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도 하나의 상품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낯설게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간 작가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 고결한 존재라는 선입견 탓인지도, 어찌 감히 그림에 값을 매길 수 있겠느냐는 맹목적 예술숭배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상품이 돼 거래되는 요즘 세상에는 하나의 예술작품도 상품으로서 제구실을 해야 함은 물론 이를 사고파는 시장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잘 팔려야만 작가 자신들의 생계 해결과 가족 부양은 물론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장을 마련하고, 제작을 위한 재료도 넉넉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림이 잘 팔리지 않을 뿐더러 거래조차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재능이 많은 작가라 하더라도 부득이 미술판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대중들의 수요와 기호에서 초월(?)한 채 나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불꽃 같은 창작정신을 보이는 이들도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진 탓인지 성과가 있는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다.

‘평생 작품 한번 팔아보는 게 소원’이란 말을 달고 다니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할 수 없이 개인지도나 미술학원,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겸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가르치면서 한편으로 창작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하게 목숨을 걸고 창작을 해도 훌륭한 작가로 살아남기 어려운 판에 ‘겸업작가’란 말은 작가가 아니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작가도 살고 작품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미술시장을 키우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 동안 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이중 가격제’니 ‘다중 가격제’니 말썽은 많지만 화랑을 통한 거래도 있었고, 최근에 낙착률이 70%를 넘어서 화제가 되고 있는 미술품 경매회사도 있다. 문제는 미술시장이 아직 소수를 위한 닫힌 시장이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중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격으로 직접 구매가 가능할 뿐더러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과도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규모의 미술시장인 아트페어가 자주 열려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민간차원 행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에 시작하여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스위스 바젤의 경우 매년 전 세계에서 300여개의 화랑이 참가하며 이 기간 동안 시 전체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관람객 5만명이 바젤을 찾는다고 한다. 특색이 없는 축제만 일삼는 우리 지방자치단체도 아트페어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에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비현실적인 호가를 일삼는 작가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2006.6.27 세계일보 [문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