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성구 전문기자의 '클릭! 아트'
아트컬렉션 어떻게 하나 <上>
입력시간 2002/08/12 17:24 sklee@hankyung.com
미술품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이들은 해외에 살면서 미술관이나 화랑을 자주 찾은 경험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
도 여유가 생긴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어떤 작품을 어디서 구입할지 모른다는 점.오랫동안 미술품을 구입
해 온 컬렉터들이 들려주는 '컬렉션 요령'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안목을 키운다=미술을 이해하고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데는 왕도
가 없다.
미술관과 화랑을 틈나는 대로 찾고 책 읽기를 병행하면서 스스로 심미안을 키워야 한
다.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작품의 실제 시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작품 구
매시 실패하기 십상이다.
컬렉터들은 대부분 정보 부족으로 인한 실패과정을 겪었다. 컬렉터들은 이를 '수업
료'라고 부른다.
◆작가의 대표작을 구입한다=어느 정도 안목이 생기면 그 다음 단계가 작품을 사는 일
이다.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고르는 게 최우선이다.
주의할 점은 자신이 선택한 작가의 대표작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인기 작가이건 무명
작가이건 간에 대표작이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이 있다.
대표작은 작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작품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투자 가
치'로서의 상품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비싼 작품은 사지 않는다=미술품 구입에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절대로 비싼 작품
은 구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작품 구매에 따른 리스크 때문이다. 화랑 주인들은 미술품 구매를 '투자 개념'으로 보
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미술품 구매가 재테크의 일환인 것만은 분명하다.
비싼 작품을 샀다가 몇년 후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미술품 구매를 후회하는 컬렉
터들이 적지 않다.
◆테마별로 구입한다=우리나라 컬렉터의 90% 이상은 일정한 원칙 없이 작품을 사들인
다. 그러다보면 컬렉션의 방향이 없어진다.
외국 컬렉터들은 테마를 정해 예컨대 드로잉이면 드로잉 작품만 구매한다든지 미니멀
작품만 수집하는 식이다.
테마별로 구매하면 나중에 소장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미술관이나 화랑 기
획전에 소장품을 빌려주는 보람도 생긴다.
----------------------
아트컬렉션 어떻게 하나 <中>
입력시간 2002/08/19 17:28 sklee@hankyung.com
미술평론가 K씨는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미술품 컬렉터다. 파리 유학시절인 1980년대부
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소장품이 1백50여점에 이른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컬
렉션이 '실패작'이라며 후회하고 있다.
좋아서 그림을 모으긴 했지만 소장품의 현 시세가 살 때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
다. 1990년대 초에 한 유명 작가의 작품을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입했지만 요
즘 거래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값이 하락한 소장품은 대부분 국내 작가의 작품들이다. 컬렉션 실패에 따른 허탈감,작
품 구입을 권유한 화랑에 대한 배신감이 들기도 했지만 명색이 스스로 '미술전문가'이
다 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산에 사는 O씨는 위작을 구입해 낭패를 본 케이스다. O씨는 20대 초반부터 그림에 관
심을 가져 35년동안 그림을 모은 베테랑 컬렉터다.
그는 80년대 말부터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한점 두점 모았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천경
자 그림은 10여점이지만 이중에는 위작도 있다. 천경자는 거래되는 그림의 절반이 가짜
일 정도로 위작이 많이 나도는 작가다.
위작을 수천만원을 주고 샀으니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컬렉션
을 잘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경우다.
컬렉터 중에는 컬렉션에 실패해 후회하는 이들이 사실 의외로 많다. 요인이 어디에 있
든 간에 컬렉션 실패는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
나중에는 좋아서 모은 미술품이 쳐다보기도 싫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요
즘 미술품 구입 여건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우선 믿을 수 있는 화랑들이 늘어났다. 화랑이 위작을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나중
에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대부분 변상해 준다.
더 확실한 방법은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경매에 나오는 미술품은 값
이 비싼 인기 작가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지만 종종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젊은 작가
의 작품도 출품된다.
위작을 샀던 O씨의 경우엔 천경자 그림값이 IMF사태 이후 3∼4배 가량 뛰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베테랑 컬렉터이면서도 위작을 샀다
는 '전과'는 아직도 따라다닌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
아트컬렉션 어떻게 하나' <下>
입력시간 2002/09/16 17:14 sklee@hankyung.com
30여년째 미술품을 구입해 온 L씨는 미술계에서 꽤 알려진 여성 컬렉터다. 대학생 때부
터 용돈을 모아 작품을 구입한 그는 박수근 이중섭 등 알짜배기 근·현대작품과 고미술
품을 소장하고 있다.
L씨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웃돈을 주고라도 반드시 구입했다고 한다. '박수근
그림이 호당 1백50만원 하던 81년쯤으로 기억합니다.
3호짜리 작품이 너무 좋아 거래가의 두 배인 1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도 화랑 주인
이 안 팔겠다고 버티더군요. 그래서 1천만원을 던져놓고 전시 끝나면 가져가겠다고 했
더니 나중에 제 수중에 들어왔어요.' L씨의 컬렉션은 투자 가치로 보면 '대박'에 가까
운 셈이다.
그는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높이는 데는 개인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며 '실수를 줄
이기 위해선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L씨가 '큰손' 컬렉터라면 50대 가
정주부인 H씨는 미술애호가에 가까운 전형적인 컬렉터다.
그는 지난 10여년동안 비싼 그림은 못 사고 2천만원 미만의 중견작가 작품 40여점을 모
았다. 미술품 구매로 큰돈은 못 벌었지만 소장품을 지금 내다 팔아도 어느 정도 수익
은 보장된다고 한다.
H씨는 주말이면 부부 동반으로 화랑과 미술관을 돌며 작품을 감상하는 게 삶의 즐거움
이다. '미술을 전혀 모르던 친구 10여명에게 미술품 구입을 권유했어요.
그랬더니 요즘 와선 다들 인생관이 달라졌다며 즐거워하더군요.' H씨는 '미술품 구입
을 투자로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취미로 시작하면 큰돈 안 들이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백자와 질그릇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던 유명한
소장가였다. 그는 1910년대부터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조선 도자기를 엄청나게 사 모
았다. 돈 많은 다른 일본 소장가들이 '야나기는 돈이 없어 민예품을 산다'고 비꼬자 그
는 이런 말을 남겼다.
'부자 소장가는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명 작품에 인이 박이고 안목마저 세론에 속
박돼 다른 것을 살필 여유가 없다.'
어떻게 보면 컬렉션에선 돈의 많고 적음,투자가치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컬렉
션은 미술품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자료창고
#5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