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몇 사람에게 좋아하는 그림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 대답이 다 빈치의 <모나리자>, 밀
레의 <만종>, 반 고흐의 <해바라기>,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으로 이어졌다. 우리 근
대회화의 대표작에는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을 떠올리기 전에 어느 작가를 먼저 말한
다. 이제 우리의 근대미술도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미술사 속에 대표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지난 3월7일부터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은 웹사이트(www.moca.go.kr)
를 통해 <한국근대회화 100선전>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
·일 월드컵을 맞이하여 우리 근대미술의 뿌리를 찾고 그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
기 위해 <한국근대회화 100선>전을 4월 17일부터 6월30일까지 개최예정으로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었다. 우리 근대회화의 효시로 불리는 한국화 부문의 조석진, 안중
식과 유화부문의 고희동 등 근대화가들의 1900년에서 1960년 사이에 제작한 작품 중에
서 미술관에서 선정한 261점을 제시해주고 참가자가 30점이상 최고 100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 제시한 그림은 작가명 가, 나, 다 순으로 작품 이미지와 작가
(생몰연도), 제목, 제작연도, 재료, 크기를 표시하였고 어떤 작가는 여러 점을 보여주
었다. 당첨자 1등 10명에게는 <한국근대회화 100선>전 도록 1부 및 초대권 10매 등을
내걸었다.
한국일보에서는 20세기를 마무리하며 1999년 1월8일자에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
5회로 <회화>를 발표했다. 이 기사는 1901년 이후 발표된 한국화와 양화 중 미술사적으
로 큰 영향력을 지니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을 설문조사하고 추천을 의뢰해 이
루어졌다. 추천인 50명 중에는 미술평론가가 1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외에도 양화가
14명, 한국화가 9명, 미술관장 3명, 단체장·화랑대표 8명이 참여했다. 필자도 당시에
추천인 한 사람으로 참여했었다. 이는 작품 평가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반영되도록
평론가도 원로, 중진은 물론 소장까지, 한국미술사와 서양미술사, 추상과 구상 등 전공
영역별로 안배했다. 한국화가, 양화가의 경우에도 원로와 중진의 비율을 조절해 아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대미술사를 정리해 본 뜻있는 기획이었다.
추천된 작품들은 추천자의 의견들이 다양해 81명에 185점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사실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더라도 추천자에 따라 대표작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제작 연
대별로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 예로 박수근은 무려 11점, 이상범 10점, 변관식 8점, 이
중섭, 김환기, 장욱진, 김기창은 각각 서로 다른 7점의 추천작품이 있었다. 21세기에
남을 선정결과는 1위 이중섭의 <흰소 / 1950년대초> 에 28인, 2위 김환기의 <어디서 무
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1970년> 에 26인, 3위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 1962년>
에 21인, 4위에 박생광의 <무녀도 / 1981년>에 18인, 5위 변관식의 <외금강삼선암추
색 / 1966년>에 17인, 6위 이상범의 <아침 / 1926년>에 16인, 7위 유영국의 <작품-
Work / 1960년대>에 10인, 8위에 각 9인이 추천한 3점이 뽑혔는데 김관호의 <해질녘 /
1916년>,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 1935년>, 이응노의 <문자추상 1970년대> 등 총 10점
이 결정되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그동안 일반에게 많이
공개된 작품이 선정되었다.
월간미술 1998년 2월호에는 미술평론가 13인이 선정한 <근대 유화의 걸작 베스트 10>
이 발표되었다. 여기서 1위에는 김관호의 <해질녘 / 1916년>, 이인성의 <경주의 산곡에
서 /1935년> 이 각 11표로 2점, 3위 이중섭의 <흰소 / 1950년대초> 8표, 4위에는 구본
웅의 <친구의 초상 / 1935년>, 김환기의 <론도 / 1938년>, 오지호의 <남향집 / 1939년>
이 각 6표로 3점, 7위에는 이쾌대의 <군상 Ⅳ / 1948년>,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
1962년>이 각 5표로 2점, 9위에는 고희동의 <부채를 든 자화상 / 1915년>, 장욱진의 <
까치, 1958년>가 각 4표로 2점이 올랐다. 이 근대 유화의 걸작 10점은 앞에 한국일보
조사 평가와 차이는 작고 순서가 바뀌기도 하였다. 한국의 대표작품은 소박함과 생명력
이라는 한국의 정서를 한국적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중섭이 주로 그린 소에
는 우리 민족의 질긴 생명력이 살아 있고 박수근의 작품은 우리 이웃의 삶을 단순하고
간략한 선으로 그리며 그들의 소박한 정서를 잘 드러냈다. 김환기는 여인과 백자에서
출발하여 미국에서 거주하며 그림을 점이란 추상으로 승화시켰다. 한국화 부문에서 이
상범은 야트막한 한국적 산수화, 변관식의 금강산 실경산수, 박생광은 토속적 주제를
오방색의 원리로 풀어내면서 각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다 빈치의 <모나리자> 앞에 많은 관람객
이 몰려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어떤 작품
에 사람이 몰릴까? 1997년 7월 일본에 갔을 때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근대일
본미술의 명작 - 100년의 궤적전>을 보면서 근대 회화도 중요문화재로 지정 표시하고
있는 걸 보았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전통건조물 보존법에는 문화재 지정 규정이 있었는
데 현재는 법으로 명문 규정은 없으며 관례적으로 50년 이상은 지정이 가능하다고 하였
다. 이제는 근대작품도 문화재로 지정하여 좋은 작품은 더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
각이다.
- 르 서울 2002년 4,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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