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이 확실히 커지고 있다. 아트뱅크, 문화마케팅, 그림쇼핑, 균일가전시회, 작품가정찰제, 미술품투자, 가격지수 등 새로운 용어의 등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계에서 금기시되던 가격 얘기가 단편적이고 산발적이긴 하지만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미술 전문잡지들이 국내외 미술시장에 관한 특집을 싣기 시작한 점, 미술품 투자 가이드와 미술시장 이야기, 컬렉터의 경험담을 담은 책의 출판도 미술시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호황의 기미는 미술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양적인 성장에서도 볼 수 있다. 전시회와 미술품 유통의 핵심인 화랑 수의 증가, 화랑, 아트페어 조직위원회, 중소단체와 지자체가 주최하는 아트페어의 증가, 신설 경매회사의 등장과 기존 경매회사들의 제휴ㆍ확장이 늘고 있다. 작년 말 얘기만 무성히 돌던 '아트펀드'가 연초에 설명회에 소개되더니 6개월 후인 최근 실제로 상품으로 출시됐다.
이 같은 미술시장의 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해 현지화의 기틀을 마련한 한국 화랑들이 생겼고, 진출을 준비 중인 화랑도 더 있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작가가 늘고, 출품하는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 작가 작품의 해외 경매사에의 출품이 이어지고 있다. 3년 전에 시작된 홍콩 크리스티의 한국미술품 경매부터 금년 봄의 런던 본햄스 경매를 거쳐, 세계 양대 경매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달아오르는 미술시장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시장 진입과정에서 문제점도 많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보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또 한국적 특수성도 여전한 상태다. 새로 생긴 화랑도 작가 양성과 장기투자보다 장소를 빌려 전시장 임대를 하는 임대전시장이 많다. 아트페어 역시 단발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부스임대업 같은 성격을 지닌 아트페어도 적지 않다.
국내 경매사들에 의한 미술품 경매가 날로 활성화되고, 홍콩은 물론 뉴욕 경매에까지 우리 작품이 잇따라 출품되고 있지만 ▷정확한 국내시장 정보의 부재 ▷작품 선정의 미흡 ▷가격추정의 시행착오 등으로 해외 경매에서 낙찰률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잦은 변동을 보여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미술시장이 안정적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미술시장과 일반시장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시장법칙과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미술시장의 변화가 요구된다. 우선 작가가 직접 전시를 하며 판매하는 곳에서는 가격 제시와 함께 미술품을 관객이나 구매자에게 보다 잘 이해시키려는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격 결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작가는 관객과 고객에 대해 객관적인 공인이고,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여야 한다.
아트페어의 경우도 미술시장을 잘 키우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고, 가격결정 역시 신경을 좀더 써야 한다. 모든 전시와 아트페어는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생각도 가져야 한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할 때는 사전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고, 참가에 앞서 미리 홍보를 충분히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자적인 홍보가 어려우면 여러 화랑이 협력해 현지 미술전문잡지 등을 통해 알린 후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이다. 영어ㆍ프랑스어ㆍ독일어ㆍ스페인어 등 많은 정보가 사전에 고객들, 특히 컬렉터들의 손에 전달돼야 목표로 했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술상품은 경험재이기 때문에 눈과 귀에 익숙해야 판매가 이뤄지고, 소비가 반복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매의 경우도 고객이 구입하고자 하는 작품을 전시 때 자세히 살펴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크기나 분야가 유사한 작품끼리 함께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의 묘미도 살리고, 무엇보다 기본 정보와 결과분석을 많이 제공해 구매자들이 의사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타 미술시장의 경우에서도 자본ㆍ노동ㆍ정보가 투입된 철저한 준비과정과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세계화는 국내시장의 체계화와 정보화, 정보의 공개, 서비스 강화 등 시장 운용의 기본이 다져질 때 이뤄짐을 미술 관계자들은 늘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세계화는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2006.10.17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다시읽기
#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