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1만2900평 규모에 1600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들어간 성남아트센터가 개관했다. 하지만 이 아트센터는 개관하자마자 모 언론사와의 약정으로 벌써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아트센터의 특정 공간을 이 언론사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받되, 언론사측은 아트센터의 홍보를 맡는다는 약정이라고 한다. 사실 이는 공간상의 운영 및 홍보나 기획인력이 부족한 센터 측의 궁여지책일 수 있다. 어마어마한 하드웨어의 건립에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서, 그 안에서 일어나게 될 공연이나 전시 등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성남아트센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지방자치제라는 구조 안에서 각 시·도·구마다 책정된 예산 지출을 위해 아트센터, 혹은 문화예술회관의 건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작게는 500평에서 크게는 2만평에 이르는 부지를 선정하고, 그 전체를 뒤덮을 만한 거대한 건물을 너도나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덕양문화재단은 상당한 규모의 미술관과 공연장을 덕양구에 개관했다. 그런데 이 문화재단은 2006년 12월 일산아람누리 문화예술회관의 준공을 또다시 준비하고 있다. 비교적 성공적인 공간운영을 하고 있는 덕양문화재단이 이 멀지 않은 곳에 동일 성격의 건물을 세우고 나면 과연 어떻게 공생해 나갈지 벌써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는 2∼3년 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건물의 규모에 비해 전문 인력은 부족하고, 이는 결국 공간을 채워야 할 공연이나 전시의 기획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공간운영의 마비가 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보완책으로 전국문예회관연합이 지방 문예회관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정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보완책들이 그리 미덥지만은 않다. 문예회관을 건립하는 초기 단계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짓고 보자는 행정 편의주의에 대한 단기 해결책에 불과한 것이다.
12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 천안 예술의 전당(2009년 준공 예정), 684억원에 건립할 예정인 의왕시 문화예술회관(2010년 준공 예정) 등 앞으로도 각 지자체들은 수백, 수천억원대의 예산을 들여 문화예술 공간을 지을 예정이다. 이들이 과연 내용과 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선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더 큰 문제는 동일 생활권의 몇몇 시들에 각각 커다란 문화예술회관들이 있다는 것이다. 덩치 큰 공룡의 수가 자꾸만 많아지면 어느 순간 멸종될 수밖에 없듯이 덩치만 큰 문예회관의 난립은 제 살 깎아먹기와도 다를 바가 없다.
정부차원의 보다 신중한 관리와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문화예술회관들은 50년 뒤 한국 근대사의 어두운 유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2006.2.21 세계일보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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