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문예연감수록>

◈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움직임의 성과와 한계 / 박신의 ◈
(※ 지면관계상 표는 첨부파일에 수록하였습니다.)
Ⅰ. 머리말

2002년 한해 동안의 박물관·미술관의 움직임을 예술경영적 입장에서 접근하여 평가한
다는 일은, 곧 박물관·미술관의 제도적 기반의 수준과 현실을 가늠하는 일이 될 것이
다. 실제로 박물관·미술관 활동의 주된 목표란 전시물과 연구, 교육 등의 활동을 통
해 '수용자 문화’1) 의 형성에 기여함과 동시에 박물관·미술관 자체의 전문성을 확립
하는 일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박물관·미술관의 조직에서부터 연구와 전시, 그리
고 각종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의 역량에 이르기까지 그 실질적인 제도 운영력을 필요
로 함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매개장치로서 법제적
조건 및 정책적 배려, 연구적 성과의 결합 등 문화 전반의 제도적 지원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술경영의 궁극적인 실천은 제도와 정책의 합리적 운
영과 전문성 획득을 추동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2002년 박물관·미
술관 경영의 현황을 점검하고 쟁점을 정리하게 될 틀과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박물관
·미술관 기반시설의 현황 및 평가 2) 조직 및 법제 현황 3) 전시기획 및 발굴, 기증
현황 4) 박물관·미술관 활성화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황 5) 국제 교류 활동 현황
6) 정책차원에서의 박물관·미술관 쟁점 현황 7) 박물관·미술관 경영 관련 심포지움
및 출판물, 연구 용역물 현황.
◆1) 수용자 문화란 문화 향수자가 문화 향수를 통해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의
미이다. 그러나 문화 향수자가 단순히 감상 수준에서 문화 접촉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
이 아니라, 문화 향수를 통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구성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기대
하면서 그 의미는 주어진다. 이에 따라 문화 생산 및 제공의 단계에서는 문화 향수자
가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또 그 내용의 전달에 있어서도 원활
한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Ⅱ. 박물관·미술관 기반시설의 현황 및 평가
기반시설의 현황은 주로 2002년 동안 새롭게 건립되거나 폐관된 박물관·미술관, 시설
보강 및 재개관, 등록 완료 박물관 등으로 한정할 수 있다. 먼저 개관 박물관·미술관
을 보면, 대구 3.1운동역사관(3월2일), 안면도의 패총박물관(4월3일), 한국민속촌미술
관(5월5일), 자유수호평화박물관(관장 강덕환, 5월20일), 서울역사박물관(5월21일), 익
산보석박물관(관장 정연옥, 5월22일), 해인사 성보박물관(6월5일), 박수근미술관(10월
25일), 상주시 자전거박물관(10월26일),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최웅천, 10월30일), 김종
영미술관(12월15일), 그리고 만화박물관의 성격으로 개관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의
만화의 집(1월22일) 등이 있다. 이전 재개관의 경우는 옛『동아일보』사옥을 확장 보수
하여 재개관한 일민미술관(2월20일)과 옛 대법원 건물을 개조하여 입주한 서울시립미술
관(5월17일), 대전에서 서울로 이전하면서 사진전문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대림미술관(5
월29일) 등이 있다. 이밖에 등록 신청을 마친 박물관·미술관 현황이 문화부 도서관박
물관과 참고자료에 의하면 <표1>과 같다.
문화관광부와 (사)한국박물관협회를 통해 조사된 2002년 한해 동안 폐관된 박물관은
약 8개소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폐관 신고가 된 경우는 홍산박물관과 운향미
술관, 한국통신박물관이어서 실제 폐관이 되었어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명목상 개관
중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확인이 쉽지 않다. 또한 금호미술관이 그룹의 문화사업 중단
결정으로, 2002년 하반기부터 대관 중심의 운영 방안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미술관 고유
의 역할과 기능을 포기한 셈이 되었다. 실제 폐관의 사례들은 한국의 박물관·미술관
의 경영력 부재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텐데,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건립에
서부터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데서 주어진다고 하겠다.
시설 보강의 경우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수장고 확장공사를 위해 75억원을 투입하여 12
월 준공하였다. 또 3291억원을 투자한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
된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비판의 내용은 주로 운영계획 없이 과다한 투자에 집착하는
현실과 규모가 커진 만큼의 실제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 및 컬렉션의 절대 부족을 집중
하는 것인데, 이런 비판은 2001년부터 불거져 나온 것이다. 게다가 박물관 부지 내 미8
군 헬기장과 오폐수처리장 이전 협상이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었다.
문화관광부는 ‘2002.10.16 금년도 전국문화기반시설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하였
다. 이번 평가는 문화관광부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의뢰한 것으로, 전국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 집 등 1,100여개 문화시설과 232개 기초자치단체(시
·군·구)를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10월10일 까지 서면평가, 현지실사, 종합평가 등 3
단계 평가를 거쳐 분야별로 총 46개의 우수시설(단체)이 선정되었다. 분야별 선정결과
를 보면, 도서관 분야에는 경기도립 성남도서관, 박물관·미술관 분야는 대구 영남대
박물관, 문예회관 분야는 경북 김천문예회관, 문화의 집 분야는 전주 진북문화의 집이
각각 최우수 시설로 선정되었으며,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제주시가 가장 살기좋은
문화도시로 2년 연속 선정되었다. 영남대 박물관 (경북 경산시 대동214-1)은 대학박물
관으로서 국공립박물관의 역할에 버금가는 활동과 노력이 돋보이며, 특히 안동댐 수몰
지역의 전통가옥 이전과 복원, 야외박물관인 민속원을 설립 운영하여 전통문화 학습과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연구 문화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박물관의 영역별 목표설정 및 고객만족도 설문조사 등을 통해 박물관의 역할과 활
동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문제점 파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소장품을 적극
적으로 활용하여 지역 정체성 확보에 노력함과 동시에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변화하
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박물관·미술관 건립을 가능케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컬렉션과 기본계획 수립이다. 한
국에서 새롭게 건립되는 박물관·미술관이 시설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운영상의 계획
을 갖고 출발할 수 있다면, 실제로 그 성과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기반시설
의 현황 파악은 숫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운영을 평가하면서 박물관·미
술관이 올바르게 지속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Ⅲ. 조직 및 법제 현황
박물관·미술관의 조직 현황은 실제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위한 주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동시에 그것은 한국의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위해 가
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전문인력 확보라는 쟁점을 갖는 것이어서, 예술경영적
접근에서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것이다.
2002년 한해 동안 전문직의 위상 확보와 인력 수급의 현실은 여전히 논란거리였다고 보
겠다. 일단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서울시립미술관장의 공개모집을 보겠다. 서울시립미술
관장은 10월에 공고를 냈으나 적임자가 없어 다시 모집공고를 내는 어려움을 겪게되었
는데, 이어서 12월에 2차 공개 모집을 한 결과 현재의 하종현 관장이 선임되었다. 또
한 국립중앙박물관장 역시 선발위원회 논란이나, 인터넷에서의 비방을 통해 한 지원자
가 지원을 철회하는 등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렇듯 미술계와 박물관학계에서는
박물관장과 미술관장의 선임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전문성 여부를 놓고 그 투명성과
당위성에 문제제기를 가하였다. 기본적으로 미술관장을 선임하는 데 그 선발과정이 마
치 공무원 임용시험을 치루는 것과 같다는 지적과 함께, 공식적으로는 공개채용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내정과 같은 방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국립박물관장 선임에 부쳐’, 『일일문화정책동향』제780호, 2003년4월10일자, 하계
훈 / 『중앙일보』, 2003년1월14일자 / 『한겨레신문』, 2003년1월16일자, 노형석).
다른 한편 국·공립미술관에서의 공무원과 학예직 간의 갈등 역시 여전한 쟁점이었다.
이같은 갈등은 근본적으로 행정직의 비전문성에서 비롯하는 것이며, 행정직에 비해 학
예직이 계약직으로 불안정한 지위를 갖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치
뤄진 『미디어 시티 서울 2002』오프닝 식이 세계적인 석학 장 보들리야르의 참석에 대
한 배려도 없이 마치 서울시 홍보를 위한 것처럼 구성된 것이나, 개관과 동시에 민중미
술 기증작품을 위한 상설전시장 약속을 어긴 것 등은 그런 표적의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이 모든 결정이 관장과 큐레이터 등의 전문직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관료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데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정말로 개관했는가?’ 『서울아트가이드』8월호, 하계훈 / ‘사회
는 변해도 미술관은 바뀌지 않아’ 『한겨레신문』8월5일자, 심광현 / 『동아일보』9월
26일자 / ‘동북아 미술 중심을 꿈꾸며-2002년 미술계 결산’ 『문화예술』12월호, 최
열)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11월부터 학예실과 전시과(사무국 산하)가 대립하여 반
목을 이루게되면서 학예실 기능이 사실상 축소된 사실이 2003년2월에 드러나게 되었다
(『한겨레신문』3월5일자).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은 학예실과 전시과가 분리되어 있는 기형적인 직제 구조로 오랫
동안 문제제기를 받아 온 바 있다. 또한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이 갖는 전문직에 대한
인식이 시대 착오적인 상황도 문제가 되었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전문사서
로 16년간 재직한 유순남 씨를 타부서로 발령을 낸 데 항의하여 사표를 낸 사건은 전문
직을 중시하지 않는 우리 현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홀대받는 미술관 사서’ 『동아
일보』9월7일자, 김달진 / ‘아무나 미술자료 정리하나’ 『조선일보』7월24일자, 최금
수 / ‘파행적 인사발령과 전시형태가 미술관을 죽인다’『민족예술』9월호, 최석태 /
‘자료전문가 유순남 국립현대미술관 사표사태’ 『미술세계』9월호 / ‘한 미술자료
전문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월간 art』9월호, 장동광 / ‘사라진 미술전문사서의
꿈’ 『월간미술』10월호, 윤형주 등). 다음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이 학예연구직 응시자
격을 미대 졸업생으로 제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한겨레신문』1월17일자). 결과적
으로 미술사와 미술이론, 예술경영 전공자는 학예사 모집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가 된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8월에 학예사를 모집하면서 응시자격과 시험과목을 제한
함으로써 문제가 되었다(‘미술관 전문인은 어떻게 선발되는가’ 『서울아트가이드』10
월호, 박신의).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학예직을 공개 채용하였지만, 실제로 전
문직에 대한 이해가 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교육 담당자나 전시디자이너, 자료 담당자
등에 이르는 광범한 영역이기보다는, 미술사나 고고학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볼만한 사안이다.
학예사 선발과 관련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대한 문제제
기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학예사 자격제도가 박물관·미술관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
한 전문직에 대한 요구를 수렴하지 못하며, 또 자격증 획득 자체가 실제로 박물관·미
술관에서 일하게 될 기회로 이어지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또다시 불거져 나온 것이다
(‘학예사 자격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아트가이드』11월호, 김영호)


Ⅳ. 전시기획 및 발굴, 기증 현황
기본적으로 전시기획력은 박물관·미술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다. 특히 상설전을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의 경우 새롭게 기획전을 열어 관람객 층을 확
보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우선 ‘2002 한·일 월드컵’을 의식하여 한·일 교류를 내용으로 하는 많은 기획전과
특별전이 열렸던 사항부터 보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일본미술 명품전>과 경기도박물
관의 <2002년 FIFA 월드컵 기념 해외교류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의 <또다른 이야
기 : 한·일 현대미술전>과 <바벨200전>, 덕수궁분관의 <한국근대회화 100선전>, 성곡
미술관의 <11 & 11 한·일 현대미술 2002전> 등이 월드컵을 계기로 마련된 전시회다.
또한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02』등 대규모 국제전
이 열려 월드컵과 함께 국제교류라는 지점에서의 전시 프로그램이 활발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동아일보』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문화재·박물관 관련 전문가들이 전시 기획력
이 뛰어난 곳으로 호암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순으로 꼽았고, 대학
박물관 가운데서는 이화여대박물관을 전시기획력과 유물관리, 학술·연구 분야에서의
우수 박물관으로 선정한 바 있다(『동아일보』2003년 3월10일자).
지역 박물관·미술관의 경우 전시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회는 다음과 같다. 청주 고인
쇄박물관의 <한국 고 활자 특별전>과 경기도 박물관의 <조선의 옷매무새전>, 대전시립
미술관의 <2002 영남, 호남 그리고 충청전>, 영은미술관의 <비자 프로젝트전>과 <동방
의 숨결전>, 부산시립미술관의 <그리드를 넘어서>, 광주시립미술관의 <광주청년미술작
가전> 등이 있다.
발굴현황을 보면, 오이도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신석기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빗살
무늬토기 조각, 백제토기가 다량 매장된 조개무지(패총)층, 통일신라시대토기, 온전한
형태의 온돌과 움집터 등이 서울대박물관에 의해 집중 출토되었다(『한겨레신문』2월5
일자). 또한 전북 전주시 평화동 도로 확장 및 포장 구간과 송천동 토지 구획정리지구
에서 청동기 시대와 삼국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거지와 토기 등 유물이 다량 발굴
되었다. 전북대와 전주대박물관은 10월25일 송천동 토지구획지구에서 청동기 시대 주거
지 1기와 원삼국시대 주거지66기, 각종 토기와 토기가마, 토광묘 등을 발굴했으며, 원
삼국시대 주거지에서는 탄화미와 콩류 등 곡물이 다량 출토돼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규
명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연합뉴스』10월25일
자).
다른 한편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터(사적 267호)를 강동구청이 관람객 유치를 위
해 암사동 선사 주거공간 바로 옆의 움집터 유적을 추가 발굴해 움집 7동을 추가복원하
려는 움직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고고학계 측은 영구보존이 확정된 사적지
에 굳이 발굴을 급속히 추진해야 할 명분이 없고, 섣부른 발굴이 유적파괴를 낳을 수
도 있다고 반발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에서는 구청 쪽에 거부의사를 통고하였
다(『한겨레신문』11월6일자).
문화재 기증은 최근 3년 동안 급증하는 추세다. 기증문화는 유물 예산 구입비가 낮은
현 박물관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컬렉션 확보와 관리를 위해 필요한 미덕이자, 유물
의 소유개념을 사회적 공유 개념으로 전환하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2002년7
월 예술의 전당 서예관이 박물관으로 등록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고서점 ‘통문관’(通
文館)의 이겸로 옹은 한·중·일 서예작품과 고문헌 491점을 기증하였다. 같은 달 세중
옛돌박물관 천신일 씨는 문인석과 동자석 등 석조문화재 24점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
하였다. 한 점이긴 하지만 10월에는 탤런트 김을동 씨가 조선 말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
로 추종되는 방장(房帳 : 겨울에 한기를 막기 위해 방안에 치던 휘장)을 서울역사박물
관에 기증하였고, 11월 김영수 당시 박물관회 회장이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화각
함(華角函)을 6천만원을 들여 되찾아 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또한 이종석 전
호암미술관장이 생전에 모은 칠기 경첩조각 등 457점을 유족들이 짚풀생활사 박물관에
기증하여 12월 기증전이 열렸다.
지방 박물관, 지방대학 도서관의 문화재 자료 기증도 눈에 띄는데, 4월 한림대 최영희
석좌교수가 대학 도서관에 한국학 관련 도서 5천9백여권을 기증하였으며, 이 가운데는
1770년 경상감영에서 간행한 목판본 <반계수록> 초간본이 포함되어 있다. 충북 제천의
김연호 씨는 1990년에 이어 2002년9월에도 선사시대 토기와 백자연적, 송시열 선생의
서간문 등 문화재 286점을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문화재보다 더 값진 유산, 문
화재 기증의 풍토’ 『문화와 나』, 2003, 여름호, 신준봉).
이밖에도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월드컵 한국경기 때마다 등장, 국민들의 찬사를 받았던
붉은 악마의 초대형 태극기가 월드컵 기념물로 기증되었다(『한겨레신문』7월17일자).
미술품의 경우 2003년 개관 예정인 경남도립미술관에 50대 화랑대표인 신옥진 씨가 억
대의 미술품을 기증(『동아일보』2월28일자)하였으며, 문신미술관을 마산시에 기증하
기 위한 추진의 움직임도 있었다(『한겨레신문』10월26일자).


Ⅴ. 박물관·미술관 활성화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황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실천은 관람객 확보와 박물관 문화 형
성을 목표로 하기 위한 중요한 노력이라 할 것이다. 물론 진정한 의미의 활성화란 전
시 프로그램을 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활성화 프로그램은 전시기획에서의 질적
인 수준 확보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활성화를 목표로 구성되는 교
육 프로그램과 재원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문예회관과 미술회관의 이름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과 ‘문
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으로 바꾸고 편의시설의 확충과 쌍방향 예술강좌 신설 등의
운영개선안을 마련했다(『한겨레신문』3월22일자).
지역미술관의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의 사례를 보자면 문학 및 과학, 음악, 무용 관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종합문화공간의 성격을 만들어가면서, 또 과학의 메카라는
대전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과 함께 ‘예술적 기술과 기술적 예
술’이라는 세미나를 기획한 대전시립미술관이 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관람객 및 이용자층 형성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
다. 그러나 문제는 특성화를 이루는 기획에 있으며, 더불어 박물관·미술관 교육이 전
반적인 문화교육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 있다고 하겠다. 지난 해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듯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활발한 편이었
고, 나름대로 성격을 갖기 위한 노력이 보였다.
다른 한편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작업도 넓은 의미에
서 활성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별히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창작 스튜디오 제공
은 외국에 비하면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실천이 된다.
그러나 창작 스튜디오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스튜디
오 제공은 단순히 지원 대상 작가 선정에 그치는 작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다
시 말하면 스튜디오 지원 기간에서부터 스튜디오 제공 기간 동안의 다양한 프로그램 기
획과 운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Ⅵ. 국제교류 활동 현황
국제교류 활동은 박물관·미술관의 국제적 네트워킹에 관련한 것으로, 최근 국제화 시
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활동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국제교류는 전시회 기획에서 시작하
여 워크숍과 세미나, 전문인력 국제 연수 프로그램, 작가 교류 등에 이르는 프로그램
을 갖는다. 지난해 국제교류 활동은 대체로 전시회에서 이루어졌으나 점차로 그 활동
의 범주가 다양하면서 국제적 네트워킹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고 보인다.
국제전 외에 특기할 만한 교류 활동으로는 국제학술대회가 있다. 서울대 박물관에서는
‘영보장 비장 명청서화전’ 학술강연회(6월17일)를 개최하여 한중 문화 교류에 대한
연구작업을 하였으며, 경기도 박물관에서도 ‘한·불 보존과학과의 만남’(10월25일)
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여 한·불 양국간 학술교류 활성화에 기여한 바 있다.
아트센터 나비는 ‘국제이동통신문화와 예술’(9월4일∼6일)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개
최하여 한국의 SK텔레콤과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맥루한 프로그램이 협업하여 예술가와
인문사회학자, 산업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동통신문화에 대한 연구작업을 발표하였
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2002 국제 대안공간 심포지움 : 도시의 기억, 공
간의 역사’(12월6일~7일)라는 국제 워크숍을 열어 대안미술공간에 관한 국제적 네트
워킹을 목표로 토론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

Ⅶ. 정책차원에서의 박물관·미술관 쟁점 현황
박물관·미술관 경영 차원에서 제기되는 정책적 쟁점은 대체로 박물관·미술관 지원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유물 보존에 대한 정책적 대안 마련,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요구되
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장치 등으로 드러났다.
3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사찰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
회’가 열림으로써 전국 사찰박물관의 예산 부족과 경영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사찰박물관 또는 유물전시관은 모두 30개이나, 이 가운데 2
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확보한 곳은 통도사(5명)와 송광사(3명), 직지사, 월정사(2명)
등 4개 사찰박물관에 불과하며, 수덕사와 금산사, 쌍계사, 도갑사(이상 1명)를 제외한
나머지는 1명의 전문인력도 없는 상황인데다가, 기초적인 항온·항습시설은 물론 여러
시설들이 미비한 상태임을 지적하였다. 결국 사찰박물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현행 ‘박
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문화일보』4월1일
자).
다른 한편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간석지의 공룡알과 안산시 채석장에서 발견된 화석 등
이 그대로 방치됨으로써 자연사 문화재에 대한 당국의 인식 부족을 지적한 여론이 있었
다. 발견된지 4년여 동안 방치되어 훼손과 부식, 도난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시화
호 자연사 유물이나, 2000년 3월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된 채 아무런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는 화석 지역의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적인 발굴작
업과 자연사 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보전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문화일
보』7월16일자).
지방자치단체와 관련한 각종 정책이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거나 폐기되는 사태에 대
한 논란이 있었다. 2년 전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주창한 태권도 공원사업을
위해 각 지자체들이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였으나 결국 장관이 바뀌면서 이 사업이 무
산된 것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이 울산에서 약속한 공업역사박물관 건립계획도 주무부
처가 바뀌면서 규모가 축소되더니 결국 무산된 것이다. 이에 정부의 정책 운용에서 요
구되는 일관성과 시스템 구축을 강력히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동아일보』7월26
일자).
노태섭 문화재청장이 문화재 관리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문화재 보존과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18가지 정책과제로 체계화하고, 각 과제에 대해 2011년까지 추진
할 역점사업을 종합하는 등 앞으로 추진할 문화재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대한매
일』9월9일자).
지역미술관 건립을 통해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주장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역 분관을 확장하자는 제안(‘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강화’ 『경향
신문』1월21일자, 김복기 / ‘시급한 지역 미술관 건립’ 『경향신문』2003년1월28일
자, 박우찬)
그리고 보다 심화된 정책적 연구로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실행한 연구용역물
‘박물관·미술관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이 있다. 연구위원(양현미, 박신의, 오일환,
한동민, 황규성)들은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 대학박물관 등
으로 현황 및 쟁점을 나눈 후 전체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Ⅷ. 박물관·미술관 경영 관련 심포지움 및 출판물, 연구 용역물 현황
박물관·미술관 경영에 관한 연구작업은 학술대회와 연구출판물, 연구용역 성과물 등으
로 나타난다. 한국에서의 박물관·미술관 경영에 관한 학문적 입지는 아직 초보적인 수
준에 머물러 이 같은 연구작업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박물관·미
술관 경영은 순수학문이기 보다는 이론적 체계와 성과가 직접적으로 현장과 연결되어
제도적 문제를 제고하면서 그 개선에 기여하는 지극히 실천적인 학문이라는 점에서, 연
구활동과 업적들도 실천적인 맥락을 취한다고 하겠다.
학술대회 외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문화재 불법거래 방지를 위한 국제방안을 모색하
기위해 ‘문화재 반환 및 불법거래 방지 국제전문가 회의’(9월29일∼10월3일)를 문화
재청과 유네스코 본부 공동으로 서울 타워호텔에서 개최하였다. 문화재 반환 및 불법거
래 방지 분야 국내 외 전문가와 유네스코 본부, INTERPOL. ICOM 등 국제 단체 대표 등
이 참가하여 과거 정령 및 전시 유출 문화재의 반환 등 5개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루
어졌으며 그 결과로 국제 권고안을 채택했다(한국박물관협회 소식지, 9·10월호). 또
한 문화기반시설의 운영책임자 및 실무자의 교류 협력 및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제5회 전국 기반시설 관리책임자 대회’(11월6일~7일)가 전라북도 전주시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에서 개최되었다. 전국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문예회관, 문화의 집,
지방문화원 등 우리나라 문화기반시설의 관리책임자(관장)와 232개 지방자치단체 문화
행정담당 공무원 등 1,100여명이 참석하였다(한국박물관협회 소식지, 9·10월호).


◈ 筆者 : 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