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발렌의 암실 속에서 2.21 - 5.21 프랑스 국립 도서관 사진 갤러리
1994년 <플래트랜드, 남아프리카 시골에서 온 이미지(Platteland, Images from Rural South Africa)>를 출판하면서부터 특히 영미권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로저 발렌의 사진전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남아프리카에서 작업하고 있는 로저 발렌은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그들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사진 찍지만, 여기에 그만의 특유한 미장센이 결정적인 그의 사진 미학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사진 속의 사람들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지만, 그것이 어떤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됐다기보다는 그들 자신이 조형적인 세계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편, 로저 발렌이 구사하는 다큐멘터리적인 사진 어법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의 사진이 수수께끼와 같은 모호함을 주는 이유는 사진가 자신이 항상 “어둡고 묘하지만 동시에 우스꽝스럽기도 한 어떤 것들”에 기본적으로 끌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적인 시각과 덫 없는 순간 사이, 다큐멘트와 미장센 사이, 하찮은 것과 무의미 사이, 그리고 거기 있음과 거기에서 사라짐 사이의 긴장이라는 사진의 존재론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피에르 보나르: 파리 근대 미술관 재개관전 2.2 - 5.7 파리 근대 미술관
파리 근대 미술관이 2월 2일 피에르 보나르전과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 이 미술관은 1,500만 유로라는 파리시의 예산이 투입되어 건물의 안전 설비를 강화하기 위한 공사로 지난 2년 동안 전시를 중단했었다. 사실 관능적인 그림들로 유명한 보나르는 혹자로부터 ‘길 잃은 20세기 후기인상주의자’로서 평가를 받았었고, 프랑스에서 여태까지 이만한 규모로 그의 회고전이 기획된 적이 없었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와는 색다른 방식으로 보나르의 작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 큐레이터 쉬잔 파제(Suzanne Page)의 의도가 반영되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달콤한 일상성을 넘어서서 보나르의 그림에 숨어있는 복잡하고 예기치 못한 측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행복을 그리는 화가’의 평화롭고 고요한 실내화와 풍경화 이면에 가려져 있었던 심오한 내면성과 멜랑콜리라는 새로운 코드를 읽어내는 또 다른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스 벨메르의 욕망의 해부학 3.1 - 5.22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가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초현실주의 예술가 한스 벨메르(1902-1975)의 조각-오브제, 사진, 회화, 그리고 데생과 습작 노트 등 모든 작업을 망라하는 대규모 전시를 기획한다. 독일 태생 프랑스 예술가였던 한스 벨메르는 1933년 나치 독재의 출현과 동시에 그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단했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이후 수많은 현대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게 될 <인형(Poupee)>을 제작하게 된다. 이것이 애초에는 정치적이면서 가부장적인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기형적이고 초현실적으로 조합된 그의 인형 작업은 욕망과 환상의 이미지를 물화시키는 살아있는 형태에 대한 탐구로서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