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이제는 문화경관이다!
2004년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회의 결과를 듣고 두 번 놀랐다. 고구려 역사문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가운 놀라움과, 독일의 쾰른 성당이 ‘위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놀라움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의문은 쉽게 풀렸고 그날 이후 커다란 걱정이 나를 누르고 있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해 인류의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나섰는데, 자연과 문화유산을 2분법적으로 나누던 것을 통합하는 국제협약이었다. 그 후 1992년 세계유산위원회 제16차 총회는 ‘문화경관’ 개념을 도입하고 실무지침서를 개정하기에 이른다. 인류의 탁월한 유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연, 문화의 2분법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인 사고, 즉 문화경관이 가지고 있는 결합적 가치, 주민과의 관계, 그리고 그것을 생물다양성 보호와 연계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1992년 실무지침서 개정 이후 2003년까지 30여개 문화경관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이전에 등재된 것을 포함하고 문화경관 개념을 넓혀 생각한다면 100여 곳이 문화경관 범주에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유산 7곳 가운데 불국사·석굴암을 제외하면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사적과 기념물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미 아태지역에서 역사마을, 민속마을, 문화경관에 속하는 유산들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되는 등 새로운 유산 개념에 대해 국제적인 이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관법 제정에 자극을 받아 개발주체인 건설교통부 주도로 도시미관 형태의 경관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실효성 없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개발욕구는 갈수록 팽창하지만 켜켜이 녹아 있는 과거의 이름들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그만큼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주변 경관의 훼손으로 위험한 목록에 등재되는 제2, 제3의 쾰른 성당이 창덕궁이 될 수도 있고 불국사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하며, 한국도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교호작용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다양성 보전에 역점을 두면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문화유산 관리정책에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 보호와 관리에서 주민의 삶이 중심이 되고 주역이 되는 ‘살아있는 유산’ 개념을 강조하고, 전통 기법과 양식 등에 대한 보존관리 체계 도입, 오랜 기간 지역주민이 유지해온 전통적인 토지 사용 형태의 존중, 문화유산 보호정책에서 생물다양성 보호 등을 고려해야 하며 자연 속의 정신적·영적 의미, 상징성 등 무형적 가치들이 문화유산 개념 형성에 반영될 수 있는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거나 문화경관 개념이 주체가 되는 미래를 내다보는 입법과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 세계일보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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