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소장 미술작품 올바로 관리하자

앞으로 각 정부기관에서 소장중인 미술품에 대한 관리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전망
이다. 조달청은 지난 7월말 정부소장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도록 소
장 기관별, 부문별, 작가별, 작품연대별, 보존상태별 등으로 사진과 함께 데이터베이스
를 구축하겠다는 예정을 발표했다. 6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올 연말까지 기관별 관리대
상 미술품에 대한 사진 및 자료 수집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와 희소성 등을 고려해 작품을 4가지 등급으로 분류, 등급
별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조달청 홈페이지 등
에 게시해 일반 국민들도 정부소장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조
달청 홈페이지 통합자료실 메뉴바 밑에 물자관리로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
다.

265억원에 달하는 정부소장 미술품, 어떤 것이 있나

현재 박물관을 제외한 42개(393개 단위기관) 중앙 정부기관이 보관중인 미술품은 5천
470여점(취득단가 50만원 이상)으로 시가로 265억원 상당에 이르고 있다. 부문별로는
한국화가 1천968점(약 83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양화 1천835점(105억원), 서예 688점(8
억원), 조각 182점(48억원), 기타 797점(18억원) 등이다. 정부 각 부처가 소장하고 있
는 미술품 가운데 감정가 1억원을 넘는 미술품도 38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
청이 최근 조사한 ‘정부소장 미술품관리현황’에 따르면 이상범 작 〈산수화〉(외교통
상부)와 〈추경〉(철도청), 김흥수 작 〈류관순〉(행정자치부)등은 시가 5억원이 넘는
초고가 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보유하고 있는 엄태정 작 〈법과 정의
의 상〉은 4억1천만원, 국회사무처의 김인승 작 〈화실〉은 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가
장 많은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부처는 외교통상부로 1천493점(67억5천9백여만원)이
며 교육인적자원부 1천2점(23억5천여만원), 법원행정처 7백66점(41억7천3백만원), 정보
통신부 4백54점(7억9천7백여만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68점에
불과하지만 평가액이 24억9백여만원에 달해 고가의 미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
로 조사됐다.

6년전인 1997년 9월 정부수립 후 최초로 정부 물품관리 총괄기관인 조달청에서 정부 소
장 서화류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즉 중앙행정기관 49개 관서,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
청 30개 기관, 정부투자기관 18개 기관, 총 97개 기관을 조사하여 3만135점, 335억원
상당의 작품 목록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이 내용을 ‘정부 소장 미술작품 전시회를 갖
자’(가나아트 1997. 10)라는 제목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듬 해 '9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50주년 기념 정부소장미술품 특별전이 〈아름다운 성찬〉이란 명칭으로 조달청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큰 전시를 가졌었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정부 미술품관리
자문위원회에서 선정한 111점을 대상으로 추진하여 최종은 26개 기관의 65점이 전시되
었다. 이 전시를 계기로‘정부의 미술품 관리, 지금부터 시작이다’(가나아트 1998. 여
름호)를 통해서 체계적인 미술품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근대미술의 중
요한 작품을 많이 소장한 한국은행도 창립 50주년을 맞아 2000년 4월부터 두달간 덕수
궁미술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공동으로 〈한국근대미술의 한 단면-한국은행 소장품전〉
을 가졌다. 전시 뿐 만아니라 소장품을 도록으로 엮어내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박물관
이 2000년 〈현대미술소장품Ⅰ〉을 펴냈고, 국회는 2002년 국회도서관 개관 50주년 기
념 〈소장미술품도록〉을 펴내면서 총 90점을 수록했다.

작품관리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10여년전 각 기관에 미술품이 기본적인 관리인 기록조차 안된 상태에서 보관되고 수장
되었던 점을 상기한다면 지금은 그래도 의식 변화가 높아졌다. 열흘 전 산업자원부 김
모 씨로부터 daljin.com을 홈페이지를 보고서 문의한다며 로비에 걸려있는 한국화가 누
렇게 변해가는데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이제
는 조달청도 내용이 파악되어있는 정부소장 미술작품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는게 최선
의 방안인지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미술품을 단지 물자로 보고 관리하는 소극적
인 시대는 지났다. 이런 점에서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프락(FRAC:현대미술지역
소장품협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공공의 보물들〉이 관심을 끈다. 이번 전시회
는 현대미술에 대한 프랑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실험적인 기획이자 선진적인 예술정책
을 보여주는 것이다. 1983년 미테랑 정부시절 문화부 장관이였던 자크랑(Jack Lang)은
현대미술의 활성화와 지방의 현대미술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구인 프락
(FRAC)이라고 하는 현대미술 구입에 관한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각 기관은 미술품 담당 전문인이 없고 소장된 미술품은 제대로 대접받기 어려우며 한정
된 소수의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한계가 크다. 정부소장 미술품 관리의 적극적인 방법으
로는 새롭게 국가기관으로 가칭 '국가미술품은행'을 설립하여 위임한다. 정부기관의 공
공컬렉션을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전문적인 감정이나 판단없이 소장하는 위험과 낭비
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소장품은 일정기간, 예로 50년이 경과한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시키는 방안이다. 해당되는 작품을 미술관은 심의를 거쳐 받
아 운영권을 갖는다. 이 정부소장 미술작품은 국민의 것이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
이니 제대로 후손에 물러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김달진 / 김달진미술연구소장

- art in culture 2003년 9월호 <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