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접근성 제고와 문화정책적 의미
최근 참여정부가 내 놓은 <새예술정책>의 시각예술 분야 계획을 보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도심 분관 마련이 핵심과제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시각예술의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이 산재한 와중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입지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부각된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우리 미술 문화에 있어 지니는 위상과 중요성을 생각할 때 그 타당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과천에 위치한 미술관을 서울로 전면 이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들어설 미술관은 새로운 예술 개념을 본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수에 주력하는 분관 형태로 운영하고, 기존 건물은 미술관과 관련된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어찌됐건 1986년 개관 이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국립현대미술관의 접근성 문제는 이전이 근본적이고도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문화 마인드가 결여된 주먹구구식 입지 선정을 탓하고만 있기에는 현재 희망하고 있는 사간동 기무사 부지 이전으로 얻을 수 있는 상대적인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전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무엇보다 국민의 문화향수권 확대라는 공공성의 차원에서 중요하다. 미술관의 접근성이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어떤 요소를 가져야 하는가. 우선 가장 보편적인 대중 교통수단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접근할 수 없는 숲 속에 위치한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미술관을 보다 많은 국민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하는 것은 세금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해외의 어느 주요 도시를 다녀 봐도 지하철 역에서도 3 km 이상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국립 미술관이 위치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또한 방문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사간동으로 이전하게 되면 사간동과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현대 미술의 메카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광화문 주변에 집중된 공연장과 문화 유적과 함께 생산적인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문화벨트가 된다. 이 곳이 최근 시민 광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광화문 일대의 사회적 의미와 결합되어 시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매김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상징성과 부가가치는 매우 클 것이다.
사실 이런 저런 논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국립현대미술관 이전의 당위성과 그 파급효과는 자명하다. 이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술계의 노력도 중요하고 정부의 결단도 필요하지만, 보다 폭넓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시민운동으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 국가에서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에 미술 문화의 역량이 집결될 수 있는 좋은 문화 공간을 갖는 것은 비단 미술계의 사안을 넘어선 국민의 문화권리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현 위치가 국민의 이용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폐쇄적으로 결정된 것과는 달리, 이제 국립 미술관의 이전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인 이슈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진정한 우리 모두의 미술관으로 거듭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다.
/ 필자 : 양지연 (동덕여대 미술학부 큐레이터전공 교수)
/ 수록 : <미술관소식> 2004년 03_04호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