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의 미술 이야기]화가의 성공과 실패
화가→비평가→화상→대중 평가 적어도 20년 이상 돼야 판가름
성패 사후에나 가능한 일일지도

피카소는 살아 생전 작품으로 성공을 거둬 화가가 가난하다는 일반인의 인식을 뒤바꿔 놓았지만 존버거와 같은 미술평론가는 작품의 성공 때문에 피카소 삶 자체가 피에로와 같이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그와 반대로 반 고흐는 살아 생전 700점의 작품 중 1점밖에 팔지 못했고 화상이었던 동생 테오가 매달 부쳐주는 50프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비참한 생활을 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사후 100년이 지나서 그의 작품 '해바라기'와 '붓꽃'은 미술작품 경매시장에서 3천600달러,5천300달러로 팔려 미술사에서 기록적인 일로 평가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화가가 성공하는 길은 대부분 네 단계를 거친다. 그 첫번째가 화가들 자신에게서 인정을 받는 일이다. 좋은 그림을 보는 첫 번째 안목은 그림 그리는 화가들의 안목에서 출발한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더라도 화가들 세계에서 작품이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것은 일시적인 대중인기에 불과할 뿐 오래가지 못한다.
두번째는 미술에 있어 전문적 관심을 가진 미술비평가의 인정을 받는 일이다. 비평가의 역할이 화가들의 뒷바라지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미술비평가는 작품이 지니는 심층적 의미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화가들이 이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성공의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세번째로 화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후원해주는 수집가와 화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미술시장의 실세인 수집가나 화상들은 작품거래를 우선적으로 문제삼지만 안목 높은 화상들은 촉망되는 화가들을 가리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미술세계 안의 실상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경험론자이자 작품감식에도 예민한 촉수를 갖고 있다.
뒤집어보면 이러한 진정한 화상과 수집가는 화가들의 후원자가 됨은 물론 미술동향을 만들어내는 실전에 능한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고르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대중들은 브랜드에 매혹되는 경향이 있어 유행을 타기도 하지만 개천에서 용 나듯 대중 없는 화가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아 이러한 네 단계를 거치는 화가의 성공은 적어도 20여년의 화가 경력을 지나서야 가능한 일임이 정설이다. 화가로서의 성공은 그만큼 험난한 일이기에 어쩌면 사후의 평가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술평론가·부산대교수
부산일보 입력시간: 2004. 02.04.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