 된다. 과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추천작가, 초대작가가 계급장 역할을 하
던 시대가 있었다.
몇 년간 미술계에서 바쁘게 활동하던 작가가 슬며시 사라지는 예도 많다. 한 작가의 기
반이 언론의 보도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작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지극
히 어려운 일이다. 선정 기준의 설정이 다르면 해답이 달라지고 취향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진다. 작가에 대한 평가는 미술평론가, 미술사가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미술자료 전문가인 본인이 지나간 몇 건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대표작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1979년 여름, <계간미술>은 “작가들을 재평가한다”라는 제목으로 미술평론가 12명에
게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이 설문에 응답한 미술평론가들은 김윤수, 김인환, 박래경,
박용숙, 석도륜, 오광수, 유근준, 유준상, 원동석, 이경성, 이일, 임영방 등 이었다.
이 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작가들은 과대 평가되어 온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응답자들
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특히 동양화의 경우, 모두 과대 평가되고 있을 뿐이며, 과소 평가된 작가는 거의 없다
는 극단적인 의견을 피력한 인사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과대 평가된 작가로서 이
당 김은호와 이중섭을 들었다. 김은호의 경우는, 대부분 응답자들이 그의 두 가지 측면
을 분리해서 고찰하지 않음으로써 과대 평가되어 온 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당은 시대
가 필요로 하는 탁월한 미술교육가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응답자도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이당의 중요성은 훨씬 감소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중섭의 경
우 작품보다도 그 드라마틱한 생애 때문에 과대 평가되어 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흔히
작가가 미술 외적인 요인으로 널리 알려지고 또 높이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이중섭은
오히려 그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 작가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밖에도 한국화가 고희동, 박승무, 서세옥, 이응노, 천경자와 서양화가 김인승, 이인
성, 이종우, 장욱진, 주경 등은 비록 소수의 의견이긴 하지만, 과대 평가된 작가로 거
론되었다. 반면 과소 평가된 작가는 한국화가 이용우와 서양화가 구본웅, 김경, 김종
태, 오지호, 이규상, 전혁림, 정규, 함대정, 조각가 권진규, 김종영 그리고 비디오 작
가 백남준 등이 지적되었다.
미술잡지 격월간 <가나아트>는 1994년 11·12월호 '한국 근대미술을 다시 본다'에서 한
국근대미술사학회 회원 혹은 근대미술 관련 저술자에게 추천을 의뢰하였다. 추천서가
도착된 39명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국근대미술가 11인을 발표했다. 추천자가 한국근대미
술가 10명씩을 추천하여 결정된 것으로 그동안 학계에서 평가 받아온 근대작가가 선정
된 셈이다. 여기서 이상범 30명, 변관식 29명, 박수근 27명, 김환기 25명, 김복진 24
명, 오지호 23명, 이인성, 이중섭, 이쾌대 각 17명, 고희동, 김은호 각 13명 추천을 받
아 11명이 되었다.
한국화가 청전 이상범(1897-1972)은 한국적인 산수화의 한 전형을 이룩했고, 소정 변관
식(1899-1976)은 금강산 실경산수를 그린 거장이었다. 춘곡 고희동(1886-1965)은 최초
의 서양화가이지만 한국화가로 전향한 한국 근대미술의 인사이고, 이당 김은호(1892-
1979)은 채색화의 대가로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서양화가 박수근(1914-1965)은 독학으
로 공부한 가장 한국적인 국민화가이고, 김환기(1913-1974)는 세계주의를 지향한 작가
이다. 오지호(1905-1982)는 한국적 인상주의의 최고봉인 작가이고, 이인성(1912-1950)
은 활동에 아쉬움을 남긴 천재화가였다. 이중섭(1916-1956)은 티 없이 순진한 신화적
인 화가이고, 이쾌대(1913-1987)는 해방공간에 재평가된 한국 근대미술의 힘이고, 김복
진(1901-1940)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각가이다.
21세기를 앞두고 1999년 12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회장 변인식)는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 60명을 무용, 문학, 미술, 연극, 영화, 음악 부문에서 각 10명을 선
정 발표했다. 미술에서 현존 작가를 포함해 백남준, 김환기, 박서보,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김기창, 변관식, 이상범, 허백련 10명이 선정되었다.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백
남준(1932- )은 비디오아트 창시자로 현대미술사에 기록된 세계적인 작가이며, 박서보
(1931- )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끈 작가이다. 천경자(1924- )는 자전적인 요소
가 많은 채색화가이며, 김기창(1913-2001)은 신체적 결함을 극복한 한국화의 대가이
고, 허백련(1891-1977)은 전통 남종화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았다.
같은 무렵 1999년 12월 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이어령)는 “한국역사인물 100인”을
발표했다. 이 100인은 국사편찬위원회에 의뢰하여, 단군에서부터 1987년 작고한 이병
철 삼성그룹 회장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중세, 근세, 현대의 인물을 고루 포함시켰다.
여기에 미술인은 조선시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3명과 개화기 이후는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중섭이 포함되었다.
한 작가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평가가 변할 수 있지만 앞에 거론된 작가들은 미술
사적으로 자리 매김된 한국 미술의 대표작가들이 틀림없다
- 르서울 2002년 2.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