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의 아포리즘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화의 문제점

최근 행자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행자부의 발표 내용은 자칫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문제, 재정 부족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책임운영기관화를 실행할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화
최근 행자부가 국립현대미술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그동안 조용했던 미술계가 급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미술관측에선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반대서명작업에 돌입 미술계의 중의를 모으는데 부심하고 있다. 행자부가 발표한 책임운영기관의 내용을 요약하면 “기관의 행정 및 재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운영성과를 기관장이 책임지도록 하는 행정기관형태”로 나와 있다. 책임운영기관이 되었을 때 장점은 기관장이 자율성을 가지고 인사와 예산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 정부의 문화정책과 정책방향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는 점,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관람료와 대관료 인상 등으로 인한 단기적인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혀지고 있다. 이에 비해서 문제점은 미술관의 핵심적 수행사업으로서 작품의 수집, 보존 및 조사연구기능의 절대적 위축이 따른다는 점, 무리한 수익사업화로 인해 국민의 문화향수권의 제한과 미술인구의 축소가 이어진다는 점, 수익우선의 이벤트성 전시만을 양상, 순수예술의 황폐화와 문화편식이 초래된다는 점, 무책임한 인사와 편법적 예산적용, 무리한 업무수행, 비민주적, 독선적인 조직문화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장점만을 놓고 보았을 때 그럴듯하게 들린다. 기관이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된다는 점, 정부의 문화정책에 구애되지 않고 기관장의 소신에 따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인사권과 예산권이 기관장에 주어진다는 점 등은 미술관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한껏 펼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점을 소상히 살펴보면 이들 장점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 사탕발림인지를 바로 직시하게 된다. 대책위가 밝힌 대로 세출대비 세입이 4%대 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자립도로 어떻게 책임운영이 가능하겠는가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몇몇 책임운영기관의 실태를 보아도 독립기금이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전과 같이 국고에만 의존한다든지 국고지원과 특별회계와 일반회계가 섞인채 운용된다든지 하는 등 불구적인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태이다.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민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책임운영의 이상은 이 같은 현실에선 전혀 실효성이 없는 구두선임을 확인하게 된다.

책임운영기관화의 비실효성
국립현대미술관이 처해 있는 오늘의 상황을 점검해보면 책임운영이 얼마나 무책임한 탁상공론인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선 지역적인 조건이다. 서울 도심지에서 약 한 시간 거리로 떨어져있는 현재의 위치로는 원활한 미술관 기능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공원의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의 어려움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그것도 진입로가 서울랜드에 막혀 좁은 우회로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봄가을의 행락철이면 차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 대공원역에서 미술관까지 운행되는 셔틀버스가 운행을 중단해야하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한번 갈려면 엄청난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같은 위치의 절대적 약점 때문에 많은 대중을 수용해야할 국립미술관 본래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책임운영기관이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도 갖추고 있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어떻게 해서 이런 발상이 나왔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게 한다. 책임운영기관설정에 앞서 미술관의 도심이전이 먼저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사간동 소재 기무사 터에 미술관의 분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이미 수년전부터 추진되고 있으나 정부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책임운영기관이란 말이 나온 김에 미술관 도심이전이 현실화되어야한다.

두 번째로는 미술관사업이 흥행사업이 될 수 있는가이다. 자체 수입을 올려야하는데 과연 현대미술관이 자체운영이 가능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는가이다.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흥행이 되는 기획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시사업이 다른 문화사업과 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가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검토해볼 수 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서구의 미술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례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엄청난 보험료와 수송료를 감안하면 다른 대중적 문화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지금까지 미술관에서 치러진 해외미술작품전이 거의 기획사가 주관하고 미술관은 장소대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술관 자체로선 엄청난 예산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이 자립하기 위해선 이같은 해외 우수전시를 끊임없이 유치해야하는데 무슨 예산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해도 엄청난 문제가 따른다는 점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운영이 전적으로 수익사업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미술관이 이벤트성 사업에만 매달릴 경우, 미술관 본래의 역할과 기능이 마비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술관의 주요기능인 작품의 수집, 보관, 연구 조사 및 전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의 수집과 조사 연구란 전혀 수익이 되지 않는 영역이다. 전시도 대중적 인기도에 치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도가 낮은 순수예술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미술관이 아니다. 단순한 전시관일 뿐이다. 수익을 위해선 대여도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될 터이니까 더욱 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위축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조사 연구의 기능이 없어질 경우 이를 담당해온 학예연구원도 자리를 잃게 될 것임은 물론 한나라의 현대미술의 발전을 도모해야한다는 본래의 목적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미술계의 여론수렴 필요
대책위가 밝힌 대로 문화예술의 장을 경제논리로 판단하고 상업적 수치로만 우열을 논하게 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손실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엄청난 결정을 하는데 미술계의 여론수렴이 없었다는데 더욱 곤혹감을 느끼게 된다. 미술계의 여론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감안, 밀어붙이기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분야보다도 열악한 위치에 있는 미술분야를 지원할 대책은 마련하지 못할망정 미술계를 더욱 낭떠러지로 밀어 넣는 행정당국의 강압적 처사에는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미술계가 얼마나 천덕꾸러기였으면 이런 모멸을 당해야하나 생각하면 깊은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과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으면 먼 산의 불 보듯 하는 미술계의 고질적인 태도에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책위만이 분발할 것이 아니라 미술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이를 저지해가는 결단이 절실히 요망된다.
오광수|미술평론가, 중앙대 예술대학원 초빙교수
- 격월간 코리아아트 2005년 1,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