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문예연감]
2008 시각예술 : 회화, 조각, 공예
변화하는 미술계, 그 현장



하계훈(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 김달진미술연구소 객원 연구원)



I. 총론
2008년도의 우리 미술계의 상반기에는 전년도까지 이어졌던 미술시장 호황의 여운이 남아있는 가운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연계된 문화행사에 대한 기대로 호황 기조를 유지하는 듯하였고, 공공미술관에서도 국내외의 미술 동향을 반영하는 다양한 전시를 활발하게 선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의 분위기를 이어받아서 상반기에는 미술계 전반에 활력이 지속되었고 크고 작은 전시들이 공공 영역과 상업적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국공립 미술관과 상업 화랑에서는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중요한 미술 움직임이나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들이 활발하게 개최되는 편이었는데, 예를 들어 소마미술관의 <그림의 대면_동양화와 서양화의 접경> (1.31-3.23),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인도현대미술_일상에서 상상까지> (2.14-4.25),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소장 세계 명품도자전>(3.14-6.23), 로댕갤러리의 <김아타_On Air> (3.21-5.25), 국립현대미술관의 <아네트 메사제>(3.27-6.15),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의 <재팬 나우> (4.1-30), 소마미술관의 <한국 드로잉 100년:1870-1970> (4.4-6.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의 <카르티에 소장품전> (4.22-7.13), 국립중앙박물관의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4.22-8.31), 간송미술관의 <오원 장승업> (5.18-6.1), 성곡미술관의 <위대한 모험, 척클로즈> (6.19-9.25), 국제갤러리의 <빌 비올라_Transfiguration> (6.27-7.30)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전문 미술인들 뿐 아니라 아마추어 미술가들까지 자유롭게 출품하는 형식으로 400명 가까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한 코리아나 미술관의 <춘계예술대전> (4.11-6.8), 미술관 외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미술계에 관심을 갖고 있던 8명의 큐레이터들을 초청하여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해석을 이끌어 낸 형식으로 진행된 아르코 미술관의 <이미지 연대기> (5.16-6.29)과 같은 전시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어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었다.
같은 시기에 상업화랑에서도 <박석원 조각의 45년전, 적+의전> (1.10-1.27, 가나아트센터), <하종현, 추상미술 반세기전> (2.29-3.23, 가나아트센터), <쥴리앙 슈나벨> (3.27-4.20, 갤러리현대), <안젤름 키퍼> (4.4-5.24, 국제갤러리), <이상남> (4.10-5.10, PKM 트리니티 갤러리), <조덕현> (5.30-7.5, 국제갤러리> 등 외국과 우리 미술계의 원로와 중진 작가들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기도 하였다.
상반기의 미술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그 위세를 떨쳤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블루닷아시아』 (3.5-3.10)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아트페어 형식과는 조금 다르게 아시아 각국에서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출품하여 시장을 열었는데 판매 성과가 상당히 양호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인 미술시장의 호황을 배경으로 치러진 행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지만 출품작들이 대부분 팝아트나 극사실주의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시장의 반응을 잘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경향은 구 서울역 역사에서 30세 미만의 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개최한 『2008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8.6-8.17)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전체적인 흐름은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미술시장의 침체가 서서히 가시화되기 시작하였으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전세계로 파급된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의 급속한 냉각으로 상업화랑에서는 예정된 전시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비하여 미리 예정된 각종 비엔날레가 가을에 개최되어 전반기와는 다른 미술계의 지형을 만들어냈다. 2008년 후반기에는 일곱 번째로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 (9.15-11.9), 다섯 번째로 개최되는 『부산비엔날레』(9.6-11.15)와 『미디어씨티 서울2008』(9.12-11.5), 세 번째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8.19-11.11) 그리고 『대구사진비엔날레』(10.30-11.16) 등의 행사가 국내에서 개최되었으며 해외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6.7-11.22)를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의 싱가포르 비엔날레(9.11-11.16), 요코하마 트리엔날레(9.13-11.30) 등의 행사에 우리 미술계가 관심을 가졌었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에는 이전처럼 특정 주제를 선정하기보다는 ‘연례보고’라는 주제로 전세계에서 지난 1년간 주목을 받았던 전시들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현대미술의 폭넓은 지평을 요약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며 다른 비엔날레 행사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의견과 일곱 번째 개최되는 행사치곤 행사 준비과정에서 전시감독 선정이나 인력 충원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해서 보다 의미 있는 전시를 기획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드러내는 수준미달의 전시기획이었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의 경우에는 ‘낭비’를 주제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실상과 주제에 대한 정치적, 철학적 확대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는데 행사 장소가 여러 곳으로 산개해 있고 각 공간마다 큐레이터가 주관적인 주제 해석을 가미함으로써 주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미디어씨티 서울>은 행사의 성격상 영상작업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에서 공간을 분할하여 각 공간마다 영상작품을 상영하는 수준의 기획이 미디어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지속될 필요가 있을지, 아니면 좀 더 획기적인 진행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재고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하반기의 미술시장의 기후 변화와는 별도로 공공미술 영역에서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국내외의 주요 작품을 바탕으로 개인전과 주제전이 다양하게 개최되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매그넘 코리아> (7.4-8.24), 덕수궁미술관의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 (7.26-11.9), 광주시립미술관의 <루벤스, 바로크 걸작> (7.16-11.9, 12.10-2009.3.13 세종문화회관미술관) 등 소위 블록버스터형 전시도 계속되었으며, 이 외에도 30세 미만의 젊은 작가 777명이 참가한 새로운 형식의 <2008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 (8.6-8.17)가 처음으로 구 서울역사에서 열리기도 하였다.
하반기에도 공공미술관과 상업화랑에서는 국내외의 주요 작가의 전시회가 개최되었는데,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된 yBa의 대표작가로서 극사실적인 수법으로 대형 화면에 다양한 꽃을 그린 작품을 선보인 <마크 퀸> (7.11-8.3, 가나아트센터), 최소의 언어로 시학을 구축하며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두아트서울의 <온 카와라> (7.23-8.24),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응용해서 인간 삶의 고뇌와 행복, 민중의 삶의 양태를 표현한 금호미술관의 <조환 >(8.21-9.12), 설치 작업을 통해 인간과 사물, 세계의 본질을 이루는 구조와 흐름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이기봉_Wet Psyche> (6.29-9.29), 예술적 기교를 최소화하면서 유기적인 형태의 조각으로 사물의 본질과 정신성을 추구하는 <아니쉬 카푸어> (9.9-10.3, 국제갤러리 신관), 여성과 어머니를 모티브로 작업해 온 <윤석남> (9.26-11.9) 등이 열렸다.
가을에는 광주와 부산의 비엔날레, 그리고 서울의 미디어 비엔날레에 초점이 맞춰져서 일반 전시장의 전시가 상대적으로 소강상태였으나 이 가운데에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관한 <유토피아_이상에서 현실로> (9.25-12.28), 나혜석을 비롯한 경기지역의 여성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며 여성미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기했던 경기도 미술관의 <언니가 돌아왔다> (10.1-11.30), 장르와 매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방법과 논의를 제기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 읽기> (10.15-11.30)은 그 기획이나 진행에 있어서 탄탄함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10월에는 미국의 미니멀 작가 <제임스 터렐> (10.9-12.18)전이 토탈미술관과 오룸갤러리, 쉼박물관 등의 3개 장소에서 동시에 전시를 개최하였으며 간송미술관에서는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대전> (10.12-10.26)이 개최되어 미술 전공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끄는 성황을 이루었다. 11월에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윌리엄블레이크와 그의 예술적 유산> (11.13-2009.2.14)이 열렸고, 12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차세대 주인공들을 발굴하는 성격의 <젊은 모색 2008-I AM AN ARTIST> (12.5-2009.3.8)가 열렸다.
2008년은 한국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 설립 70주년이면서 동시에 몇몇 기관의 설립과 관련한 의미 있는 해였다. 2008년은 쌈지스페이스의 개관 10주년이 되는 해이며, 가나아트의 개관 25주년이 되는 해였다. 가나아트센터에서는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원로 작가 12명과 신진작가 12명이 짝을 이루어 세대간의 소통을 보여주었으며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14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더 브릿지> (9.4-24)을 열었고, 쌈지스페이스에서도 지난 10년간의 쌈지스페이스 활동을 정리하는 <쌈지스페이스 1998-2008> (9.8-10.15)을 열었다. 지난 10년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레지던시와 국제교류 등을 통하여 우리 미술계의 발전이 기여해 온 쌈지 스페이스는 이 전시를 마지막으로 공간을 폐쇄하기로 하여 미술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08년에는 경기도에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한 해이기도 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개관 기념전으로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총 19개국의 113명, 9팀이 참여하는 (10.8-2009.2.5)이라는 백남준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한편 시울시에서는 제 1회 서울디자인 올림픽을 개최하여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였는데, 이 가운데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자하 하디드+패트릭 슈마허전> (10.10-10.30)에서는 철거된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들어설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파크’의 설계를 맡고 있는 이들의 디자인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2008년 미술계의 또 다른 특이사항 가운데 하나는 공공적 성격의 미술관들의 파행과 침체를 들 수 있다. 국내 대표 미술관들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는 공석이 된 학예연구실장의 자리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공석으로 남아 한 해를 보냈다. 또 지난 정부의 코드 인사로 지목돼 새 정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던 김윤수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 구입 논란으로 마침내 해고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국립현대미술관이 지지부진한 운영을 장기화하는 동안 관람객 수는 줄었고, 특별히 눈에 띄는 기획전도 없어서 미술계로부터 점차 외면을 받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외에도 사립미술관 가운데 최대의 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 역시 미술 외적인 사건에 연관되어 미술관 운영의 침체를 불러왔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샀다는 의혹 속에 미술계 파워 1위인 관장이 사퇴한 리움은 기획전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로 남게 되었으며, 로댕갤러리도 휴관 중이다. 이러는 가운데 리움의 직원들에 대한 조직 개편과 감원도 단행되어 2008년 말 현재 리움은 관장도 공석이고 학예연구실과 보존과학실 등의 인원이 상당수 감축된 상태에서 상설전 중심의 소극적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리움의 부진으로 우리 미술계는 훌륭한 전시 공간과 유력한 작품구매처를 동시에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II. 회화
2008년의 회화 부문의 특징은 지난해의 미술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하였던 팝아트 계열이나 극사실주의 계열의 작품들이 그 위세를 누그러뜨리고 그 표현의 폭이 전보다 넓어졌다는 점이다. 작품의 다양성은 비영리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이러한 해석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상업화랑에서 이제까지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작품들의 시장성이 떨어지자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발굴하는 움직임의 결과일 수도 있다.
시장의 위축은 자본에 의존하는 미술계의 움직임의 폐단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냈으며 상대적으로 원로와 중진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게 되었다. 1월에 성곡미술관에서 개최된 <곽남신> (1.11-3.23)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된 <홍승혜> (1.25-2.26) , 4월에 동산방화랑에서 개최된 <김근중> (4.30-5.13), 5월에 학고재에서 개최된 <최인선> (5.28 -6.18), 7월에 학고재에서 개최된 <김호득전> (7.18-8.2), 10월 동산방화랑에서 개최된 <박병춘> (10.29-11.11) 등은 시장성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을 수 있지만 우리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성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화의 상대적인 침체 속에서 김근중, 김호득, 박병춘 등의 한국화가의 작품전이 비중 있는 공간에서 개최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에는 몇몇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추모전도 열렸는데 회화 부문에서는 5월에 서울대미술관에서는 몇 해 전에 타계한 하동철의 유작전 형식의 회고전이 열렸고 7월에는 한국 만화예술의 거장으로 2005년에 타계한 고우영의 유작전 형식의 <고우영만화-네버엔딩 스토리> (7.16-9.12)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렸으며 11월에는 원색의 화려한 색채로 농원과 과수원 등 한국적인 소재를 즐겨 다루던 한국화단의 거목 이대원의 작고 3주기 기념전이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열리기도 하였다.
외국의 유명작가들의 작품전도 연초부터 이어졌는데 1980년대 미국 뉴페인팅의 대표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슈나벨이 화면에 깨진 도자기를 도입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대작들을 선보인 <쥴리앙 슈나벨> (3.27-4.20, 갤러리현대)이 열렸고 국제갤러리에서는 지푸라기와 헝겊 등의 다양한 물성과 두꺼운 마티에르를 바탕으로 북유럽의 신화와 독일의 비극 등을 표현한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 (4.4-5.24)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1980년대 프랑스 자유구상 회화의 대표작가인 로베르 콩바스의 다양한 일상의 소재를 과장된 우화적 형태의 거친 선으로 표현한 작품전, 극사실적 초상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척크로스의 작품전이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빛의 작가로 알려진 제임스 터렐의 작품전이 토탈미술관에서, 그리고 리히터와 함께 현대 독일미술계를 대표하는 시그마 폴케의 전시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렸다. 이처럼 2008년 우리 미술계의 회화 부문의 전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국 작가들 가운데 198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작가들의 복귀전 형식의 전시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작가의 경우에도 최근의 미술시장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꾸준하게 자기 세계를 지켜온 원로와 중진 작가들의 활동이 돋보였다. 2월에는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캔버스와 물감의 물질성으로부터 회화의 개념과 정신을 탐구해 온 하종현의 전시(2.29-3.23, 가나아트센터) 가 열렸는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의 반세기 동안의 작품 변천과정을 보여주었다. 5월에는 물감을 손가락에 묻혀 겹겹이 쌓아 푸른색 대형 화면을 만들어내는 김춘수의 <울트라 마린전> (5.7-5.23, 선화랑)과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신학철의 (5.9-5.25 갤러리눈)이 열렸으며, 7월에는 오방색에 대한 탐구에 이어 간소화된 색과 상자로부터 추출된 입방체 형태의 조형을 통해 생명의 문제를 다룬 김봉태의 전시(7.16-8.5, 갤러리현대)와 꽃, 풀, 나무 등 자연을 소재로 구상과 추상의 이중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유근영의 <엉뚱한 자연전> (7.4-7.27, 갤러리터치아트) 이 열리기도 하였다. 이어서 10월에는 동양의 서법과 오방색을 사용하여 절제된 추상화를 제작하는 오수환의 전시(10.24-11.16, 가나아트센터)가 열렸으며 12월에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날카로운 윤곽선으로 표현하며 추상과 구상의 절충지대에서 현대인의 모습과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화면에 담아내는 황용엽의 전시(12.10 2008.12.2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가 열리기도 하였다.
원로와 중진 작가들과 함께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활발하게 개최되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외국에서 미술 수학을 하고 돌아온 작가들의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선보였다. 3월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타국에서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과 이방인으로서의 삶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와 추상적인 배경으로 표현한 샌 정의 전시(12.4- 12.23, 대안공간루프)가 열렸으며, 5월에는 중국 고대 돈황 벽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벽화의 모티브와 표현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 서용의 전시(5.7-5.27, 리씨갤러리) 열리기도 하였다. 7월에는 영국에서 유학했던 김기라(7.25-8.22, 대안공간 루프) 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위치와 그에 상반되는 개인의 욕망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고, 독일 베를린에서 스튜디오 입주를 마치고 돌아온 이문주(7.18-8.1, 가인갤러리)도 분할된 대형 캔버스를 이용하여 단락된 도시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도시의 특성을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젊은 작가들 가운데에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작가의 유년시절 영웅적인 존재였던 태권브이가 이제는 소시민적인 존재로 전락한 현재의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성태진의 <태권브이 EPISODE> (2.14-28, 소헌컨템포러리), 작가 자신이 오랜 동안 브랜드화 하는데 성공한 동구리가 사는 환상적인 세계를 동화적 분위기의 밝은 원색으로 표현한 <권기수> (2.12-29, 박여숙화랑), 이소룡을 비롯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팝아트적 화면에 담은 신창용의 <잊혀지지 않는다_우리, 우리의 꿈>(11-12-30, 갤러리쌈지) 등에서 이러한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룹전으로는 성남아트센터의 (7.4-8.28)에 출품했던 이동재, 홍경택 들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발견된다. 팝아트 양식의 작품전 가운데 일본 신진작가 9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7.2-23, 갤러리인)도 이웃 나라 일본의 팝아트의 단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였다.
미술시장이 활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한국화의 꾸준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모색도 눈에 띤다.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어떻게 조화롭게 메워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가들이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표현을 엿볼 수 있는 전시들 가운데에는 태극의 조형성을 응용하여 한국적인 산수의 현대적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한진만의 <춤추는 금강산> (2.20-3.4, 리씨갤러리), 현대인의 일상의 풍경을 현대적 조형과 한국화적 기법으로 표현하는 임태규의 <유연견> (4.24-5.16, 샘터갤러리), 자동차나 그 밖의 현대생활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상징되는 오브제들을 전통적 수묵으로 그려내는 <장재록> (8.7-8.21, 세오갤러리), 전통적 한국화를 바탕으로 독특한 시점과 현대적 해학을 가미한 화면을 구성해 온 박병춘 <채집된 산수> (10.29-11.11, 동산방), 작가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과 같은 장르의 이종교배를 시도하며 문학적 주제를 이용하여 신선한 화면을 구성하는 홍지윤의 <인생은 아름다워-꿈결같은 인생-그녀, 아름다운 꽃> (3.4-3.29, 더갤러리), 붉은 물감을 사용하여 전토산수 기법으로 작업을 해온 이세현의 (8.21-9.20, 원앤제이) 등을 들 수 있다.
2008년에 개최된 1만여 건의 크고 작은 전시회 가운데 900여 건의 외국 작가 전시가 열렸었는데 전시회를 계기로 작가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개막식에 참가하거나 전시 작품과 관련된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영국 yBa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마크 퀸이 가나아트 센터에서 개최되는 자신의 전시 기간 동안 한국을 방문하였으며 일본의미디어 설치작가인 미야지마 다츠오가 9월에 몽인아트센터(9.3-11.2) 에서 개최된 자신의 전시에 참석차 방한하였었다.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인 빌 비올라는 6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신의 전시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강연회를 갖기도 하였으며 작가는 아니었지만 프랑스국립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 관장인 알프레드 파크망이 11월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화가들의 천국전>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여 미술계 인사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졌다.
이 밖에도 회화적 감수성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민병헌> (4.15-5.14, 카이스갤러리), 사진을 이용하여 우리 사회에 흔히 널려 있는 모조품을 가지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시대의 표정을 전달하려는 <이강우> (7.30-8.12, 갤러리나우>와 서정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보여주는 <강운구> (9.27-12.6, 한미사진미술관),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현대 도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국대호> (2.29-3.22, 코리아아트센터), 그리고 작가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과 모티브를 이질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작가 특유의 심리적이고 암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을 선보인 공성훈의 전시회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미술시장은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에 대한 논란으로 일년 내내 시끄러웠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뒤 미술잡지 아트레이드의 편집자인 유병학이 위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시작된 빨래터 위작 논란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진품 판정, 서울옥션의 3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서울대와 도쿄예대의 과학감정 결과 진품 판정, 최명윤 명지대 교수의 과학감정 조작 주장, 서울대의 과학감정 진상조사 및 담당자 징계 등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술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작품의 진위는 앞으로 법원과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결과적으로 빨래터 사건은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신뢰 자체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증하듯이 지난해 절정을 맞았던 미술시장의 호황은 경제위기의 여파로 급속하게 냉각되었다. 특히 미술시장 활성화의 중심에 섰던 경매시장의 침체가 이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뒤늦게 경매시장에 진입하려고 준비해 온 신생 경매사들은 사업을 보류했고, 80%에 이르던 경매 낙찰률은 하반기 들어 50%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1,926억 원이었던 경매시장 규모는 2008년 1,149억 원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은 홍콩과 마카오로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불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우리 미술시장이 앞으로 국가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국제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여야 할 것이라는 당면과제를 예고해주는 것이다.


미술시장에 대한 또 다른 나쁜 소식은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세 문제였다. 1990년부터 꾸준히 입법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미술계의 반발로 시행이 연기됐던 미술품 양도세 도입 법률안이 논란 끝에 마침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법에 따르면 2011년부터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을 제외한 작품 가운데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의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되게 된다. 화랑들을 중심으로 집단 휴업까지 해가며 양도세 부과에 반대했던 미술계와 미술단체들은 거래 실명화로 인해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거래 금액에 대한 편법적인 신고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며 이번 기회를 오히려 미술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정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008년에도 공공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전시공간에서는 몇몇 블록버스터 형의 전시회가 기록적인 관람객을 유치하여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일보사와 서울시립미술관 공동 주최로 2007년 11월 24일부터 2008년 3월 16일까지 열린 <불멸의 화가-반 고흐> 전에는 무려 82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와 국내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반 고흐전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의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4.22-8.3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의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 (7.26-11.9), 광주시립미술관의 <루벤스, 바로크 걸작> (7.16-11.9), 서울시립미술관의 <프랑스 국립퐁피두센터 특별전-화가들의 천국전> (11.22-2009.3.22) 등이 대규모 관람객 유치에 앞장섰다. 이러한 전시들은 해가 가면서 초기의 부실과 비전문적 기획의 단점을 조금씩 보완해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대형 기획전시들이 안고 있는 과다예산과 일방적인 작품 대여 조건에 따른 주도권 상실, 한국측 큐레이터들의 역할부재, 전시 내용에 대한 과대 포장과 선전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2008년의 전반기가 외국의 중요 작가와 작품들에 의해 대규모 관람객 동원을 이끌어냈다면 후반기에는 간송미술관에서 개최한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대전>을 통해 공개된 조선 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작품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대규모로 관람객을 동원하였다고 할 수 있다. 소설과 드라마로 만들어진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까지, 대중매체들이 화가 신윤복의 삶을 재조명하는 방송을 내보낸 영향으로, 미인도와 단오풍정 등 신윤복의 대표작이 대거 출품된 간송미술관의 가을 전시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전해진다. 외국 미술품에 대한 관심에 필적할 만한 관람객이 동원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윤복과 그의 작품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연구보다는 대중적인 호기심에 의해 조선시대 풍속화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는 우리 미술계가 기대 밖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좀 더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대규모 관람객 동원을 위한 기획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숙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III. 조각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미술 공간에서의 전시의 다양화 속에서도 조각은 수적으로 상대적 부진을 겪어오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2008년 전체 전시의 절반 이상이 회화 전시로 파악되고 있으며 전시비중 면에서 사진과 공예 전시 다음으로 조각은 불과 6-7%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청년작가들은 청년작가들 대로 중진과 원로작가는 그들대로 개인전을 중심으로 선전해왔다. 조각 분야에서는 기존의 전시 공간에서의 개인전이나 그룹전 이외에도 환경미술 성격의 프로젝트성 행사와 결합된 현장에서 조각가들이 주도하여 작품들이 대중과 조우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업이 다른 장르에 비하여 활발한 편이다.
정부는 문화관광부 산하의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아트인시티의 활동을 중지시켰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지자체마다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도시 낙후지역 환경개선 사업 혹은 미술을 활용한 새로운 공간의 창조 등 이전과는 다른 맥락에서 공공미술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공공미술사업의 개념을 포함하는 도시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도시 공간 전체를 예술 표현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2008년부터 SDO(Seoul Design Olympic)이라는 명칭으로 유사 공공미술 사업을 출범시켜서 매년 도시 환경미술이 실험되는 장을 펼쳐갈 예정이라 한다.
조각가들이 주도적 역할을 펼칠 수 있는 공공미술은 미술의 대중화 및 대중 생활공간의 환경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지만, 유행처럼 추진되고 있는 공공미술 사업이 종종 현장 주민의 향유와 참여에 중심을 두지 않고 전시효과 위주의 사업으로 전락하거나 사업 후의 사후관리 부족 등으로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준공과 사용승인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설치되는 조형물 사업을 둘러싸고 반복되어 일어나는 잡음은 가뜩이나 침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각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처럼 아직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위탁을 받아 공공미술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미술추진위원회는 2008년 1월 19일 제주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가늠해보고 그 속에 산재해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공공미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공미술 세미나 공공미술, 무엇을 어떻게?에서는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에 대한 천착에서부터 우리나라의 공공미술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등이 폭넓게 논의되는 장을 열었었다. 공공미술 활동의 초창기만 하여도 공공미술은 환경미술, 환경조각, 환경디자인, 1% 조형물 등 뚜렷한 명칭이나 개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건축주와 작가들 사이의 예술 외적 관계에 바탕을 두고 진행되어왔다. 이러한 공공미술이 미술의 대중화 및 대중의 환경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지만 이같은 장점만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세미나에서 기조발제 <공공미술, 역사와 쟁점>을 통해 성완경은 먼저 ‘공공미술’이라는 개념 정의의 시급성을 피력하면서 공공미술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그 주된 흐름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느냐에 따라 사회문화 속에서 갖는 의미와 미래의 미술의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완경은 공공미술을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사적 예술품의 대중공간에로의 이동 정도로 생각하는 시각은 공공미술의 본질적 문제와 그 발전 방향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같은 것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8년의 중요한 조각전시는 개인전을 중심으로 1월에 개최된 <박석원 조각의 45년, 적+의전> (1.10-27, 가나아트센터)으로 문을 열었다. 절단과 축조의 방법으로 자연을 구조화하는 박석원의 정년퇴임을 계기로 작품생활 45년을 결산하는 이번 전시는 원로 조각가의 현대조각계에 미친 영향과 발자취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어서 2월에는 서양조각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부르델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활쏘는 헤라클레스-거장 부르델>(2. 29-6.8, 서울시립미술관)은 스승 로댕과는 달리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고전적 미술의 건축적 구성과 양식을 추구하였던 부르델의 조각과 드로잉 작품 120여 점을 대규모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3월에 개최된 이길래의 <나무, 근원적 형상> (3.10-4.20, 사비나미술관)은 한국 소나무를 소재로 유기적이고 모뉴멘탈한 작품을 보여준 전시였다. 동파이프를 잘라서 하나하나 용접하여 소나무의 표피 효과를 만듦으로써 자연의 생성원리와 생명의 문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조각가 김종영의 작품을 바탕으로 개관하여 젊은 조각가들을 발굴하는 김종영미술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영미술관에서는 ‘2008 오늘의 작가’로 신옥주를 선정하고 <지혜의 문> (3.28-5.15)을 개최하였는데, 이 전시를 통해서 20년 넘게 두꺼운 철판을 자르고 오려서 평면과 입체, 안과 밖의 구분을 없애고 열린 공간으로 승화시키는 오브제를 제작해 온 작가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조각가와 화가가 함께 전시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었다. 철사를 이용하여 나뭇잎이나 도자가 등의 선적인 드로잉과 같은 오브제를 제작해 온 정광호는 회화를 통해 비슷한 모티브를 다루는 김홍주와 함께 (4.25-5.18)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열린 박성태의 전시도 주목할 만하다. 알루미늄 철망을 가지고 인체나 동물의 형상을 표현한 작가의 전시는 중력에서 해방된 형상의 조형원리를 보여준다. 폐신문지를 쌓아 올린 다음 그 속에서 싹을 틔우는 작업을 통하여 문명과 자연에 대한 생태계적 관점을 드러내는 김주연의 (4.30-5.8, 갤러리 쿤스트독)도 눈길을 끌었다.
1996년부터 <오늘의 한국조각>이라는 연례전을 통해 한국현대조각의 흐름을 목격해 온 모란미술관은 <조각의 허물 혹은 껍질> (5.10-6.29)을 주제로 구경숙, 김일용, 박소영, 박원주, 차기율을 초대하여 기획전을 개최하였다. 원로 조각가 전뢰진도 7년 만에 개인전(5.10-30, 청작화랑)을 개최하였는데, 인간과 자연을 순결함과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의 모습으로 환원시키는 동화 나라의 석공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작가의 제자 유영교, 강관욱, 고정수, 김경옥, 한진섭, 김성복 등 제자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6월에는 한국 구상조각계의 대표 작가 가운데 하나인 유영교의 2주기를 맞아 가나아트센터에서 추모전이 열리기도 하였는데 구상에서 추상으로, 그리고 다시 구상과 키네틱 아트까지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한눈에 보여준 전시였다.
9월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박현기의 유작전 <현현顯現, Presence & Reflection전> (9.30-10.9,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열렸으며 윤석남이 5년 만에 개인전을 열기도 하였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1025전-사람과 사람 없이> (9.27-11.9)에서 작가는 길을 떠도는 유기견들을 군집시킨 목조각 작품들을 통하여 그동안 주춤했던 페미니즘 미술의 담론을 생태적 관점으로 확장시키는 시각을 선보였다. 인체 조각 40여점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작품을 통하여 현대인의 지나친 욕망을 표현한 김영원의 (9.24-10.10, 선화랑), 석고, 돌, 낡은 침목 등 자연과 대지에서 시간이 만들어낸 재료를 이용하여 인간의 형상과 신화를 만들어내는 정현의 개인전(9.3-25, 학고재)이나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가르쳐 온 전준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전시회도 열렸다. <소리전-우연과 필연 사이> (9.25-10.21,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전준은 용접과 단조로 제작한 철조작품과 대리석, 오석 등으로 제작한 석조작품, 목조작품과 한지 부조 등 40년간의 작품들을 폭넓게 보여주었다.
9월에 개막한 부산비엔날레에서는 본전시 이외에 야외공간인 광안리해수욕장의 바다미술제와 에이펙나루공원의 부산조각프로젝트를 통하여 대규모 관람객을 유치하였는데 주최측의 추산에 따르면 본전시를 포함하여 모두 100만 명 정도가 전시회를 관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장의 성격상 입체 작품 위주로 전시가 꾸며질 수밖에 없었는데 본전시와 주제면에서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야외 공간에서의 작품 유지관리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은 향후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10월에는 자신의 분신을 작품 속에 투영하여 인간상의 허구와 현실을 탐구하는 천성명의 <그림자를 삼키다> (10.10-11.16, 갤러리터치아트), 여성을 모티브로 헬레니즘과 히브리즘이라는 두 개의 원형에서 비롯되어 생명, 자연, 존재의 근원과 같은 생의 본질적 요소가 주요한 미학적 근거를 이루는 최만린의 2008년 신작으로 구성된 (10.11-11. 30, 공간퍼플)이 열렸고 같은 시기에 열린 중진 작가 이불의 개인전(10.16-11.30, PKM트리니티갤러리)에는 사회비판의식을 창조적인 미의식과 결합하여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과 양자간의 상호관계를 천착하는 벽면과 천장의 설치 조각 작품들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공공미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규모의 인물상을 제작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조각가 조나단 보롭스키의 개인전(10.31-12.31, 표갤러리)이 열리기도 하였다. 작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설치했던 아크릴 조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대인의 천편일률적인 인간상을 연속적이고 집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11월에는 심정수의 (11.20-2009.1.25, 일민미술관), 요셉 보이스라는 걸출한 전위예술가를 배출한 독일의 행위예술 흐름을 잇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독일작가 욘 복이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해 퍼포먼스를 펼친 뒤 이를 영상으로 찍고 영상과 함께 퍼포먼스 때 쓴 오브제와 의상, 소품 등을 전시하는 <욘 복전-피클 속 핸드백 두 개> (11.21-2009.2.8),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해왔고 12년 만에 서울에서 대규모로 전시를 갖는 작가로서 흙, 나무, 돌 등의 재료의 속성이 그대로 부각되는 작품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심문섭의 (11.5-11.25, 갤러리현대, 학고재) 등이 개최되었다. 12월에는 2006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노준의 (12.10-12.23, 이화익갤러리)이 열렸다.
재료의 다양화와 장르간의 경계 소멸의 경향은 조각의 영역을 넓혀주고 표현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현상을 탐구하기 위하여 4월에 에서 기획 취재한 ‘재료 백태’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제까지의 전통적인 재료 이외에도 국수, 소금, 쌀과 같은 식재료나 숯, 비누, 레고, 폐타이어 등의 다양한 생활 재료가 회화와 조각 영역에서 새로운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재료의 확산은 표현의 다양화로 이어지지만 자칫 재료의 물성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표피적이고 흥미 위주의 가벼운 표현의 범람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 숙제도 함께 제기된다.
전통적인 조각의 영역에 분명하게 편입시킬 수는 없지만 조각적 개념으로 작업하는 작가의 전시로 분류될 수 있는 전시들도 열렸다. 조각가 김세일은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입체직업을 하는 고명근과 함께 전시회(6.5-21, 갤러리마노)를 열었으며, 시간을 매개로 한 다양한 의미의 층위들을 표현한 임승오의 <시간여행> (11.12-18, 인사아트센터), 바코드의 성격을 여러 형태로 확장해 해석한 작품 10여 점을 통해 바코드 위에 올려진 대상들의 가치를 성찰해 본다는 개념을 표현한 전수천의 (1.22-3.1, 뉴욕 화이트박스 갤러리), 지난 10년간 ‘유기적 기하학’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가 공간 자체를 작품처럼 활용하면서 가구와 조각품의 중간 형태인 오브제, 건축 자재인 파이프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보여준 홍승혜의 <파편> (1.25-2.26, 국제갤러리) 등은 확장된 개념의 조각 전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08년에 열린 조각 분야에서의 기획전으로는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한국현대조각의 현황을 파악해 온 모란미술관의 <오늘의 한국조각전> (5.10-6.29),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공간을 위한 광장조각전>의 첫 번째 작가로 김정명을 초대하여 <광장조각전-김정명의 머리>전을 개최한 것과 미술을 통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이란 주제로 세계 10개국 38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자연을 표현하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미술의 능동적인 참여를 시도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8.19-11.11), 경북 영천의 시안미술관에서 기획한 원로 작가 박충흠의 (10.4-2009.5.10) , 김민지, 남지, 박종빈, 윤성지, 이문호, 최수앙 등 6 명의 조각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독자적인 미감을 선보임으로써 회화 중심의 미술계에서 고각과 입체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다시 조각에 주목하도록 시도한 (12.19-12.31, 덕원갤러리) 등이 눈에 띤다.


IV. 공예
미술의 장르 구분에 있어서 공예가 평면이나 입체 미술 카테고리에서 별도로 구분됨으로써 공예 작가들이 어느 정도 소외감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95년부터 매년 선정해오는 올해의 작가로 섬유작가 장연순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 공예계에서는 환영과 불만을 동시에 터뜨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장연순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것은 소외된 분야의 활성화를 촉진하고자하는 안배의 조치가 있었다고 하였다. 사실 지난 23년 동안 공예 분야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공예가는 2004년 도예가 김익영과 윤광조가 선정된 경루 한 번 뿐이었으며 섬유예술 분야에서는 장연순이 23년 만에 처음이었다.
공예분야가 생활 밀착형 예술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공공미술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예술성의 차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공예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이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공예를 주제로 한 크고 작은 행사가 적지 않게 개최되고 있다.
우선 1999년에 시작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경우 국제적 규모의 전시와 국제학술 심포지엄 등의 부대행사로 국내외 공예계 뿐 아니라 미술계 전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비엔날레라는 형식의 행사가 이벤트성으로 끝나고 지속적인 담론 형성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데 비하여 청주공예비엔날레의 경우에는 본전시 행사 이외에 이러한 담론 형성의 장으로서의 비엔날레의 역할을 비중 있게 부여하고 있는 편이라고 판단된다.
도자기 장르를 대표하는 국제행사로는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를 들 수 있다. 이천, 광주, 여주 3개 행사장에서 전시회와 워크숍 등의 행사로 구성되는 도자비엔날레는 출발 당시의 의욕에 비하여 소강상태에 들어선 듯하기는 하지만 도예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행사로 인식되고 있으며 창작의 의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계기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는 매 2년마다 홀수 해에 개최되므로 2008년도에는 개최된 행사가 없었다. 2008년에 개최된 공예분야의 대형 행사로는 ‘삼각주-합류된 서로 다른 시선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2008 대구 텍스타일아트도큐멘타』(11.18-11.23, 대구문화예술회관)를 들 수 있다. 융합과 통섭을 화두로 우리 삶의 공간 속에 예술작품들을 연출하는 기획이 시도된 이번 행사는 출품작의 범위를 섬유예술 작품에 한정하지 않고 섬유작품을 근간으로 하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을 도입함으로써 전시장 연출과 작품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전시의 주제가 공예에 중심을 두지 않았지만 공예작품의 참여가 이루어진 행사 가운데에는 『2008 서울리빙디자인페어』(3.20-25, 코엑스), 2010 세계디자인수도(WDC) 지정을 계기로 서울특별시가 세계 디자인·문화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마련한 세계인의 디자인문화 종합축제 형식으로 출범한 제 1회 서울디자인올림픽(SDO, 10.10-31, 잠실종합운동장과 서울시내) 등을 들 수 있다.
2008년에 개최된 대형 전시로는 앞서 언급된 국립현대미술관의 2008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장연순> (5.23-7.20) 이외에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와 카르티에의 역사와 보석 공예의 진수를 소개한 <티파니 보석 170년> (3.28-6.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과 <카르티에 소장품>(4.22-7.13, 덕수궁미술관), <빅토리아 & 알버트박물관 소장 세계명품도자> (3.14-6.23,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대전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인 <세브르 도자기 특별전 : 퐁파두르 부인에서 루이즈 부르주아까지>(4.25-8.3), <고암 이응노 도자조각전 : 고암, 자유를 빚다전>(4. 25-8. 31, 대전 이응노미술관) 등을 들 수 있다.
섬유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밀도 있는 작업을 해 온 장연순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거즈나 삼베, 아바카 등 섬유의 부드러운 특성을 적극적으로 응용하여 물질성을 환기하고 여기에 빛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가미하여 다채롭게 전개되는 2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하였다. <티파니 보석전>과 <카르티에 소장품전>은 전통 깊은 예술적 아우라가 돋보이는 보석공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상업주의가 공공 미술공간으로 침투하는 염려스런 상황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교차되었다. <빅토리아 & 알버트박물관 소장 세계명품도자전>은 세계 최고의 공예미술 소장 미술관인 빅토리아 & 알버트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귀중한 기회였으며 기원 전 2500년 경 중국 산동성에서 만든 세발달린 주전자에서부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피카소의 작품까지 동서양의 도자예술의 진수를 소개하였다. <세브르 도자기 특별전>에서는 250년 역사의 프랑스 세브르국립도자기미술관 소장품 5만여 점 중에서 엄선한 작품 350점이 전시되었다. 18세기 예술성이 뛰어났던 프랑스 바로크 양식의 궁정 도자기들에서부터 현대 작가 쿠사마 야요이, 루이즈 부르주아 등에 이르는 도자작품들이 소개되어 완벽한 도자 기술과 채색 기법을 소개함으로써 유럽 도자기 예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세브르 국립도자기미술관의 위상을 확인케 하였다. 고암 <이응노 도자조각전>에서는 문자 추상과 군상 시리즈로 대표되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실험성을 1960~80년대까지의 구상·추상 도자조각 45점이 출품되었다.
공예 관련 대형 전시회와 이벤트 이외에도 공예 예술의 담론 형성을 위한 정기적인 행사도 개최되었다. 2006년부터 치우금속공예관에서 매월 4번재 토요일에 개최해 온 『4토포럼』은 2008년에도 매월 계속되어 공예계의 현황과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해왔으며 종종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관련된 주제의 전시회로까지 연결시키는 활동을 해왔다. <食과 工, 또 다른 네버엔딩 스토리전>(10.10-11.8)은 이러한 맥락에서 개최된 전사로서 유사 이래 장구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의식주 생활 가운데 식생활 문화와 관련된 공예작품들을 선보였다.
2008년 한해 동안 개최된 공예전시를 살펴보면 주얼리의 의미와 개념의 확장을 시도한 금속공예 작품을 중심으로 한 <김계옥> (1. 30-2.5, 가나아트스페이스), <박성철_손에 의한 복제> (5.7-13, 관훈갤러리), <이동춘> (10.16-11.15, 아우디 에이엠강남서비스센터 5층 갤러리카페), <주소원·이숙현전> (11.19-30, 갤러리로얄) 등의 금속공예전과 <김숙란 도예전> (2.13-19, 통인화랑), <양승호 도예전> (3.13-22, 예송갤러리), <이수종 도예전> (5.21-6.2, 통인화랑) 등의 도예 작품전들을 들 수 있다. 섬유예술 분야에서는 <문보영 텍스타일전_Flexibility in the tension> (6.18-24, 갤러리가이아), <현희 보자기전_자투리의 기억과 시간> (2.14-28, 포스코미술관), <김정석_Glass +光 -Interior Space> (9.20-10.31, 갤러리모아), <강형구전_Furniture as object, Object as furniture> (8.25-29, 대백갤러리) 등이 개최되었다.
개인전 이외에도 <음식상상전> (3.14-3.30, 갤러리 빔), <6월의 식탁전> (6.4-6.10, 가나아트스페이스) 등의 식문화와 관련된 전시가 열렸으며,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론 아라드(Ron Arad)의 초기 작품부터 2007년의 돌체&가바나 전시작까지 11점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Ripple Chair 등의 제품이 소개된 (3.27-4.20, 가나아트센터), 독일의 포르츠하임대학을 중심으로 한 그룹인 엔텔레키에(Entelechie)의 <한․일․독일순회전 : 엔텔레키에> (9.24-30, 한국공예문화진흥원), 그리고 <100 오브제전> (6.3-7.27, 박여숙화랑), 공모전의 형식으로 개최된 <제로원 스팟 2008 작가공모전 : 시선의 해석전> (8.28-9.7,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 B1)도 주목할 만한 전시였다.
우리 공예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다수의 개인전과 주제전, 공모전, 비엔날레와 같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지만 이러한 활동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을 하는 활동이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8년에 벌어진 많은 행사의 외면적인 화려함과 그 활동에도 불구하고 공예계를 주도하는 담론을 형성하는 주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2007년 8월 그나마 하나있던 공예 전문저널 <월간크라트>가 폐간된 사실과 공공미술관에서 공예를 자신의 전문 영역으로 하는 큐레이터가 부재하다시피 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공예비평과 이론의 부재를 말해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최로 열린 『젊은공예포럼』(9.20, 한국공예문화진흥원 회의실)과 2008년 11월 1일에 두 번째로 개최된 ‘동시대의 공예적 가치’라는 주제의 포럼은 공예의 이론적 발전과 담론의 형성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