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수요층 창출을 위한 관객개발에 노력을
지난 2003년을 돌이켜 보면 경제적으로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고작 2.7%에 머물렀고, 민간소비증가율이 마이너스 1.1% 에 이르는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미술시장은 직격탄을 맞아 미술관ㆍ화랑 등이 그 운영에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마디로 ‘돈에 목마른 한 해’였고, ‘미술문화의 암흑기’였다.
2004년 새해는 다소간 나아질 것으로 보여 경제성장률은 4~5% 정도, 민간 소비 증가율은 4%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의 극심한 침체에서 새해에는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 노사문제, 정치 불안 등은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민간소비의 강도나 속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여건에 좌우되는 미술시장 역시 새해에 큰 호전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미술품 양도에 따른 종합소득세 과세’ 폐지 결정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은 호재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새해의 미술시장은 크게 호전되지는 않더라도 다소 나아지는 ‘강보합’ 이 전망된다고 하겠다.
새해에는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시장 구조의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수요층 창출을 위한 관객 개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무쪼록 2004년은 미술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전기가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술출판- 낭비가 심한 전시팜플렛 개선을
매월 <서울아트가이드>에 신간 미술서적을 7-15여종을 소개하고 있다. 출판시장이 어렵고 책이 안팔린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내용이 독자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미술책은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예술을 일상속으로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로 출판이 전문적이고 도판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이런 전문적인 책들을 구입하는 독자나 도서관이 그리 많지 않다는데 문제는 심각하고 적극적인 수요자의 창출도 필요하다. 출판사들도 전통문화, 예술이론서를 펴내는 <열화당>, <학고재>, <동문선>, 시리즈 미술도서의 메카인 <시공아트>, <한길아트>, <예경>, <재원> 등 외에 후발 주자로 예술의 대중서, 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예담>, <다빈치>, <아트북스> 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한길아트의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는 한 작가를 심층깊게 보여주는 전문서이다. 현대인은 이미지의 홍수에 위협받으며 텍스트를 읽기보다는 이미지로 파악하러 한다. 또한 저자 중에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맛깔스런 글쓰기로 미술서를 내고도 있다.
전시회와 관련된 팜플렛의 문제가 심각하다. 전시회가 끝나면 팜플렛이 남는다고 하지만, 제작비도 부담을 주고
그 활용 범위도 넓지 않다는데 있다. 팜플렛은 전시회 보도를 위해 신문사, 잡지사에 보내지지만 선택은 몇건에 불과하고 선배, 동료 등에 보내져 전시를 갖는다는 소식을 전해주지만 낭비가 크다. 미술관이나 자료실에서는 보존을 많이 시키지만 일반적으로 분류 정리하여 놓을 공간이 부족하여 관심있는 작가 이외는 천덕꾸러기가 된다. 전시 팜플렛을 외국은 흔히 엽서 한 장인데, 보통 3 - 5년에 한 번씩 여는 개인전을 매번 두툼하게 만들지 말고 3 - 4쪽의 접지 형태에 작품경향을 알 수 있는 몇 점이면 충분하다. 어느 시기의 작품을 묶거나 회고전 등일 때화집으로 만들면 좋겠다. 한편에서는 굵직한 미술행사의 도록에 바코드를 붙여 책으로서의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주 발주로 계약되어 진행된 도록은 판형도 전시마다 다르고 전시 컨셉과도 어울리지 않는데 통일성 있는 편집의 통일성이 아쉽다. 우리 미술계는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 미술연감, 작가명감, 자료집 등이 부족하다. 이런 종류들이 필요로는 하지만 수고와 제작비용에 비해 판매가 어려워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문예진흥원의 <문예연감> 월간미술의 <한국미술>은 주가 되는 내용이 1년간의 각 장르별 개관과 전시 색인을 실고 있다. 전시 색인에 장르를 구분하는데 현대미술의 탈 장르 개념과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구분하기 애매해서 우를 범하고 있다. 한 해 동안 미술계의 일반적인 흐름, 사건, 행사 등을 잡아 기록을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 한 해 동안 행사를 그 당시는 머리로 기억하고 주위에서 찾지만, 몇 년 후에는 역사임을 인식이 필요하고 필수적으로 찾게 된다.
이상 몇 가지 현상을 파악했는데 우리 시대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으로 미술출판은 다양한 콘텐츠로 가능성이 높다.
미술비평- 2004년에 바라는 비평의 참 모습
2004년에는 비평이 문자 그대로 '주례비평', 혹은 '거간비평'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평의 참된 기능이 무엇인가? 그것은 모래를 체에 걸러 사금을 가리듯 나쁜 작품과 좋은 작품을 구별하는 것이다. 소위 옥석을 가리는 것이 비평의 참 기능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까지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눈치를 많이 봐 왔던 것이다. 작가들의 눈치를 보고, 화랑의 입장을 염두에 뒀던것은 아니었는지..비평은 그래서는 안 된다. 과감하게 칠건 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비평만 죽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 전체가 죽는다. 작가들에게 묻겠다. 그대들은 한국 미술비평의 신뢰도가 5%라고 어느 잡지의 앙케트에서 자신 있게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비평의 화살이 정작 그대들 자신에게 꽂혔을 때 그러한 비평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이것이 한국 미술계의 현실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작가가 못 났으니 비평이 못 난 것이고, 비평이 못 났으니 작가가 못 난 것이다. 어느 쪽의 잘못이 아니라 쌍방 과실이다. 마찬가지로 화상이 못 났으니, 고객이 못 난 것이고, 고객이 지리리 못 났으니 화상이 그 모양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누굴 탓할 것인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 죽을 수는 없으니 우선 비평부터 잘 해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허명에 들 뜬 작가의 거품부터 걷어내는 작업을 해보자. 게으른 작가 제대로 비판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속 빈 강정 터쳐 버리고, 통찰력 키워 미술계의 바른 진로 밝히는 등대 한 번 제대로 되어보자.
동지들이여! 한 번 살다 가는 세상, 비평 한번 제대로 옹골차게 해보자.
기획전시- 새해를 맞으며 꾸어보는 백일몽
새해를 맞으면서 늘 그렇듯 새로운 소망을 가슴속에 품어본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이루어 지고 어떻게 우리 미술동네에 반영될까는 역시 미지수이다. 그러나 꿈과 포부는 크고 세부적인 것이라야 효용성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내년도 2004년의 전시를 상상해 보자.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은 칠레가 낳은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로베르토 마타의 회고전적 성격의 전시를 개최한다.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마타(Roberto Matta Echaurren.1911- )는 파리에서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건축을 배우다 1937년 회화로 전향,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세했다. 2년 후 뉴욕으로 건너온 그는 자동주의 회화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초현실주의 미술을 전파했다. 이와 함께 덕수궁분관은 고암 이응로 탄신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회고전을 개최한다. 우리미술의 쌍두마차격인 삼성 미술관은 이태원 지역에 새로운 미술관을 신축해서 10월경 개관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그간 녹록치 않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좋은 전시를 마련해온 삼성미술관의 저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내년에는 한국미술의 위상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일약 끌어 올린바 있는 광주비엔날레가 열린다. 세계미술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광주의 저력과 분발을 통해 세계적으로 거듭나는 광주비엔날레가 될 것을 기대한다. 이와 함께 부산에서는 부산 비엔날레가 막을 올린다. 항도 부산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부산 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서로 상보작용을 하면서 에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국제적이고 규모가 있는 전시는 대형미술관의 몫이다. 하지만 미술시장의 장기불황과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작가들의 개인전이나 그룹전은 그다지 활성화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소 규모의 사립미술관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립 미술관의 경우 국가가 해야할 책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지원이 요구된다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꿈 같은 소망하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이 사간동 기무사부지에 2006년 신축 개관하기로 하고 개관전시 기획에 돌입했다는 신문기사를 볼 수는 없을지. 2004년 희소식을 기대하며 새봄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