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없는 나라]'기록은 역사에 대한 책임… 무단폐기 엄벌'
허성관 행자 인터뷰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세계일보 탐사기획 ‘기록이 없는 나라’가 보도된 이후 노무현 대통령도 “기록물 관리는 지금까지 사각지대였지만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큰 관심을 보였다며, 기록물 공개 기준을 담은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장관은 또 기록물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관되는지를 기관별로 ‘정기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일선 기관에서 기록물을 무단 폐기하다 적발되면 엄중히 형사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탐사기획 보도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받은 느낌은.
▲주무부처로서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무려 9회에 걸쳐 보도된 세계일보 기사 자체가 ‘기록’으로서 보존해야 될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보도 이전에 각 기관별 기록물 보관 실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동아대 교수 재직시 세금관련 자료가 필요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학생을 시켜 부산지방국세청 지하 문서고를 찾아보게 했는데, 법인세 신고·조정 관련 기록물이 하나도 없더라. ‘우리나라 자료보관 실태가 이렇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선 공무원에 어떤 대책 마련을 지시했나.
▲기록 공개에 관한 원칙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과 본격 협의중이다. 30년이 지난 기록물은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도 맞고 역사에도 맞는 일이다. 현재 노 대통령 명의 등으로 (기록물 공개에 관한) 법제화를 추진중이다. 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지시했고, 기록공개 문제에 대한 제반 법률사항이 필요한 것은 다음 회의때 보고하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탐사기획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기록물 문제는 지금까지 사각지대였다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대통령이 기록물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북한과의 기록물 교류에 대한 협력 계획이 있나.
▲생각하고 있다. 통일부장관과 최근 그 얘길 한 적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가기록원의 위상 강화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당장은 어렵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1급 청으로 오를 것 같다. 독립된 차관급 외청으로 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검토해 봐야 한다.
-기록이 무단 폐기되고 있는 실정에 대해 실질적 감독·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누구든지 걸리면 기록물관리법에 나온 처벌 조항대로 엄하게 다스리겠다. 정부 행정감사에 포함시켜 관리·감독해야 하고, 감사원이 종합감사를 할 때 국가기록원 직원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된다.(배석한 김한욱 국가기록원장은 “오는 11일 감사원측과 만나 기록물 무단폐기 현황에 대한 감사업무 협조와 관련해 본격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회의록 작성 및 공개에 대한 원칙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회의를 기록으로 잘 남겨둬야 하는데 아직 잘 안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록에 대한 장관의 철학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기록은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장관으로서 각종 업무를 기록한 노트를 3권 갖고 있다. 퇴임시 국가기록원에 보내겠다.
※인터뷰 전문(全文)은 세계닷컴(www.segye.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첨부파일 참보)
[기록 없는 나라]'정부 기록불감증 한심' 비난 빗발

독자-네티즌 '기록 신드롬'

세계일보 탐사기획 ‘기록이 없는 나라’는 우리 사회에 기록 신드롬을 몰고 왔다.
이번 기획이 나가자마자 독자와 네티즌들사이에서는 정부의 허술한 기록관리를 질타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는 때아닌 기록물 관리 비상이 걸렸고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의 대책마련 지시에 감사원의 특별감사까지 가세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학계에서도 뜨거운 호응과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했고 차제에 역사를 기본부터 바로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독자와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리즈에 달린 댓글 건수와 분량이 9일 현재까지 118건에 A4용지 17쪽에 달했다. 댓글에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툴툴이), “기본이 안 선 나라다”(정말), “기록이 없으면 역사가 구멍 난다”(기록매니아), “정부의 (기록) 의식이 점점 퇴보하고 있다”(허탈녀), “기록 부재에 따른 금전상의 피해도 막심하지만 행정수행·정책수립 때 발생하는 거시적 피해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당나귀귀), “개인이 국가의 정보독점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아키맨)와 같은 비판이 연일 빗발쳤다.
공무원의 기록불감증을 빗댄 풍자와 해학도 넘쳐났다. “(기록이 없으면) 족보가 없잖아… 족보 없는 나라가 어떻게 발전하오리까”(한심하구먼, 너무하네), “공무원들은 돈 안되는 일은 안 하는구만”(김상홍), “한국 공무원들에게 처음 가르쳐야 할 과목은 행정학이 아니라 기록학이다”(아키비스트), “기록을 점검하는 암행어사를 보내자, 아니면 감사원에서 기록 특별감사팀을 만들든가”(아키2) 등이 이 부류에 속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에는 난데없는 기록부실 태풍이 몰아쳤다.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문서고를 정리하고 이관·보존문서를 추리느라 밤샘작업을 벌였고 관리실태 보고와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4일 혁신담당공무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공무원이 지식·정보를 내놓지 않는 정보독점현상을 강도높게 비판한 뒤 “사람이 움직여야 되는 시스템에서 기록은 중추나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인수인계돼야 조직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도 기록물관리 실태에 관한 특별감사까지 예고, 기록과 역사바로세우기에 본격 나섰다. 기록전문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충남대 박찬승 국사학과 교수는 취재팀에게 격려의 이메일을 보내왔고 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한남대 등 대학의 기록물관리학과 홈페이지에서도 탐사기획이 최고의 화제기사로 떠올랐다.
< 도움 주신 분들 >
▲참여연대=투명사회팀 이재명 팀장·전진한 간사
▲국가기록원=김한욱 원장, 하재춘 수집과장, 윤대현 보존과장, 양도석 행정과장, 유환석 사무관, 조세구 사서사무관, 이영남 사서사무관, 김포경 행정사무관, 김재순 학예연구관, 시귀선 학예연구관, 김경남 학예연구관, 곽건홍 학예연구관, 이승억 학예연구관, 김형국 학예연구관, 박대민 행정사무관, 이상민 전문위원, 이종헌, 김양수, 구익서 서울사무소장, 이인자 행정주사
▲학계=명지대 기록관리학과 김익한 교수, 고려대 한국사학과 오항녕 교수, 한국기록연구원 이원규 연구위원, 엄기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찬승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김성수 교수
▲행정자치부=박병선 기록관리계장, 의정담당관실 이범준씨
▲기타=설문조사에 응답한 53개 중앙·지방 기관의 총무과 기록관리 담당자, 행정정보공개 청구에 답한 45개 국가기관 담당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염규홍 조사1과장, 4·3사건진상규명위원회 김종민 전문위원, ‘조선왕조5백년’ 신봉승 작가, KBS 류지열 PD, 김선영 전 정부기록보존소장
[기록 없는 나라]가치평가뒤 등록…개인보관도 가능

기록물 기증 어떻게


세계일보의 탐사기획 이후 민간인 소유의 국가기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기록물을 무단으로 빼돌리거나 폐기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법이 시행된 2000년 이전에 개인이 소유한 기록물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개인들은 이들 기록물의 경우 별다른 처벌이나 불이익 없이 국가에 기증할 수 있다. 개인이 기증 의사를 밝히면 국가기록원에서 우선 기록물 가치를 평가한다.
이어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으로 국가기록물로 등록하게 된다. 이 경우 기록원은 학술적인 이용 등 공개 여부와 시기, 활용 등에 대한 여러 절차들을 기증자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물론 개인이 국가기록물 지정후 계속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이때에는 소유자와 보존장소를 기록원에 신고하고 소유·보존 변동내역도 알려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의: 국가기록원 수집과 역사기록계 (042)481-6295∼8〉

/ 세계일보 2004.06.10

※ 첨부파일 : 허성관 행자부장관 인터뷰 전문(한글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