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21세기인데 지금은 박제된 궁궐 안에 왕조시대의 의관을 갖추고 왕실의 법도를 지키며 사는 왕족이 살고 있다면? 이 한 줄만 전제하면 작가나 제작자는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우선 왕실은 예나 지금이나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화려함의 상징이다. 왕궁이 거처가 되면 그에 맞는 의관과 실내 장식과 소품들이 갖춰져야 한다. 상궁과 나인이 따르는 질식할 것 같은 왕실의 전통 속에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 연출자 스태프 모두에게 대단한 특권이자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소재를 만화에서 따왔든 소설이나 연극에서 따왔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상상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또한 새로운 자극을 주느냐 하는 ‘창의력’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궁’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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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가 1200만 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바탕 역시 실록의 몇 줄 기록을 현대 감각에 맞게 상상력으로 풀어 낸 희곡의 힘이다. 실제 역사에서 한낱 광대가 왕의 면전에서 그런 독설을 퍼붓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걸 영상 이미지로 살려낸 과감한 시도가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것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영상 콘텐츠들은 발상의 전환과 자유로운 상상을 앞세운 창의력과 이야기의 회복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의 남발로 이야기가 고갈되어 가는 시대에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이야기의 힘을 되살리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할리우드 영화까지 제치면서 한류의 파고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친구’ ‘조폭마누라’등은 남북분단의 소재와 조직폭력의 강한 액션을 통해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흥행대박을 터뜨렸다. 드라마 ‘대장금’은 궁중음식이란 특이한 소재로, ‘허준’은 의술로, ‘내 이름은 김삼순’은 노처녀 심리묘사란 트랜디로 시청률을 높였다. 그런데 영상 콘텐츠를 좌우하는 이런 문화코드들을 미술장르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작고한 백남준은 비디오아트라는 독창성으로 세계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미술의 창작과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 개발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