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치러진 뉴욕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의 결과는 낙찰률 89.9 퍼센트로 대성공이었다. 뉴욕에서 열린 사상 첫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였던 이날 경매의 정확한 타이들은 ‘컨템퍼러리 아트 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이었지만 출품작의 대부분이 중국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으로 사실상 중국 현대미술 경매나 다름없었다. 뉴욕 소더비의 고객 담당 이사인 나쓰코 히다카는 “현재 정확한 통계를 내는 중에 있지만 그날 작품을 구매한 고객의 65~70%가 비(非)아시아인”이라고 말했다. 홍콩을 중심으로 이미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가 성공적으로 치러져 온 상황에서 이번 뉴욕 소더비 경매에 이처럼 많은 이목이 집중된 것은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인 뉴욕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중국 현대미술은 90년대부터 주로 유럽 화상들에 의해 유럽의 컬렉터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이 작용하긴 했지만 당시로선 컬렉터들에게 가장 큰 매력은 중국 현대미술품이 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아시아 지역 경매에서 중국 현대 미술품 가격이 폭발세를 보이더니 2005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중국 대표작가 위에민준(岳敏君)의 회화가 당시 추정가의 10배를 상회하는 가격인 55만4천 달러에 판매되는 등 중국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뜨거운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미술품 경매 담당 전문기자인 캐롤 보겔은 4월 1일자에 ‘중국: 새로운 현대미술의 선구자’ 라는 제목으로 뉴욕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 대한 리뷰 기사를 올렸다. 그는 90년대부터 중국 현대미술을 소장해온 수 스토펠이라는 뉴욕의 컬렉터가 “그때에 비해 해당 작가의 가격이 100배 이상 올랐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당일 경매의 열기를 표현했다. 한국의 경우 출품된 작가 수나 낙찰 가격이 중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우환, 배병우, 배준성, 함진 등을 비롯한 대부분 작가의 작품들이 추정가를 상회한 가격으로 대부분 비 아시아 컬렉터에게 판매됨으로써 많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는 곧 중국 문화로 이해하려는 서구인들의 편향된 시각과 관심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생존하는 일은 이제 시작된 과제에 불과하다. 경제 대국 프리미엄을 뒤에 업은 중국과 달리 작품 가격과 작가의 숫자면 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한국의 현대미술이 진정 살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우선 “작가들 개개인이 중국적 특징과 구분되는 한국 현대미술이 갖는 독창성을 담아내는 작업을 더욱 밀도 있게 제작해야 한다(나쓰코 히다카, 뉴욕 소더비).”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이 보다 지속적이고 튼튼한 시장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미술계가 경매나 아트페어 등을 통한 일회적 판매 효과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비평가, 미술관 등 작가들의 경력과 작품성을 꾸준히 관리하고 후원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동반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가격이 과열되게 상승하고 있으나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 작가들의 가격은 거꾸로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뉴욕 크리스티의 부사장 로버트 맨리는 “이번 소더비 경매의 성공은 아시아 미술품 투자에 대한 서막에 불과하다. 크리스티도 가까운 미래에 홍콩뿐만 아니라, 뉴욕에서도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를 시행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돌풍 속에서 우리 한국 미술도 이 바람의 순방향에 슬기롭게 편승하여 우리 미술 시장을 국제적으로 팽창시킬 호기로 만들어야 한다.


- 조선일보 [시론] 200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