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이상 : 로마의 풍경, 1600-1650

3.9 - 6.6
그랑팔레 국립갤러리


17세기 초반, 로마. 풍경화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된다. 그때까지 자연 풍경은 서양 미술사에서 독립적인 회화의 장르로서가 아니라, 주로 종교나 신화를 다룬 그림의 배경으로 그려졌을 뿐이다. 당시 로마는, 19세기말 파리가 그랬던 것처럼, 화가라면 누구나 살기를 갈망했던 곳이다. 실제로 주변 나라의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체류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예술의 중심지였다. 특히 17세기 말에는 플랑드르를 중심으로 한 타 지역 출신의 화가들이 로마에 모여들면서 풍경화의 양성을 고무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그 외에도 새롭게 변한 도시의 풍경이라던가, 야외에서 자연 풍경을 보고 직접 그린 데생과 그것을 아틀리에에서 재 작업한 유화에 대한 취향의 증가, 판화의 보급으로 활성화된 이미지의 활발한 유통, 르네상스 거장들의 대형 컬렉션, 미술 이론가들의 풍경화에 대한 관심의 증가, 귀족과 교황 가문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했던 풍경화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 등의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랑팔레는 카라치(Carracci), 루벤스(Rubens), 로랭(Lorrain), 푸생(Poussin) 등 17세기 풍경화 발전의 중심에 있었던 유명한 화가들이 산과 바다의 시골 풍경, 도시의 다소 변덕스러운 건축적 풍경, 그리고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고대 로마의 풍경까지, 자연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화가들 각자가 완성한 독창적인 스타일과 자연에 대한 이들의 이상적인 비전을 조망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카라치의 작품들로 문을 연 이번 전시는 북유럽의 자연주의, 1620년대부터 시작된 ‘신 베네치아풍’의 풍경화의 발전, 장르화와 함께 시도된 다양한 회화적 시도들, 지형학적 풍경화의 성공, 그리고 빛과 대기 효과의 놀라운 복구 등, 세분화된 테마들로 묶어 17세기 중반 온전한 하나의 회화 장르로 자리 잡기까지 풍경화가 만들어진 역사를 되돌아본다.