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문화와 200% 즐기는 방법 만져봐! 느껴봐! 놀아봐!


정형탁/ 독립큐레이터 사진/박원우, 이현석

도심 속의 환경조각과 야외 공원, 옛 길과 길 위에 선 장승, 솟대 등의
조형문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거대한 철과 돌덩어리 정도의 생각에서 벗어나,
굳이 예술작품이란 무거움을 버리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을 수는 없을까?
필자는 소소한 관심과 태도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는 삭막함 뿐일까? 잠시 일상에서 시선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공간들을 찾아낼 수 있다. 혼돈과 무질서, 갈등과 모순의 공간이라 불리는 도시의 공간, 그 속에서 삶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 떠나보자.
작은 공원과 조형물에 눈을 돌려라 집이 아파트인가? 그러면 문을 열고 집 앞을 거닐라. 분명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을 것이고 놀이터가 있을 것이고, 잠시 쉴 수 있는 의자 한 두 개 조성되어 있을 것이다. 주위를 조금 더 둘러보면 그 아파트 공원 어딘가에 조각 작품도 놓여져 있을 것이다. 한번 제목도 살펴보고 재료도 살펴 보시라. 가장 가까운 장소가 여러분이 도시공간 속에서 쉴 수 있는 장소다.
아파트가 아닌 사람들, 연립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사는 분들은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가까운 은행이나 주위에 10층 정도 되는 건물을 찾아라. 거기엔 분명 분수대나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다. 여러분이 평상시 모르고 지나친 그런 풍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공간에서 잠시 1분이라도 쉬어라. 의미가 튕겨져 나온다. 삶의 여유가 베어 나올 것이다. 그 공간에서 독서를 해도 좋다. 가벼운 에세이나 기행문, 시집을 들고 찾으면 가장 좋은 미적 향유의 공간이 된다.


피카소거리 건물 외벽에 그린 그림간판과 창문을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박원우

MP3나 오디오는 시각을 맛있게 한다 이런 주위의 삶의 공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공원이라는 게 있다. 왕들의 묘나 집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을 것이다. 공원을 산책하고 공원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하겠다. 일단 입구에 쓰여 있는 표지판을 읽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기 위해’서다. 요즘엔 가까운 지하철역에 인포메이션이나 관광 안내소가 있다. 거기에도 공원안내문은 나와 있지만 무엇보다도 책자로 쓰여 있는 것보다 현장에 서 있는 표지판이 운치가 있다. 그걸 외우는 게 아니다. 그냥 한번 훑고 들어가는 것이다. 표를 사야 하는 곳도 있다. 그 표에는 그 공원의 가장 중요한 문화재나 예술품을 새겨 넣은 것일 게다. 그것만 알아도 공원에 온 보람은 앎으로 남을 것이다. 공원이 왕릉이나 궁궐이라면 자연과의 배치 관계, 문의 무늬, 기둥의 모양, 조각의 형상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알 필요는 없다. 느끼고 지나가라. 이런 공간은 아파트 공원과 다르게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적어도 과거의 역사와 만나는 장소라면 한나절 그곳에서 뒹굴고 올 필요는 있다. 천 원짜리 비닐 장판은 포장도 쉽고 작다. 공원 입구에 어디에서도 판다. MP3나 휴대용 오디오를 준비해라. 물론 음악은 아무거나 상관없다. 모든 시각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에만 있지 않다. 시각은 상상력과 인지력의 산물이다. 시각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소리가 보태진다면 여러분은 정확히 공원의 쉼 그 가운데 있게 되는 것이다.


도자기 엑스포 조각공원에서 놀다 돌아가는 아이와 언뜻 도깨비처럼 놀래키려는 조각의 형상이 흥미롭다 (성창학, 잉여인간) ⓒ이현석

이미지 채집가가 되라 이제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 이야기를 해야겠다. 옛날 시골마을에는 마을의 정기를 지켜준다는 당산나무가 있고 그 아래 와상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그 마을에서 사는 노인들이 낮잠을 즐기거나 담소를 나누는 작은 와상이나 평상이 있다. 도시 공간에도 그런 것을 본 뜬 게 있는데 공원의 정자나 벤치, 아파트 입구의 정자 등이 그런 것이다. 그 곳 역시 작은 문화의 공간이다. 거기에는 시각적 즐거움보다 나눔의 즐거움이 있다. ‘모으다’의 ‘모음’에서 유래한 마을이라는 명칭도 작게는 이런 나눔의 장소에서 시작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말들을 기록해두면 더 좋다. 요즘 서점 가에는 소소한 일상들을 이미지와 함께 보여주는 책들이 많다. 혹 아는가. 여러분이 그 책의 저자가 될 지. 옛 어른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그 마을, 그 고을의 산 역사이니 새길 만 하다. 이럴 땐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 더욱 좋다. 모름지기 모든 당산나무는 마을에서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노인들과의 사진 한 두 컷, 풍경사진 한 두 컷이면 여러분은 이미지 채집가가 된 것이다.


김포 조각공원의 숲에 놓인 조각들 (김두호 작)

또한 그 마을에는 서낭당이나 효녀, 열녀비 등이 있을 것이다. 비석의 문양이 예쁘다면 A4용지에 크레용이나 연필로 탁본을 떠보라. 그건 관리자 몰래 해야 한다. 사실 책도둑처럼 문화재에 대한 애정 어린 도둑이라 웃어넘기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 맛은 장구한 역사를 훔치는 맛이다. 꼭 역사적인 것이 아니래도 된다. 거리에 진열된 부조 벽화 작품이나 비석도 많다. 이런 것들을 모으다 보면 분명 졸작 중 평작, 평작 중 범작이 나오기 마련. 그런 것들을 특별한 이에게 선물해라. 그만한 선물이 없다. 또한 시간이 켜를 상징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면 여러분이 다녔던 문화공간의 인쇄물과 사진을 모아서 콜라주해보라. 그것 역시 시간을 간직한 훌륭한 작품이 된다. 시간과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으고 적어라! 그러면 의미의 덩이가 생긴다 여러분이 가는 공원이나 박물관 등에 가면 초대장이나 엽서, 입장권 등을 받게 된다. 이런 것들을 취미로 모아라. 작은 추억이 될 거이다. 작은 일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만의 삶의 갤러리가 될 것이다. 여기에 그 공간에서 찍은 사진과 글을 곁들이면 훌륭한 텍스트가 된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다. 가령 정약용의 생가 터에 가보라. 정약용을 기리는 비석에서부터 각종 인쇄물이 있을 것이다. 인쇄물 위에다 방문했던 날과 날씨, 감상을 간단히 적는 것도 방법이다. 굳이 노트에다 적을 필요가 없다. 시간과 열정의 투여만이 문화라는 양분을 빨아들인다는 걸 명심해라.


부천영상문화단지의 거리

우리가 몰랐던 작은 문화시설들 문화시설? 사실 이런 거창한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지하철을 타보라. 버스를 타보라, 여러분 곁엔 언제나 광고와 신문, 볼거리로 가득하다. 여기서 낙서화(graffiti)나 거라지 밴드(garage band), 지하철 전시 등을 볼 수도 있다. 가령 충무로에 상시 결려있는 영화포스터라든가, 경복궁 역사에 있는 전시장이 그런 예다.
모든 문화는 거리를 두면서 사고하는 데에서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공원이나 도시 조형물들, 시각 이미지들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삶의 흐름에서 정지하고 일상의 관념들을 괄호해 보는 것이다. ‘경작’, ‘재배’라는 문화는 자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호와 관심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도시의 공원과 조각 작품을 감상하려는 의지, 그것의 의미를 해독하려는 작은 노력,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향수의 방법이다.

- 기전 문화예술 2004년 5,6월호 40-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