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미술계 최대 이슈는 미술품 경매시장의 폭발적 신장이다. 8년 전 국내에 미술품 경매회사가 처음 세워진 이래 올 초 또 한 군데의 미술품 경매회사가 문을 열면서 이들은 미술품 애호가들의 집중적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매시장의 이러한 신장세가 미술계 내부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양대 경매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국내의 두 메이저 화랑이라는 점 때문이다. 주류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화랑의 경매회사 동시 소유, 또는 운영에의 실질적 관여는 시장의 규모와 역사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며 화랑과 경매의 역할이 철저히 분리된 서구 미술계에는 없는 사례다.


화랑은 기본적으로 생산자로서의 시장 즉 작가가 제작한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1차 시장이며 경매는 1차 시장에서 판매됐던 미술품의 재판매를 위한 2차 시장이다. 1차 시장인 화랑에서 형성되는 미술품의 가격은 해당 작가의 작품세계를 인정해 주는 미술계 집단 즉 미술관, 평론가, 큐레이터, 화상, 컬렉터들의 반응을 통해 얻어진 콘센서스의 매우 예민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화랑은 작가의 작품세계가 이들에게 올바로 전달되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작가의 경력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한다. 열매가 하루아침에 맺어지지 않듯이 작가의 성숙된 작품세계와 이의 정당한 가치 상승도 반드시 시간을 필요로 하며 이런 까닭으로 서구 화랑들은 철저히 전속작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경매는 1차 시장의 노력을 통해 검증된 작품들의 자유로운 2차 거래가 가능한 즉석 시장이다. 제한된 범위의 작가들의 작품만을 접할 수 있는 화랑과 달리 경매는 대규모 시장으로, 고객들은 경매를 통해 일시에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고 팔리는 ‘물건’만이 존재하는 차가운 일회성 즉석 시장이 또한 경매다. 서구 미술계의 경우 화랑과 경매회사가 상호 역할을 존중하고 사업적 도덕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서로 냉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에 비해 최근 국내 대형 화랑의 실질적인 경매회사 운영은 우리나라에 미술품 경매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에 그 도덕적 공정성에 있어 이미 태생적 핸디캡을 갖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국내 미술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해당 대형화랑들은 자사 소유의 경매회사와 어떻게 합법적, 도덕적으로 거리를 유지하고 그 방법이 미술계 일반에 납득될 수 있을지를 서둘러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화랑가에 전속작가제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질 높은 미술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고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경매회사는 행할 수 없는 화랑 고유의 역할인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경매회사도 경매미술품 확보에 보다 엄격한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랑과 미술관 전시 등을 통해 제대로 작가적 평가과정을 거쳐보지 못한 어린 예비 작가들의 작품들을 당장의 물량 확보를 위해 경매에 올리는 성급함을 범해선 안 된다. 화랑을 통한 1차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작가들에게 경매회사와의 직거래는 당장은 신기하고 달콤할지 모르나 스스로 작가적 무덤을 파는 함정일 수 있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져 가면서 경매의 역할 또한 더욱 부각되는 것은 새로운 시대적 변화이자 현실이다. 화랑과 경매회사 모두 미술을 수단 삼아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미술의 진정한 가치를 장기적으로 제대로 키워냄으로써 서로 윈-윈하며 궁극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조선일보 2007.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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