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페셜]
색다른 유물,첫눈에 반했어!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개인박물관’ … 짚풀·티벳 등 1백여 곳 작지만 알찬 만족
<< 등잔박물관, 짚풀박물관, 티벳박물관, 탈박물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옹기박물관,
자수박물관, 국악박물관, 축음기박물관…. 이런 특이한 이름의 박물관들은 모두 개인
이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들이다.
현재 전국에는 100여곳의 개인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들은 대부분 한 분야의 수집가
들이 사재를 털어 세운 곳이다. 때문에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여느 국립박물관 못지않
은 소장품들을 자랑한다. 작지만 알찬 박물관인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종류도
다양하다. 탈이나 옹기 같은 민속품이나 짚풀 등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의 향수를 느끼
게 하는 박물관에서부터 아프리카 미술이나 티벳, 중남미처럼 어떻게 모았을까 싶은 소
장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국적인 박물관까지 있다.
박물관은 흔히 한 나라의 문화적 척도이자 관광자원으로 손꼽힌다. 외국을 방문하면 가
장 먼저 가게 되는 곳도 대개는 박물관이다. 일본에는 모두 3500여곳의 박물관이 있지
만 우리나라에는 국·공립을 합해도 300여곳에 불과하다. 이 속에서 개인박물관은 우
리 문화의 ‘작지만 알찬 지킴이’가 분명하다. 이번 겨울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곳
곳에 있는 개인박물관을 한번 찾아가보자. >>
* 티벳박물관 전경(왼쪽)과 신영수 관장(오른쪽). 신관장은 지금껏 수만여 점의 각국
민속자료를 모아온 직업 수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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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박물관
지난해 12월 문을 연 티벳박물관은 여러모로 여타 개인박물관과 다르다. 진짜 티벳의
집처럼 생긴 박물관 구조도 그렇고, 결코 넓지 않은 1, 2층에 오밀조밀 유물들을 배치
해놓은 점도 그렇다. 거기다가 모든 관람객들에게 차까지 서비스한다. 소장품에서 풍기
는 묘한 버터 냄새를 맡으며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마치 티벳의 한 사원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지만 티벳박물관은 소장품만도 1600점에 이른다. 이중 600점이 현
재 전시되고 있는데 티벳의 복식과 불상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장품들도
신영수 관장(49)이 지금껏 모아온 수집품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신관장은 티
벳 자료 외에도 한국 민속, 무속, 불교, 히말라야와 네팔의 민속품 등 수만여 점에 이
르는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08년경에는 파주 쪽에 히말라야민속박물관을 열 예정
이라고.
“30여년 전부터 여행을 다니며 각종 민속자료를 수집해 왔는데 티벳의 복식, 모자 등
의 색감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더군요. 10여
년 동안 티벳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공간이 많이 필요해졌어요. 또 제가 수집한 티벳
복식 중 많은 것들이 이미 티벳 현지에서도 사라졌습니다. 젊은이들이 중국 등지에서
들어온 청바지를 입으면서 고유의 민속의상들이 모두 버려진 거죠. 때문에 더욱 박물관
을 열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티벳의 민속품들은 상당히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유럽과 일본의 수집가들이 선호하
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가짜가 횡행해 신관장도 수집 초기에는 가짜를 진짜로 알고 구
입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물론 이제는 물건의 진위와 가치를 한눈에 가릴 정도의 실
력을 갖추게 됐다.
티벳박물관은 그 독특한 운영방법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른 개인박물관들이 입
장료가 무료거나 1000~2000원 수준의 입장료를 받는 데 비해 티벳박물관의 입장료는
5000원이다. 신관장은 “어중간하게 받으려면 차라리 안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그 대신 소장품의 순환전시 등으로 확실하게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 후 이제까지 우리 박물관은 적자를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200명이 오면
100명은 입장료가 있다는 걸 알고 되돌아가지만 앞으로는 보다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
다. 관람객 입장에서도 돈을 내고 관람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이래저래 화제를 모으는 티벳박물관은 정독도서관 옆 골목에 숨듯이 자리하
고 있다. (문의 02-735-8149)
* 여느 현대미술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의 전시실(왼쪽)과 한종훈
관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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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미술박물관
3m 크기의 거대한 가면, 자코메티의 현대 조각을 닮은 가늘고 긴 팔다리의 여인, 흑단
나무에 정교하게 얽혀 있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조각한 기둥…. 대학로 문예회관 옆
에 있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의 전시실은 여느 현대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우리가 그저
검은 대륙, 가난한 나라들의 집합체로만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이토록 찬연한 문화가
이어져왔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아프리카의 국가 수는 54개지만 부족 수는 2500개에 달합니다. 대부분의 부족이 독자
적 문화를 가지고 있죠. 아프리카의 인구만 해도 7억8000만명이나 됩니다.” 아프리카
미술박물관 한종훈 관장(60)의 말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한관장은 대영박물관에서
아프리카의 가면을 보고 반한 뒤 30년 가까이 아프리카 조각을 수집해왔다. 그리고
1998년 대학로에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을 열었다.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이 보유한 650점의 수집품은 대부분 목조각과 가면들이다. 그러나
얼굴 실물 크기부터 높이 3m 크기의 가면까지, 가면 한 종류만 해도 엄청나게 다양한
것이 아프리카 미술의 특징. 추장의 의자, 머리탈, 여인상 조각 등 그의 수집품들은 대
부분 덩치가 커서 수집과 운반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한다.
“20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 조각의 예술성을 발견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가격이 쌌습니
다. 여행 경비를 아껴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지요. 또 아프리카 현지에는 고온다습
한 날씨 때문에 목조각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에 많이 보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650점에 달하는 수집품 중 한관장이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기우제를 지낼 때 사용했다
는 투시안 가면과 말리 도곤 부족의 섬세한 조각들이다. 서아프리카 부족들 중에 특히
뛰어난 조각 수준을 자랑하는 부족이 많다고. 반면 남아프리카는 전통가옥 문양이, 짐
바브웨는 돌조각이 유명하단다.
“금년 6월 서울시의 후원으로 ‘아프리카 참전 5개국전’을 기획했습니다. 더 많은 기
획전을 열고 전시 공간도 넓히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반면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 올 때는 큰 보람을 느끼죠. 현재 연간 4만5000명 정
도의 관람객들이 오시는데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원초적 순수함이 넘치는 아프리카 미
술의 매력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02-741-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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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풀생활사박물관
대학로 인근 혜화4거리에 위치한 짚풀생활사박물관은 소장품만큼이나 정갈한 건물이 먼
저 눈에 들어온다. 1, 2층으로 이루어진 전시실에는 짚풀로 만든 ‘남북정상회담’등
재미있는 작품과 짚풀 매듭, 짚신 등 짚풀에 대한 각종 자료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
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의 설립자는 인병선 관장(68). ‘껍데기는 가라’의 고 신동엽 시인
의 부인인 인관장은 1980년부터 한국 농촌의 짚풀 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초가
집, 농기구 등 농촌의 생활문화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던 때였어요. 그 마지막 꼬리
를 내가 잡은 셈이죠. 그런데 연구하던 중에 짚풀이 자연친화적이며 친환경적인 소재임
을 알게 됐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거듭하다 박물관까
지 내게 된 거죠.”
짚풀생활사박물관은 한해 1회 이상 기획전을 열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짚풀공예를 강
의하는 등,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개인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도 전 호암미술관
장이었던 고 이종석 선생이 기증한 457점의 기증유물전이 열렸다. 현재 짚풀생활사박물
관이 보유한 유물은 5000점이 넘는다.
개인박물관들의 조직인 ‘사립박물관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인관장은 운영
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개인박물관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짚풀의 경우 습기
와 균에 약하기 때문에 제습과 소독을 제때에 해줘야 해요. 그만큼 보존에 정성을 들여
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할 때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런 유물들이 망가지면 내 손해가 아
니라 우리 문화 전체가 손해를 보는 거잖아요.”
인관장은 대학로에 있는 여타 개인박물관과 연합해 대학로를 ‘박물관 거리’로 만들겠
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집념을 가졌을 때 일이 제대로 된다고 봐요. 일본에
는 독일 어느 박물관 부럽지 않은 규모의 괴테박물관이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
도 이처럼 누군가 집념을 가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문의 02-743-8787)
* 안동 하회에 있는 하회동 탈박물관, 전시실 내부(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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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동 탈박물관
“가장 잘 되는 개인박물관은 안동에 있는 하회동 탈박물관이에요.” 한 개인박물관장
의 귀띔이다. 이처럼 하회동 탈박물관은 ‘인기 있는 박물관’으로 소문나 있다. 얼마
나 잘 되나 싶어 김동표 관장(52)에게 연간 관람객 수를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30만명
이나 된단다. 안동을 방문하는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 중 30%가 이 박물관에 들르는 셈
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탈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령
골동품이나 서예작품은 그 분야의 문외한들이 보아서 잘 알 수 없지만 탈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어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
도 탈의 장점이라면 장점이죠.”
김관장은 박물관의 운영자인 동시에 그 자신이 탈의 제작자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
스 여왕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안동시장이 선물한 하회탈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요즘
도 박물관 옆에 있는 공방에서 탈을 만들고 있다. 26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하회탈을 제
작하기 시작했으니 인생의 꼭 반을 탈과 함께 보냈다.
“초기에는 공방에 몇 개의 탈을 걸어두고 구경 오신 분들께 보여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탈을 보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아예 박물관을 열어야겠다
고 마음먹었죠. 또 기왕 박물관을 열 거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탈을 다 보여줘야겠
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회동 탈박물관의 소장품은 2000점 정도. 요즘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한 지역을 골
라 본격적으로 수집 여행에 나서기도 한다. 내년 봄에는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의
탈을 수집할 예정이다.
“다행히 관람객이 많이 오시는 바람에 저희 박물관은 입장 수익으로 그럭저럭 운영할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의 관심이 아쉬울 때가 많아요. 가령 ‘돈 벌
려고 운영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개인박물관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
해보면 참 서운한 일이죠.” 김관장은 개인박물관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론 경제
적 자산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긍심과 책임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의 054-853-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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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박물관
서울 수유리 덕성여대 근처에 있는 옹기박물관은 들어가는 길 이름부터가 ‘옹기박물
관 길’이다. 30여년 동안 옹기와 한국 민속품을 수집해온 고 정병락 선생이 91년에 문
을 열였으니 개인박물관치고는 제법 긴 역사를 자랑하는 셈이다. 소장품은 3000점 규
모, 현재는 정선생의 부인인 한국화가 이영자 관장(57)이 운영을 맡고 있다.
“옹기는 우리 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게 안타까워
옹기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정선생은 저서 ‘옹기와의 대화’에 수집 이유를 밝혔다.
“70년대 들어 새마을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농촌에서 다들 옹기를 깨버렸다고 합니다.
그게 안타까워서 모으기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옹기가 박물관에 한자리를 차지할 줄
은 설립자 본인도 모르셨겠지요.” 박물관 민경은 연구원의 말이다.
옹기박물관측은 현재도 옹기에 대한 연구와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 옹기 장인들이 제작
한 옹기를 대신 판매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시된 소장품은 기본적으로 ‘옛날에 쓰
던 옹기들’이라고. 전시되어 있는 옹기들은 항아리뿐만 아니라 옹기로 만든 등잔, 재
떨이 등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망라하고 있어 옹기가 옛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친밀하게
자리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지난해 여주에서 열린 도자기엑스포에는 옹기박물관 소장
품으로만 구성된 단독 전시관이 설치되기도 했다고.
“옹기에 관해서는 국립민속박물관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보다 더 다양한 소장품을 보유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옹기 연구자들은 꼭 우리 박물관을 방문하셨으면 좋겠어
요. 작은 규모라 운영이 어렵긴 하지만 관람객들도 ‘볼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 경우
는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만큼 우리 관객의 문화 수준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민연구
원의 말에서 작은 희망이 엿보인다. (문의 02-9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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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박물관 이상영 설립준비위원장
“편지 등 유품만 2500여 점 … 6월 서귀포서 개관”
헤세 박물관 개관을 준비중인 이상영씨(위)와 이씨가 소장한 헤세의 수채화. 이씨는 수
채화 60점을 포함해 헤세의 유물 2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에 헤르만 헤세 박
물관을 연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박물관을 열
려면 헤세의 유품들이 어느 정도는 확보되어야 하는데 유럽에서 평생을 산 대문호의 유
품을 무슨 수로 한국에서 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는 곧 현실이 될 듯하다. 헤세박물관 설립준비위원장
인 이상영씨(50)는 “내년 6월 제주도 서귀포시에 헤세박물관이 문을 열 예정”이라며
“현재 건물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헤세의 유품만도 무
려 2500여 점.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 60여점을 포함해 로맹 롤랑, 토마스 만 등에
게 보낸 헤세의 친필 편지 70~80여통, 헤세의 첫번째 책 초판본, 안경과 타이프라이
터, 사진 등 귀중한 유품이 한둘이 아니다.
“헤세의 그림은 이미 20년 전에 소품 가격이 18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몇 천만원
이 넘죠. 그나마 그때는 돈을 주고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장자들이 유품을 아예 안
내놓으려 해요.”
20대에 헤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가에게 매료되었다는 이씨는 미술품 수입을 본업
으로 하고 있다. 직업상 유럽을 자주 드나들다가 프랑크푸르트 도서 전시회에서 헤세
의 수채화 한 점을 산 것이 긴 수집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는 헤세 외에도 노벨문학상
을 받은 작가 99명의 자료도 다수 소장하고 있는 직업 수집가다.
“현재 헤세의 탄생지와 사망지에 소규모의 기념관이 있을 뿐 헤세만을 주제로 한 박물
관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서귀포의 헤세박물관이 내년 6월 개관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
한 헤세박물관이 됩니다. 올해 헤세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스위스에서 열린 세미나에
서도 온통 헤세박물관 개관 뉴스가 화제였습니다.”
굳이 서울이 아닌 제주에 박물관을 여는 이유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
지만 동시에 제주에 오는 연간 40만명의 일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라고. 스위스 탈브
에 있는 헤세의 생가를 찾는 관광객 중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중섭미술관이 제주에 있기는 하지만 현재 이중섭이 그린 진품을 하나도 소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하면 거액의 예산 들여 건물 지을 생각부터 하는데 정말 중요
한 것은 건물이 아닌 소장품입니다. 건물이야 초가집이면 어떻습니까. 정말 가치 있는
소장품을 진열하면 관광객들은 저절로 옵니다. 외국인들이 전문박물관을 구경하기 위
해 쓰는 돈이 결국은 밥 한끼를 팔아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고인돌박물관’이나 ‘피노키오박물관’ 등 재미난 주제의 전문박물관을 제안하는
등, 문화기획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이씨. 그는 요즘 헤세박물관에 그치지 않
고 한국에 피카소박물관도 열어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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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들의 어려움은
운영비 ‘허덕허덕’ … “유물 보존 지원 있었으면”
해외에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개인박물관들이 있다. 고고학자 호세
갈리의 수집품을 전시한 레바논의 한 박물관(위)과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리센 박물관(아
래). 취재를 다니면서 만나본 개인박물관 운영자들은 모두 대단한 집념과 열정의 소유
자들이었다. 대부분 취미로 수집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박물관의 분야에 대해
서는 전문가 이상 가는 지식을 자랑했다. 수집한 유물의 수는 최소 500여점 이상, 수
집 기간도 20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집에 인생을 다 바치다시피 한 셈이다.
“취미로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과 박물관을 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수집품은
개인의 소장품이지만 박물관을 여는 것은 공공화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이처럼 박물
관을 열어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수집품들은 수집가 본인이 사망하면 모두 흩어
지거나 심지어 외국으로 팔려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의 말
이다.
개인박물관 운영자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경제적 문제. 몇몇 박물관들
을 제외하고는 입장료 수익은 박물관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나 서
울시의 지원도 거의 없거나 일회성에 그친다. “연구서적을 내기 위해 서울시 지원금
을 몇 백만원 받아도 인쇄비로 1000여만원이 들어가 결국 더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
이라고 한 박물관 연구원은 설명했다. 때문에 적지 않은 박물관들이 연구활동까지는 엄
두를 내지 못한다. 전시관도 열악해 소장품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는 경
우가 적지 않다. 아예 주말에만 문을 열거나 관람객의 요구가 있을 때만 개관하는 ‘반
쪽’ 박물관도 있다.
경기 양평군에서 국악박물관을 운영하는 노재명씨는 “120평 규모의 박물관을 운영하
는 최소한의 유지비가 월 250만원 선”이라며 “매달 다른 일을 해서 운영비를 혼자 대
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수집과 박물관 운영에 ‘한 재산’이 들기 때문에 적지 않은 개인박물관이 부대
사업을 하고 있다. 중남미문화원, 아프리카미술박물관 등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티벳
박물관은 입장료를 내면 차를 서비스한다. 그나마 이처럼 부대사업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은 사정이 나은 편.
“개인박물관은 모두 개인의 의지와 집념으로 문을 열게 된 곳들이지만 그 집념에도 한
계가 있는 법입니다. 큰 지원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개인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의 월
급만이라도 정부에서 보조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학예연구사와 유물
보존에 대한 지원입니다.” ‘박물관에 남은 인생을 걸었다’는 인병선 관장의 간절한
바람이다.
(끝)
주간동아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발행일 : 2003 년 01 월 02 일 (366 호)
쪽수 : 84 ~ 88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