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플라빈(Dan Flavin) 회고전 6.9 - 10.8 파리시 근대미술관

이미 댄 플라빈이 세상을 뜨기 전부터 오랫동안 준비해온 회고전이 파리시 근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50년대 말 데생, 콜라주, 그리고 ‘발견된 오브제’를 소재로 한 조각 작업을 거쳐, 1963년 형광등으로만 구성된 작품 “the diagonal of May 25, 1963”을 시작으로 댄 플라빈의 ‘빛의 예술’이 탄생했다. 대량생산되는 규격 형광등의 기본적인 형태와 크기 그리고 색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절제된 단순성을 통해 도날드 저드와 함께 창시한 미니멀리즘 미술의 정신을 반영한다. 그의 작업에 사용된 평범하고 비속한 장치는 역설적으로 비물질적이면서 촉각적이고, 규정할 수 없을 듯 하면서도 물리적이며, 차가우면서도 감성적인 이중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한편, ‘상황 예술’이라고 작가 자신이 명명한 것처럼, 그는 항상 작품과 그 작품이 설치될 공간과의 건축적인 문맥을 중시했다. 빛과 색이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미묘하면서 강렬한 시각의 변형은, 9가지 기본적인 형광등의 색들이 관객의 눈에 강하게 잔상을 남기면서 끝없이 서로 대립하고 교차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록 댄 플라빈이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해석을 거부하긴 했지만, 그가 강조했던 공간 속의 빛과 색의 ‘물질적 현존’은 분명 그 물질을 넘어선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아를르의 만남(Les Rencontres d’Arles)’-아를르 국제 사진 축제 7.4 - 7.9 아를르

‘아를르의 만남’은 고호가 요양했던 곳으로 유명한 아를르에서 매년 7월 열리는 국제 사진 축제. 작년, 아트 디렉터의 부재로 기획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이 축제를 올해 총감독한 사람은 ‘매그넘’ 소속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영화제작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레이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이다. 따라서 언론의 관심이 그가 준비한 전시 프로그램보다는 오히려 그 자신에게 집중된 듯 하다. 12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교회에서 공장 건물에 이르기까지 도시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들은 대부분 드파르동 자신이 사진가로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았던 다른 사진가들의 작업들로 구성됐다. 질 카론(Gilles Caron), 돈 맥컬린(Don MaCullin)의 전쟁사진전, 기 르 케렉(Guy Le Querrec)의 회고전, 수잔 메이슬라(Meiselas)의 남아프리카의 스트립티즈 사진전과 같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긴 사진들이 소개되고 있는 50여 개의 전시회가 9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클로드 레베크(Claude Lévêque0의 ‘숙면(Grand Sommeil)’전 5.19 - 9.10 비트리-쉬르-센 발-드-마른 현대미술관

파리 근교 비트리-쉬르-센에 얼마 전 문을 연 현대미술관 MAC-VAL의 개관전 ‘에피소드 I’을 자크 모노리(Jacque Monory)에 이어 이번엔 클로드 레베크의 ‘숙면’전이 꾸미고 있다. 평소 미술시장을 위해 정형화된 작품 제작을 거부해왔던 그가 이번엔 1,350평방미터나 되는 전시장 전체를 단일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검푸른 형광 빛에 잠긴 거대한 전시장 천정에 수십 개의 철제 침대가 거꾸로 매달려 있고, 하얀색 공들이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 반구형 원통들이 바닥에 놓여있다. 거꾸로 매달린 침대는 투명한 원통에 다시 역으로 반사되어 마치 유령처럼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효과를 낸다. 침대는 레베크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로서 수면뿐 아니라 죽음, 병, 감금 또는 시간이란 개념들과 연결된다. 작가 자신도 방문한 적이 있었던 아우슈비츠와 같은 집단 수용시설 혹은 유년시절의 동화책에 흔히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상기시키는 이 작품은, 환상적이면서도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숙면의 양면성인 휴식과 평화를 죽음과 대비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강하지만 억제된 긴장감을 느끼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