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미술의 두 거장 <렘브란트-카라바지오>전
2.24 - 6.18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올 한 해 네덜란드는 렘브란트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로 분주하다. 문화나 과학, 정치,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에서 그 절정에 달했던 네덜란드의 황금기에 태어난 이 바로크 미술의 거장은 단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그런 만큼 올 초부터 연말까지 그와 관련된 전시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작을 한 화가인 만큼 남아있는 그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소장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암스테르담의 라익스 미술관(Rijks Museum)만큼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갖고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이 미술관이 지난 2003년 12월부터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 곳에 소장중인 작품들을 대여해서 네덜란드의 다른 미술관들과 함께 렘브란트 탄생 기념전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전시는 역시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카라바지오>전이다.




카라바지오는 화가 자신의 유별나고 거친 품성과 동성애적 경향, 그리고 작품 전반에 흐르는 선정성으로 인해 줄곧 스캔들을 불러일으켰고, 동시대인들에게 종종 냉대와 멸시를 받았었다. 툭하면 결투를 하고 결국 살인죄로 로마를 도망쳐서 이탈리아 곳곳을 떠돌다가 끝내 교황의 사면을 받으러 가는 도중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에피소드 역시 이 화가의 드라마틱한 작품들을 더욱 부각시켜왔다. 사실 카라바지오의 예술이 미술사적으로 제대로 연구되고 인정받게 된 것은 몇 세기나 흐른 뒤였지만, 그런 만큼 그의 예술에 그야말로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 네덜란드에서는1952년의 전시 이후 이번 반 고흐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카라바지오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가 더욱 컸다.

빛과 그림자의 효과로 잘 알려져 있는 렘브란트 특유의 기법은 사실 카라바지오(1571-1610)라는 이탈리아 화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물론 렘브란트(1606-1669)가 겨우 네 살이었을 때 카라바지오가 세상을 떠났고, 더욱이 이탈리아 땅을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이 이탈리아의 화가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아무런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 전시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강렬한 명암 대비가 불러일으키는 극적이면서 긴장감 넘치는 화면은 카라바지오로부터 기인한다.(카라바지오의 기법을 네덜란드에 도입했던 소위 네덜란드 카라바지오파라고 할 수 있는 화가들을 통해 렘브란트가 카라바지오 작업을 접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전시는 서유럽과 북유럽을 각각 대표하는 바로크 화가 각각의 작품들을 주제나 내용 그리고 장르에 따라 직접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두 화가의 작품들을 한 전시에서 말 그대로 옆에 놓고 볼 수 있도록 기획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저 진짜 같은 환영을 일으키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깊은 심리적 통찰력과 강한 흡인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 두 거장의 만남은, 비록 전시된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 자리를 같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